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임신부 응급이송 지연으로 쌍둥이 1명 사망…고위험 산모 이송체계, 한국 의료가 점검할 과제

대구 임신부 응급이송 지연으로 쌍둥이 1명 사망…고위험 산모 이송체계, 한국 의료가 점검할 과제

대구에서 임신부 응급이송이 지연되는 사이 쌍둥이 1명이 숨진 사건이 알려지며 고위험 산모 이송체계의 공백이 다시 드러났다. 병상 부족, 당직 공백, 지역별 산과 인프라 격차가 어떻

지난 2월 28일 대구 동구의 한 호텔에 머물던 임신 28주 차 미국 국적 산모 A씨(26)가 복통과 함께 조산 징후를 보인 뒤, 대구 지역 대형병원 7곳이 산부인과 전문의 부재와 신생아중환자실 병상 부족 등을 이유로 잇달아 수용을 거부하면서 신고 4시간 만에야 경기도 성남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쌍둥이 중 한 명은 저산소증으로 출생 직후 숨졌고, 다른 한 명도 뇌손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경과, 무엇이 있었나

A씨는 2월 28일 대구 동구의 한 호텔에 체류하던 중 복통과 조산 징후를 느껴 같은 날 인근 산부인과에 문의했으나 해당 병원에서 진료 이력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상급병원 방문을 권유받았다. 이후 증상이 악화되자 남편 B씨는 이튿날 새벽 119에 신고했다. 출동한 구급대는 대구 권역모자의료센터를 포함한 지역 대형병원 7곳에 연락했지만,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거나 신생아중환자실 병상이 없다는 답변이 이어지면서 산모는 구급차 안에서 약 1시간을 대기해야 했다.

수용 가능한 병원을 끝내 찾지 못하자 B씨는 평소 진료를 받아 온 수도권 병원으로 가기로 하고 직접 차량을 운전해 대구를 출발했다. 이동 중 양수가 터지고 산모의 혈압이 떨어지는 등 위급 상황이 이어졌으며, 최초 신고로부터 약 4시간이 지난 오전 5시 35분께 분당서울대병원에 도착해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쌍둥이 중 한 명은 저산소증으로 출생 직후 사망했고, 다른 한 명은 심각한 뇌손상을 입어 현재까지 치료가 이어지고 있다.

왜 대구의 대형병원들도 수용하지 못했나

이번 사건에서 두드러지는 부분은 대구 권역모자의료센터를 포함한 지역 거점급 병원 7곳조차 산모를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의료계에서는 28주 미만, 800그램 안팎의 초미숙아를 감당할 수 있는 신생아중환자실과 전담 인력을 갖춘 병원이 지역별로 많지 않다는 문제가 거론된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상시 대기하고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초미숙아를 즉시 처치할 신생아 전문 인력과 중환자실 병상이 동시에 확보돼 있어야 수용이 가능한데, 이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병원이 대도시에서도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구급대가 여러 병원에 순차적으로 문의하며 수용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 자체도 시간을 소모시켰다. 전화로 병상 유무를 확인하고 다음 병원으로 연락하는 방식이 반복되면서, 실제로는 약 1시간 동안 구급차 안에서 대기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결국 가족이 자차로 수도권까지 이동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은, 고위험 산모에게 지역 내에서 실질적인 안전망이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고위험 산모 이송체계의 구조적 문제

고위험 산모 이송은 일반 응급환자 이송보다 복잡하다. 단순히 가까운 병원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산모 상태를 안정화할 응급의학 역량, 신생아 처치를 담당할 소아·신생아 인력, 긴급 분만이 가능한 산과 당직 체계가 동시에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한 곳이라도 비어 있으면 이송은 지연되고, 그 시간은 산모와 태아에게 그대로 위험으로 돌아온다.

병상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수용이 가능한 것도 아니다. 분만실, 수술실, 신생아중환자실 자원, 마취 가능 인력까지 동시에 확인돼야 한다. 특히 다태아 임신은 태아 각각의 상태를 함께 평가해야 하는 데다 조산과 응급 제왕절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이송 단계부터 고난도 판단이 요구된다. 산과 응급의료는 지역 의료전달체계의 약한 고리를 드러내는 분야로 꼽히며, 분만 가능한 병원 수가 줄고 고위험 분만을 감당할 상급 역량이 일부 기관에 집중되면서 같은 도시 안에서도 접근성 차이가 벌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과 현장에서 무엇이 달라져야 하나

우선 필요한 것은 고위험 산모 전용 이송 조정 기능의 실효성 강화다. 응급환자 이송 전반을 관리하는 체계와 별도로, 산모·신생아 응급상황에 특화된 병상과 인력 정보를 실시간으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기관을 지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어느 시간대에 어떤 팀이 가동 가능한지를 공유하는 운영 체계가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둘째는 지역 거점병원의 실질적 대응 역량 강화다. 고위험 분만을 담당하는 병원이 이름만 거점이 아니라 24시간 분만·수술·신생아 대응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인력과 보상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분석이 있다. 분만 수가와 고위험 분만 보상체계가 충분치 않으면 병원이 고난도 산과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렵고, 이는 당직 공백과 수용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는 이송 전 단계의 판단 지원이다. 119 구급대와 지역 응급실, 산부인과 의원이 동일한 기준으로 위험신호를 빠르게 인지하고 상급기관과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사건이 남긴 과제로 지적된다. 고위험 산모의 경우 이송이 시작된 뒤 병원을 찾는 방식보다, 이송 전에 목적지를 사실상 확정하고 준비된 팀과 바로 연결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앞으로 확인돼야 할 쟁점

이번 사건은 대구 지역 대형병원 7곳이 왜 동시에 수용 불가 판단을 내렸는지, 각 병원의 당시 신생아중환자실 병상 현황과 산부인과 당직 체계가 실제로 어떠했는지에 대한 구체적 확인이 뒤따라야 한다. 보건당국과 지자체, 소방당국, 지역 의료기관이 함께 점검해야 할 지점도 명확하다. 고위험 산모 이송 프로토콜이 실제 현장에 맞게 작동하는지, 병원 간 전원 협의에 걸리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초미숙아를 처치할 신생아중환자실이 지역별로 충분한지를 따져봐야 한다.

대구 임신부 응급이송 지연 사건은 한 가족의 비극으로 끝나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쌍둥이 중 한 명이 숨지고 다른 한 명이 뇌손상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이번 사안은, 고위험 산모가 제때 치료받을 수 있느냐가 응급실과 분만실, 신생아 진료, 이송체계가 한꺼번에 맞물릴 때 비로소 보장된다는 점을 다시 보여준다. 다음 점검 대상은 분명하다. 대구를 포함한 지역 안에서 그 연결이 실제로 살아 있는지, 비슷한 상황이 다시 왔을 때 더 빠르게 움직일 준비가 돼 있는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