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20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경기 12개 지역 가운데 과천시를 뺀 11곳에서 지정 뒤 1년 동안 아파트값 오름폭이 지정 전보다 커졌다는 한국부동산원 분석 결과가 18일 나왔다.
지정 전후 51주 아파트값 비교
분석에는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쓰였다. 지정일을 기준으로 앞쪽 51주(2024년 10월 28일∼2025년 10월 20일)와 뒤쪽 51주(2025년 10월 20일∼2026년 10월 12일)의 상승률을 나란히 놓았다. 대상은 10·15 부동산 대책 때 허가구역이 된 경기 12개 지역이다.
오름폭이 가장 크게 벌어진 곳은 광명시다. 지정 전 1.8%였던 상승률이 지정 후 20.8%로 뛰어 19.0%포인트 확대됐다. 용인 수지구는 5.2%에서 20.1%로 14.9%포인트 커졌다. 성남 분당구는 13.8%에서 21.7%로 7.9%포인트 늘었으며, 지정 후 상승률만 놓고 보면 12곳 중 1위다.
나머지 지역도 대부분 오름폭이 커졌다. 안양 동안구 6.7%→19.2%, 수원 영통구 3.1%→18.7%, 하남시 4.3%→16.8%, 성남 중원구 2.1%→15.4%, 성남 수정구 3.6%→13.2%, 의왕시 1.0%→12.0%, 수원 팔달구 1.9%→9.1%, 수원 장안구 1.8%→7.6% 순이다.
반대 흐름을 보인 곳은 과천시 한 곳뿐이다. 지정 전 16.6%였던 상승률이 지정 후 5.4%로 낮아져 11.2%포인트 하락했다. 경기도 전체 아파트값 상승률은 같은 두 기간에 0.4%에서 6.8%로 높아졌다.
허가구역 제도와 확대 경과
10·15 대책은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규제지역에 넣고 동시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조치다. 올해 7월 5일부터는 화성시 동탄구, 용인시 기흥구, 구리시 3곳이 추가돼 허가구역은 서울 전역과 경기 15개 지역으로 넓어졌다.
허가구역 안에서 일정 면적이 넘는 아파트 등을 사려면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허가가 있어야 하고, 산 뒤 2년 동안은 직접 살아야 한다. 전세를 안고 매입하는 이른바 ‘갭투자’를 막아 투기 수요를 누르려는 것이 지정 목적이다.
추가 지정 지역과 비규제지역 오름세
7월에 새로 묶인 지역들은 지정 직후 한동안 오름세가 멈칫했다. 그러나 반도체 기업 성과급과 사내대출 등으로 시중에 돈이 풀리면서 상승이 이어졌다. 동탄구는 10월 둘째 주 0.66% 올라 직전 주 상승률 0.33%의 2배 수준을 기록했다. 화성시 행정구역 개편으로 통계 집계가 시작된 올해 2월 첫째 주 이후 동탄구 누적 상승률은 20.14%다. 같은 기간 주간 상승률은 용인 기흥구가 0.35%에서 0.52%로, 구리시가 0.28%에서 0.43%로 높아졌다.
규제를 받지 않는 지역에서도 오름폭이 커지고 있다. 군포시는 10월 둘째 주 0.72% 올라 직전 주 0.27%보다 0.45%포인트 확대됐고, 경기 시군구 가운데 성남 분당구(0.79%) 다음으로 높았다. 군포시는 올해 들어 9.26% 올랐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0.30% 내렸다. 화성시 병점구는 10월 둘째 주 0.56% 상승해 직전 주 0.33%보다 오름폭을 키웠고, 올해 2월 첫째 주 이후 누적 7.72% 올랐다. 부천시도 올해 4.28% 올라 지난해 같은 기간(0.45% 하락)과 다른 흐름을 보였다.
규제지역에서 집을 사기 어려워지면서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주변 지역으로 수요가 옮겨갈 수 있다는 풍선효과 우려도 나온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삼성전자 사내대출 등 유동성 유입으로 경기 남부 가격 강세가 확산하는 한편 전월세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원 등 가격이 크게 오른 지역의 임차인들이 군포, 화성 병점구 등으로 지역을 옮겨 매수하면서 가격을 끌어올리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허가 신청 가격 최고치
서울에서는 6월 토지거래허가 신청 평균 가격이 한 달 전보다 2.67% 올랐다. 5월의 전월 대비 상승률 1.87%보다 높고,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허가구역이 된 뒤 가장 높은 수치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5월 9일)를 앞두고 출회된 절세 목적의 급매물이 대부분 소화된 이후 급매 거래가 마무리되고 기존 호가를 유지한 일반 거래가 증가하면서 실수요 중심 매수세가 지속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규제 효과 논란과 정부 입장
경기 주요 지역까지 오름세가 커지면서 넓은 범위의 거래 규제가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시장 일각은 규제가 풍선효과 같은 부작용을 불렀다고 비판한다. 반면 허가구역 지정이 없었다면 더 크게 올랐을 집값을 어느 정도 붙잡았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아파트값은 주택 공급 여건, 수요 변화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규제 전후의 가격 움직임만 보고 지정 효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토허구역의 실거주 의무로 기존 세입자가 밀려나고 전월세 가격이 상승하면서 서민들의 주거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정책은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우선해야 하는데, 고가 주택 가격을 잡기 위한 규제로 오히려 저소득층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거래 규제가 시행된 지 1년이 된 만큼 공청회 등을 통해 토허구역 지정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정책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해제 여부를 아직 정하지 않았다. 김이탁 국토교통부 1차관은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주택공급 정례브리핑에서 “추가적인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규제를 풀 경우 집값이 급하게 치솟는 이른바 ‘슈팅’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