용호성(59) 문화체육관광부 전 차관이 퇴임 후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작곡에 도전해 스위스 AI 재즈 경연대회에서 준결승에 올랐다고 2일 가요계가 전했다.
준결승 진출작 15곡 가운데 6곡이 한국인 출품곡이다
용 전 차관이 음악 생성 AI로 만든 곡 ‘프로즌 엣지’(Frozen Edge)는 이달 9∼10일(이하 현지시간) 열리는 ‘AI 러브 재즈’(AI Love Jazz)에서 준결승 진출작 15곡 중 하나로 뽑혔다. 이 대회는 재즈 페스티벌로 이름난 스위스 몽트뢰에서 처음 열리는 글로벌 AI 재즈 콘테스트다. 페스티벌 기간에 맞춰 열리지만 별개 행사이며,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 60주년에 맞춰 올해 처음 마련됐다.
한국인 출품곡은 모두 6곡이 준결승에 올랐다. ‘프로즌 엣지’ 외에 ‘아싸!’(Assa!·나림), ‘레인 인 쿠바’(Rain in Cuba·조은진), ‘애시 투나잇’(Ash Tonight·원.제이), ‘로터스 나이트 인 몽트뢰’(Lotus Night in Montreux·규인), ‘보디 & 서울’(Body & Seoul·안나윤)이 이름을 올렸다.
일정도 공개됐다. 주최 측은 9일 현지 밴드가 준결승 진출곡 15곡을 관객 앞에서 라이브로 연주하는 무대를 마련했고, 최종 수상자는 이튿날인 10일 발표된다.
30년 공직을 마친 뒤 SM 유니버스에서 AI 작곡 과정을 밟았다
용 전 차관의 공직 이력은 30년이 넘는다. 1991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1993년 문화체육부(현 문화체육관광부)에 들어갔고 지난해 퇴임했다. 그 시간 동안에도 드럼을 연주하고 음악 평론가로 등단했으며 음반을 1만장 넘게 모아 ‘음악 마니아’로 알려져 있었다.
방향을 바꾼 것은 지난해 8월 제1차관에서 물러난 뒤다. 그는 SM엔터테인먼트 교육 기관인 SM 유니버스에서 AI 작곡 과정을 이수하고 곡 작업에 매달렸다. 강의도 병행해 중앙대 예술대학원과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창작에 나선 계기는 오래된 아쉬움이었다. 그는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갈증은 있지만 전공도 아니고, 재능이 출중한 것도 아니라 가능한 선에서 음악을 해오다 지난해 차관 퇴임 후 AI 작곡 과정을 접하고 강의를 들으며 AI 프로그램을 통한 창작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셰익스피어 소네트 154편을 노래로 옮기는 작업의 한 곡이다
이 곡은 혼자 떨어져 나온 결과물이 아니다. 용 전 차관은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닥터 드래곤’(Dr.Dragon)이란 예명으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14행의 정형시) 154편 전편을 노래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현재 50여 곡을 완성한 상태로 ‘프로즌 엣지’는 그 가운데 한 곡”이라고 말했다.
작업 순서는 가사가 먼저다. 그는 소네트를 소재로 직접 가사를 쓴 뒤 음악 생성 AI 수노(Suno)에 음악 콘셉트와 가사를 명령어(프롬프트)로 넣는 방식을 썼고, 결과물은 재즈에 그치지 않고 힙합과 K팝까지 아우른다. 그는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현대 영어로 바꾸고 한국어로 번역한 뒤, 곡에 사용할 콘셉트를 뽑아내고서 가사를 써 내려갔다”며 “경연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에 세 곡을 냈는데 이 가운데 하나가 준결승까지 오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즌 엣지’의 출발점은 소네트 97번이다. 이별이 남긴 공허함을 차가운 겨울에 빗댄 작품으로, 곡은 흥겨운 재즈 선율 위에 제목처럼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작곡뿐 아니라 가창도 AI가 맡았다. 그는 “이 곡은 ‘네가 없어 겨울은 차갑지만 리듬감이 있는 도시의 고독’을 콘셉트로 삼아 수노에 명령어를 입력해 만든 것”이라며 “이후 벌스(Verse·절)나 코러스(후렴)를 원하는 대로 수정했다. ‘이 부분은 약간 따뜻한 옛날 기억을 떠올리는 듯했으면 좋겠다’고 입력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가사는 한 차례 다시 썼다. 그는 “원래 ‘프로즌 엣지’는 한국어로 출품했지만, 주최 측에서 일주일 만에 한국어 가사를 외워서 노래하는 게 너무 어렵다고 해 부랴부랴 영어로 다시 가사를 썼다”며 “영어 운율에 맞추느라 며칠 동안 고생했다”고 떠올렸다.
AI가 만든 곡을 사람이 연주하는 무대에 의미를 뒀다
그가 이번 무대에서 주목한 것은 연주 방식이다. 용 전 차관은 “AI로 만든 노래를 관객 앞에서 인간이 연주한다는 것은 대중음악 업계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매우 큰 모멘텀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형식의 공연이 좋은 반응을 얻는다면 앞으로 새로운 형태의 공연 문화, 나아가 새로운 창작·유통 문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목표는 연작 앨범이다. 그는 ‘셰익스피어 소네트 프로젝트 : 다이버스(DiVerse)’라는 이름으로 154곡 전곡을 완성해 장르별로 앨범을 내려 한다.
창작 환경의 변화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그는 “앞으로 5∼10년 이내에 예술 생태계는 큰 변혁을 맞으리라고 본다”며 “이제는 (음악 등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허물어질 것이다. 음악 평론가나 음반 제작자 등 창작까진 하지 못했던 사람도 직접 창작에 나설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추가 7월 12일] 이 곡은 이후 10일 열린 ‘AI 러브 재즈’ 결선에서 우승작으로 뽑혔다. 용 전 차관은 ‘닥터 드래곤’이라는 예명으로 출전했고, 결선에 오른 5곡 가운데 2곡이 한국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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