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고려대 ‘학술 용병’ 논란…해외 학자 이중소속으로 대학랭킹 부풀리기

대학가 덮친 ‘학술 용병’ 논란…랭킹 경쟁이 연구윤리 흔든다

세계대학평가와 정량 중심 실적 압박이 논문 대필·통계 외주·부당 저자 등재 같은 ‘학술 용병’ 시장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저자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가 세계대학평가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해외 고인용 학자들을 겸임·특임교수로 대거 영입하고, 이들이 발표하는 논문에 한국 대학을 제2, 제3 소속기관으로 병기하도록 해 피인용 지표를 인위적으로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연합뉴스는 2026년 4월 9일 “그놈의 랭킹이 뭐길래”…‘학술 용병’ 논란에 교수들 ‘부글’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이 같은 정황을 전하며, 교수사회에서 “그놈의 평가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하느냐”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연세대는 2017년부터 세계화 촉진을 목표로 ‘연세대 프런티어 랩’(YFL)을 통해 해외 우수 연구자 초청 사업을 시작했다. YFL에 참여한 외국인 학자들은 실제 강의나 국내 체류 없이도 자신이 발표하는 논문에 소속기관으로 연세대를 함께 표기하는 방식으로 참여했고, 연세대는 이렇게 소속을 명기한 논문에 대해 인센티브를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사례로 중국 둥난대 소속 교수가 6년간 496편의 논문에 연세대를 이중 소속으로 기재하며 연세대의 논문 실적을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방식이 이어지는 동안 연세대의 QS 세계대학평가 순위는 100위권 밖에서 2020년 85위로, 올해는 50위까지 상승했다. 다만 연세대 측은 이중 소속 표기로 실적을 부풀리는 구조에 윤리적 문제가 있다고 보고 2022년 해외 연구자들과의 계약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고려대 K클럽과 순위 상승의 이면

고려대학교는 2023년 하반기부터 180여 명의 외국인 연구자를 비전임 교원으로 임용해 이른바 ‘K클럽’을 운영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다수는 실질적인 강의나 심도 있는 연구 교류 없이 자신의 논문에 고려대를 소속기관으로 병기하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고려대가 지난해 발표한 논문 8,707편 가운데 1,011편은 이 같은 외부 학자들이 작성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고려대 소속으로 이름을 올린 한 외국인 연구자는 7년간 136편의 논문을 냈다. 이 기간 고려대의 타임스고등교육(THE) 세계대학평가 순위는 2024년 201~250위 구간에서 2025년 189위로, 올해는 156위까지 뛰어올랐다.

학계에서 문제 삼는 지점은 이런 방식이 실제 연구 역량 향상이 아니라 지표 계산 방식의 허점을 이용한 것이라는 데 있다. 외국인 학자가 세계 어디에서 연구하든 발표 논문에 한국 대학을 제2, 제3 소속으로 기재하기만 하면 그 실적이 실시간으로 해당 대학의 연구 성과로 집계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국내 대학에서 성실하게 연구하고 학생을 지도하는 교수들 입장에서는, 강의실에 나타나지도 않는 외국인 학자들의 이름값 덕분에 대학 순위가 오르는 상황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학들은 왜 이런 선택을 했나

대학들이 이런 방식에 의존하게 된 배경에는 만성적인 재정난이 자리한다. 국내 대학 등록금은 17년째 사실상 동결된 상태이고,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 지원 규모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신입생 감소로 대학 간 서열 경쟁까지 격화되면서, 대학 본부 입장에서는 단기간에 세계대학평가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으로 해외 고인용 학자 영입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학 측은 국제화 시대에 연구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비판적인 시각에서는 실질적인 학술 교류 없이 지표만 부풀리는 편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의혹은 연합뉴스가 18회에 걸쳐 연속 보도하며 처음으로 공론화한 사안이다. 해당 보도를 담당한 이의진, 박수현, 이율립, 양수연 기자는 지난 4월 23일 한국기자협회가 주는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다. 이들은 국내 언론이 그동안 다루지 않았던 세계대학평가 지표의 허점을 파헤쳐 문제를 처음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연합뉴스 보도 이후 교육부는 관련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 현장의 우려와 향후 쟁점

교수사회의 반발은 단순히 몇몇 대학의 편법을 비난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세계대학평가 지표가 연구비 배정과 재정지원사업 선정, 신입생 모집에까지 직결되는 현실에서, 지표 자체의 허점을 이용한 순위 끌어올리기가 반복되면 성실하게 연구하는 교수와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특히 대학원생과 신진 연구자들은 실질적 기여 없이 이름만 올리는 관행이 확산할 경우 공정한 평가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앞으로 주목할 부분은 교육부 조사 결과와 대학들의 후속 조치다. 연세대가 2022년 관련 계약을 정리한 사례처럼 다른 대학들도 유사한 방식의 운영을 재검토할지, 아니면 세계대학평가 지표 자체의 산정 방식에 변화가 있을지가 관건이다. 국제 학술지와 평가기관들도 이중 소속 논문의 실적 집계 방식을 둘러싼 논란에 대응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만큼, 이번 사안이 국내 대학의 연구 실적 평가 체계 전반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