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열리는 제69회 그래미 어워즈에 새로 생긴 ‘아시안 팝’ 부문에 출품한 K팝 가수는 아이브·키키·피프티피프티·박효신 네 팀에 그친 것으로 18일 파악됐다. 방탄소년단이 보이콧을 선언한 영향 등으로 K팝 출품이 예년보다 저조한 가운데, 이 부문에는 일본 가수들이 대거 도전했다.
‘아시안 팝’ 신설과 방탄소년단의 불참
그래미 주최 단체인 레코딩 아카데미는 6월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이하 아시안 팝) 부문 신설 방침을 내놨다. 대상은 K팝과 J팝, C팝(중국 대중음악)처럼 아시아 시장에서 폭넓게 인정받는 현대 대중음악이다. 출품하려면 곡에 아시아 언어가 하나 이상 의미 있게 쓰여야 한다는 조건도 붙었다.
방탄소년단은 7월 이 부문에 작품을 내지 않겠다고 밝히며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보다 음악 그 자체로 들리고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 뒤 K팝 스타들의 출품은 처음 예상과 달리 적은 수에 머물렀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다른 K팝 아티스트들도 (보이콧의) 취지에 대체로 공감한 것이 아니겠느냐”라는 분석을 내놨다.
레코딩 아카데미는 가수·프로듀서·녹음 엔지니어·연주자 같은 음악 전문가들의 단체로, 1959년부터 해마다 그래미 시상식을 열어 왔다. 제69회 시상식은 내년 2월 7일 미국 LA에서 열린다.
4대 기획사가 빠진 K팝 출품작
K팝 출품작은 아이브의 ‘뱅뱅’(BANG BANG), 키키의 ‘404’(뉴 에라·New Era), 피프티피프티의 ‘스타스트럭’(STARSTRUCK), 박효신의 ‘AE’인 것으로 전해졌다.
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와 SM·YG·JYP를 합친 이른바 ‘4대 기획사’는 이 부문에 한 작품도 내지 않았다. 올해 인기를 크게 끈 에이티즈와 제니 역시 아시안 팝 출품 명단에 없다.
빈자리 채운 일본·필리핀·중화권 가수들
K팝이 비운 자리에는 일본, 베트남, 필리핀, 대만 등 아시아 여러 나라 가수들이 이름을 올렸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쪽은 세계 2위 음악 시장인 일본이다.
일본 출품작으로는 요네즈 겐시 ‘아이리스 아웃’(Iris Out), 우타다 히카루 ‘파파 파라다이스’(パッパパラダイス), 아도 ‘비바리움’(ビバリウム), 킹누 ‘아이조’(AIZO), 요아소비 ‘오리온’(Orion), 히쓰지분가쿠 ‘독스’(Dogs), 사카낙션 ‘이라나이’(いらない), AKB48 ‘스키시’(好きish) 등이 있다.
필리핀 아이돌 그룹 SB19는 ‘비자’(VISA)로, 중화권 스타 저우제룬(주걸륜)은 ‘칠드런 오브 더 선’(Children of the Sun)으로 도전장을 냈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는 “그래미가 ‘아시안 팝’을 신설한 것은 그만큼 아시아 가수들에게 기회를 확대한다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올해 한국 가수들의 출품이 저조해 수상은 쉽지 않을 수 있겠다. 그렇지만 한국 가수가 최종 후보에 올라 수상까지 한다면 우리가 음악 강국이라는 것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시안 팝 밖 다른 팝 부문의 K팝 출품
아시안 팝을 뺀 다른 팝 부문에는 K팝 가수들의 출품이 계속됐다.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에는 하이브의 한미 합작 걸그룹 캣츠아이의 ‘애니멀’(Animal)과 엔하이픈의 ‘블러디 파라다이스’(Bloody Paradise)가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부문에는 협업곡도 여럿 들어갔다. 블랙핑크 지수와 팝스타 제인의 ‘아이즈 클로즈드’(EYES CLOSED), 엔믹스와 앤더슨 팩의 ‘커션’(Caution), 블랙핑크 제니와 테임 임팔라의 ‘드라큘라’(Dracula), 블랙핑크 리사가 아니타·레마와 함께 부른 월드컵송 ‘골스’(Goals)가 그것이다.
이 부문은 앞서 방탄소년단이 3년 연속 최종 후보에 올랐던 곳이다. 빌보드 ‘핫 100’ 등 미국 메인 싱글 차트에서 올해 좋은 성적을 낸 캣츠아이와 제니 등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임진모는 “‘드라큘라’는 제니의 역량을 잘 보여주는 곡으로 멜로디도 잘 만들어졌다”며 “최종 후보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고, 수상까지 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제니는 ‘레스 댄 어 러버’(Less than a Lover)로 ‘베스트 팝 솔로 퍼포먼스’ 후보 제출을 마쳤다. ‘베스트 팝 보컬 앨범’에는 캣츠아이, 박효신, 피프티피프티, 에이티즈가, ‘베스트 댄스 팝 레코딩’에는 아일릿과 캣츠아이가 출품했다.
캣츠아이는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에도 작품을 냈다. 지난해 신인상 후보에 올랐던 캣츠아이가 이번에도 지명되면 2년 연속 ‘제너럴 필즈’(General Fields) 후보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