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는 8일 인공지능(AI)으로 업무 도구를 직접 만드는 공무원에 대한 지원 확대 방안을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AI를 쓰는 공무원에서 직접 만드는 공무원으로
한국의 행정과 정부 혁신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가 내놓은 정책의 핵심은 개발 주체의 확대다. 업무 담당자가 AI 코딩 도구와 개방 데이터를 활용해 필요한 시제품을 만들도록 지원한다. 완성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데서 나아가 업무의 불편을 직접 찾아 소프트웨어로 해결하는 방식이다. 공공 API도 개발 재료에 포함된다. API는 서로 다른 프로그램이 기능과 데이터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인터페이스다. 이번 방안은 이러한 기술적 접근에 인사와 조직 차원의 지원을 결합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AI를 활용한 행정혁신 성과에는 특별성과 포상금과 연수·학습 지원 등 인센티브가 확대된다. 5급 조기 승진제의 첨단과학 기술인재 분야 성과 심사에서는 AI 고숙련자에게 가점을 부여한다. 정부혁신 부처 평가에서도 AI 전환 부문을 넓힐 계획이다. 개인에게 개발을 권장하는 동시에 소속 기관에도 활용을 뒷받침할 동기를 주는 구조다. 다만 AI 도구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승진을 보장하는 제도는 아니다. 발표된 내용은 특정 분야의 성과 심사에 가점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기술 도입과 인사 평가를 연결한 점은 이번 방안의 중요한 특징으로 분석된다. 업무 담당자가 시제품을 만들더라도 조직이 이를 평가하지 않으면 개인의 실험에 머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개인 보상만 강조하면 다른 부서가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하는 작업은 뒤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 개인의 성과와 부처의 전환 노력을 함께 평가하려는 설계는 이 두 과제를 동시에 겨냥한다. 공공부문의 AI 역량을 일부 숙련자의 기술이 아니라 조직의 업무 수행 능력으로 확장하려는 접근으로 평가된다.
참여자 2천73명, 공개 과제는 확산의 출발점
정책을 실행하는 기반은 업무 담당 공무원이 시제품을 개발하는 ‘AI 정부 실험실’이다. 이달 3일 기준 참여자는 2천73명이며 등록 과제는 770건이다. 이 가운데 376건은 다른 공무원도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됐다. 등록된 과제와 공유 가능한 과제가 함께 집계된다는 점이 눈에 띈다. 개발 활동이 얼마나 이뤄졌는지뿐 아니라 결과물을 기관 밖으로 확산할 기반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공개된 과제 수가 실제 행정서비스에 적용된 건수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이 수치는 개발 참여와 공유 현황을 나타낸다.
공개 과제의 가치는 같은 문제를 각 기관이 처음부터 다시 해결하지 않아도 된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다른 공무원이 기존 시제품을 살펴보고 담당 업무에 활용할 수 있다면 개발 경험도 함께 전파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개방 데이터와 공공 API를 활용하는 방식 역시 이 방향과 맞닿는다. 필요한 데이터와 기능을 연결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국민 불편을 줄이는 것이 실험실의 목적이다. 따라서 결과물의 의미를 판단할 때는 개발 난도뿐 아니라 어떤 업무 문제를 해결하는지도 중요하다고 평가된다.
참여 규모와 성과의 깊이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등록 과제가 많다는 사실만으로 행정 처리 시간이 줄었거나 국민 편의가 개선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제공된 발표에는 전체 과제의 실제 적용률이나 시간 절감 효과가 제시되지 않았다. 현재 확인되는 것은 공무원들이 직접 개발에 참여하고 일부 결과물을 공유한다는 사실이다. 이번 지원 확대는 그 활동을 지속하고 실제 업무로 연결하기 위한 조치로 읽힌다. 실험실의 성과를 판단하는 다음 기준은 과제 숫자뿐 아니라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완성도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개발 환경과 데이터 연결, 현장이 제시한 조건
참여자 조사에서는 개발 의지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조건도 드러났다. 실험실 참여자 244명을 조사한 결과 개발환경·구독료 부족을 꼽은 비율은 68%였다. 보안지침 적용의 어려움은 59%, 데이터 연계의 어려움은 40%로 나타났다. 이는 조사에 참여한 공무원의 응답 결과이며 전체 공무원의 상황을 대표하는 통계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개발 도구에 대한 접근, 적용 기준, 데이터 연결이라는 구체적인 지원 지점을 제시한다. 보상 체계와 함께 실제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여건을 살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데이터 연계는 시제품과 실제 업무를 잇는 과정에서 중요한 조건으로 평가된다. 프로그램의 기능을 구현하는 것과 필요한 데이터를 연결해 업무에 사용하는 것은 구분되는 작업이다. AI 코딩 도구 활용을 장려하더라도 데이터 연결이 어렵다면 적용 범위는 제한될 수 있다. 구독료와 개발환경 문제도 참여를 지속하는 데 필요한 기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방안의 효과는 공무원 개인의 학습 의욕뿐 아니라 이러한 실무 조건을 얼마나 함께 개선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분석된다.
조직의 이해를 높이는 조치도 포함됐다. 국·과장급 공무원을 대상으로 AI 리더십 교육을 운영하고, 오는 11월 공공 AI 대전환 챌린지 대회를 열어 우수 사례를 발굴할 방침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공무원의 AI 활용 직접 개발과 산출물 관리를 위한 지침 제정을 추진한다. 소프트웨어 취약점과 개인정보 보호 등에 관한 안전 점검기준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는 사고 발생에 대한 발표가 아니라 개발 결과물을 업무에 적용하기 위한 관리 체계 구상이다. 실무자의 개발과 관리자의 판단을 같은 방향으로 연결하는 장치로 평가된다.
실험은 개인이, 검증과 운영은 조직이
확장 목표도 제시됐다. AI 정부 실험실의 동시접속 규모를 현재 200명 수준에서 내년 6천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2030년까지는 자체 AI 개발과 현장 적용이 가능한 전문 인재 2만명을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여기서 참여자 수와 동시접속 규모는 서로 다른 지표다. 전자는 실험실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이고 후자는 같은 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규모를 가리킨다. 전문 인재 육성 역시 이미 확보한 성과가 아니라 앞으로 달성하려는 목표다. 이용 기반 확대와 개발·적용 역량 축적을 병행하겠다는 구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공무원의 자유로운 실험을 지원하되 실제 적용 단계에서는 조직이 보안·품질·운영을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검증된 성과는 모든 기관이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개발한 개인에게 서비스 운영까지 모두 맡기기보다 실험과 적용의 책임을 구분하겠다는 뜻이다. 이 구분은 작은 시제품을 공공서비스로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설계로 분석된다. 업무 도구가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것과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공유도 단순 공개를 넘어 검증된 결과물의 활용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방향이다.
이번 정책은 AI 모델 자체의 성능 경쟁보다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는 방식에 초점을 둔다. 업무를 아는 사람이 개발에 참여하고, 조직이 검증과 운영을 맡으며, 결과물을 다른 기관과 나누는 구조다. 다만 인센티브와 교육, 지침, 이용 기반 확대는 앞으로 실행해야 할 과제를 포함한다. 따라서 오늘의 발표를 이미 완성된 AI 행정체계로 평가하기보다는 확산 조건을 정비하는 단계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한국의 시도는 AI 도구를 보급하는 것과 실제 업무 혁신을 만드는 것 사이에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살펴볼 사례다. 세계 독자에게 흥미로운 지점은 AI의 가치를 모델 성능뿐 아니라 현장 지식과 조직의 실행력에서 찾는다는 데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