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EDCF 교량사업 권성동 개입 의혹, 이재명 대통령 즉시 중지 지시

필리핀 EDCF 교량사업 권성동 개입 의혹, 이재명 대통령 즉시 중지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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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9월 9일 필리핀 농촌 모듈형 교량 건설사업에 대한 경제개발협력기금(EDCF) 지원 절차를 즉시 중지하라고 지시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해당 사업 추진 과정에서 기획재정부와 한국수출입은행에 부적절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한겨레21이 단독 보도한 데 따른 조치다. 이 대통령은 이날 “부정부패 소지가 있는 부실사업으로 판정된 사업에 대해 즉시 절차 중지를 명령했다”며 “불필요한 혈세 낭비와 부실·부패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차단했다”고 밝혔다.

필리핀 정부는 앞서 자국 농촌 지역 350곳가량에 노후 교량을 대체할 모듈형 다리를 설치하는 사업을 위해 한국 정부에 초저리 EDCF 차관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사업 규모는 애초 7천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사업 타당성과 관리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부정부패 우려가 있는 부실사업이라며 지원이 어렵다는 판정을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 판정이 번복돼 사업이 재개되는 과정에 권성동 의원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한겨레21 취재를 통해 드러났다.

권성동 의원, 수차례 압박에 판정 뒤집혀

보도에 따르면 권성동 의원은 지난해 최상목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여러 차례 접촉해 필리핀 교량 사업의 재검토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권 의원은 EDCF 지원이 성사되면 필리핀 정부로부터 니켈 광산 채굴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과, 국내 기업인 대우건설과 삼부토건 등이 사업 참여 의향을 갖고 있다는 점을 함께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의원은 한국수출입은행 관계자들에게도 외교 관계를 언급하며 사업 추진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압박이 이어진 끝에 기획재정부는 2024년 10월 수출입은행의 필리핀 농촌 모듈형 교량 건설사업 타당성조사 용역 발주를 승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최초 계획과 비교해 사업 규모는 상당히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교량 350곳가량, 7천억원대 규모로 추진되던 사업이 재개 이후에는 교량 70곳가량, 사업비 1천억원대 초반 규모로 크게 줄어든 형태로 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 규모가 대폭 줄었음에도 절차가 강행된 점을 두고 애초의 압박 정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성동 의원 측은 이번 의혹 제기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대통령 “즉시 중지” 지시… 진상조사로 이어질지 주목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한겨레21의 보도 내용을 직접 인용하면서 해당 사업에 대한 절차를 즉시 중지하도록 명령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국민 혈세가 걸린 공적 기금 집행 과정에서 특정 정치인의 개입으로 부실 판정이 뒤집히는 일이 재발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개발협력기금은 개발도상국의 산업화와 경제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수출입은행이 운용하는 정부 차관 제도로, 국내 기업의 해외 인프라 진출과 연계되는 경우가 많아 지원 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특히 중요하게 여겨진다. 정부 부처가 부실사업으로 판정해 지원을 거부한 사안이 특정 국회의원의 반복적인 접촉과 압박만으로 번복됐다면, 이는 공적 기금 심사 체계 자체의 신뢰성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사례로 남을 수 있다. 이번 사안은 국회의원이 공적 차관 지원 결정 과정에 특정 기업의 이해관계를 거론하며 개입했다는 의혹이라는 점에서 정치권 안팎에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중지 지시를 계기로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나 감사원 감사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국회의원이 공적 지원기금의 심사 및 집행 과정에 부적절하게 개입했는지를 명확히 가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이번 사안이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방지 규정과 공적 기금 집행 절차 전반을 점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인 권성동 의원을 둘러싼 의혹인 만큼 여야 간 공방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공적 개발원조 사업의 결정 과정에 특정 정치인의 개인적 이해관계가 개입될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향후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들의 책임 소재를 가리는 절차로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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