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와 단백질을 먼저 먹고 탄수화물을 마지막에 먹으면 식후 혈당이 급격히 치솟는 이른바 ‘혈당 스파이크’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제학술지 ‘당뇨병·비만·대사’(Diabetes, Obesity and Metabolism) 최신호에 따르면 이화여대 연구팀은 건강한 한국인 젊은 여성 33명을 대상으로 음식 섭취 순서가 식후 혈당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이런 연관성을 확인했다.
연구는 모든 참가자가 네 가지 식사법을 차례로 경험하는 무작위 교차시험 방식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연속혈당측정기를 착용한 채 열량과 영양성분이 똑같은 식사를 순서만 달리해 먹었다. 한 끼 식사는 약 573㎉로 탄수화물 54.4%, 단백질 18.1%, 지방 28.0%로 구성됐다. 탄수화물은 모닝롤과 주먹밥, 단백질은 닭가슴살·구운 달걀·연두부, 채소는 혼합 샐러드였다.
식사법은 △채소→단백질→탄수화물 △탄수화물→단백질→채소 △순서 없이 섞어 먹기 △순서와 시간제한 없이 평소처럼 먹기의 네 가지였다. 앞의 세 가지는 35분 동안 진행됐고, 참가자들은 각 식사법을 3일 연속 시행한 뒤 다음 방식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4주에 걸쳐 반복했다.
식후 1시간 혈당 상승 74.1% 낮아
식후 첫 1시간 동안의 혈당 상승 정도를 보여주는 ‘혈당 증가 곡선하면적’은 채소→단백질→탄수화물 순서가 탄수화물→단백질→채소 순서보다 약 74.1% 낮았다. 이런 차이는 식후 2시간까지 이어졌다.
채소를 먼저 먹었을 때 식후 최고 혈당은 평균 6.92mmol/L(약 125㎎/dL)였지만, 탄수화물을 먼저 먹으면 8.18mmol/L(약 147㎎/dL)까지 올랐다. 혈당이 최고점에 이르는 시간은 채소 우선 식사에서 평균 104분으로, 탄수화물을 먼저 먹었을 때의 약 49분보다 두 배 이상 늦었다. 평균 혈당 변동 폭은 채소를 먼저 먹었을 때 0.76mmol/L로 탄수화물을 먼저 먹었을 때(1.66mmol/L)의 절반 이하였고, 목표 혈당 범위에 머문 시간은 채소 우선 식사에서 99.73%로 가장 높았다.
식사 속도보다 순서
평소처럼 먹은 참가자를 식사 속도에 따라 나눠 보니 가장 빨리 먹은 그룹(약 19분)과 가장 느린 그룹(약 33분)의 식사 시간은 거의 두 배 차이가 났지만 혈당 지표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채소→단백질→탄수화물 순서로 사흘 연속 먹었을 때도 혈당 개선 효과는 유지됐다.
연구팀은 채소의 식이섬유가 음식물의 점도를 높여 위에서 음식이 빠져나가는 속도를 늦추고, 소장에서 탄수화물이 소화·흡수되는 과정도 지연시키는 것으로 추정했다. 채소를 먼저 먹으면 혈당 조절에 관여하는 장 호르몬 ‘GLP-1’ 분비가 촉진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연구팀은 “급격한 혈당 상승을 줄이고 혈당 변동을 안정화하는 것은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을 만들어 분비하는 췌장 베타세포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중요하다”면서 “대사적으로 취약하고 쌀을 많이 섭취하는 한국인의 특성을 고려하면 식사 순서를 조절하는 방법이 조기 당뇨병 예방을 위한 실용적인 비약물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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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건강] 밥부터? 채소부터?…혈당은 '먹는 순서'를 기억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