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가 해킹 조직의 ‘공격 증폭기’로 떠올랐다
24일 대만의 사이버 위협 연구기관 팀T5는 중국 해킹 조직들이 해외 목표물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중국 인공지능 모델 딥시크를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팀T5가 공개한 ‘2025년 아시아·태평양 지역 지능형 지속 위협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와 연계된 해킹 조직들은 단순 반복 업무를 인공지능에 맡기고 고도화된 악성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이를 사용하기 시작한 뒤 공격 횟수를 두 배 이상으로 늘렸다. 인공지능이 새로운 공격 기법 하나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해킹 절차 전체의 속도와 규모를 끌어올리는 도구로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보고서가 주목한 지점은 해커들이 반드시 가장 성능이 뛰어난 모델만을 고르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중국에는 문샷이 개발한 키미 K3를 비롯해 더 강력한 모델들이 있지만, 해킹 조직들은 딥시크의 상대적으로 허술한 사이버 보안 장벽과 낮은 운용 비용에 매력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됐다. 공격자에게 중요한 기준은 종합적인 성능 순위보다 통제 장치를 얼마나 쉽게 우회할 수 있는지, 반복 작업을 얼마나 저렴하게 처리할 수 있는지일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최고 성능보다 낮은 비용과 느슨한 통제
인공지능 산업에서는 모델의 추론 능력과 정확도, 처리 속도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거론되지만 악용의 관점에서는 평가 기준이 달라진다. 해커가 원하는 것은 정교한 답변만이 아니라 대량의 작업을 중단 없이 반복할 수 있는 접근성이다. 보안 장벽이 느슨하고 운용 비용이 낮은 모델은 개별 작업의 완성도가 다소 떨어지더라도 전체 공격량을 늘리는 데 유리할 수 있다. 경험이 풍부한 공격자가 결과물을 선별하고 수정한다면 성능이 낮은 모델도 충분히 실용적인 보조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팀T5의 분석이다.
이 구조에서는 인공지능이 공격자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숙련된 해커의 생산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절차를 모델에 넘기면 사람은 더 복잡한 악성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공격 경로 탐색에 집중할 수 있다. 보고서에서 공격 횟수가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제시된 배경도 이런 분업 구조와 연결해 볼 수 있다. 자동화가 공격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기존 조직의 작전 수행 능력까지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해외 목표물을 겨냥한 활동에 오픈소스 인공지능 모델이 사용된다는 점은 방어 측에 복합적인 부담을 준다. 같은 계열의 모델을 여러 환경에서 운용할 수 있고 비용 부담도 낮다면 공격 조직은 작업량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다. 반면 방어 조직은 늘어난 시도를 각각 탐지하고 분석해야 한다. 공격 한 건의 기술적 수준만 보는 방식으로는 위험을 충분히 파악하기 어려우며, 반복 빈도와 자동화 정도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격의 질보다 규모가 먼저 바뀐다
팀T5 보고서가 보여주는 변화의 핵심은 인공지능이 곧바로 전례 없는 해킹 기술을 만들어냈다는 데 있지 않다. 이미 경험을 갖춘 조직이 상대적으로 성능이 낮은 모델까지 활용해 공격 규모를 키우고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사이버 위협을 평가할 때 모델의 최고 성능만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 위험은 모델 자체의 능력과 공격자의 경험, 낮은 비용, 허술한 악용 방지 장치가 결합될 때 커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공격 횟수의 증가는 방어자의 시간과 인력을 소모시키는 효과도 낳을 수 있다. 모든 시도가 고도화돼 있지 않더라도 대량으로 이어지면 정상 활동과 위협을 구분하는 부담이 커진다. 숙련된 해커가 인공지능이 만든 결과를 토대로 취약한 부분을 찾아 수정한다면 반복 과정 자체가 공격의 정교함을 높이는 통로가 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보고서가 확인한 핵심은 공격 횟수 확대와 악성 소프트웨어 개발 활용이며, 개별 공격의 성공률이나 피해 규모까지 제시한 것은 아니다. 위협의 범위를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자동화가 가져온 구조적 변화를 분리해 볼 필요가 있다.
딥시크가 선택된 이유 역시 브랜드의 인지도보다 실용성에 가까워 보인다. 더 강력한 키미 K3가 존재하는데도 공격자들이 딥시크를 많이 이용한다는 설명은 사이버 악용 방지 정책의 효과가 모델 성능과 별개의 경쟁 요소임을 드러낸다. 안전장치가 약한 모델이 저렴하게 제공될 경우 정상 이용자뿐 아니라 악의적 이용자에게도 효율적인 선택지가 된다. 따라서 인공지능 생태계의 위험은 가장 뛰어난 단일 모델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접근하기 쉽고 반복 사용하기 편한 모델이 널리 퍼지는 과정에서도 확대될 수 있다.
인공지능 안전 경쟁의 기준도 달라져야
이번 사례는 인공지능 개발사가 악용 방지 장치를 부가 기능으로 취급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모델이 요청을 거부하도록 설계하는 것만으로 충분한지, 반복적인 사용 과정에서 통제가 유지되는지, 낮은 비용이 대량 악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는지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평가다. 특히 오픈소스 모델은 활용 범위가 넓다는 장점이 있지만, 공격자가 모델을 어떤 방식으로 운용하는지 중앙에서 일관되게 통제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동시에 드러낸다.
방어 조직에도 대응 기준의 전환이 요구된다. 인공지능이 생성한 결과물인지 판별하는 데만 집중하면 실제 공격 흐름을 놓칠 수 있다. 팀T5가 지적한 것처럼 해커들은 단순 업무의 자동화와 고도화된 악성 소프트웨어 개발을 결합하고 있다. 방어 측에서는 개별 산출물의 출처보다 공격 절차가 얼마나 빠르게 반복되는지, 사람과 인공지능의 역할이 어떻게 나뉘는지, 기존과 다른 규모의 시도가 나타나는지를 종합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
딥시크 활용 사례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인공지능 시대의 사이버 위협은 최고 수준의 모델이 등장할 때만 커지는 것이 아니라, 비교적 낮은 성능의 모델이 값싸고 느슨한 통제 아래 숙련된 공격자의 손에 들어갈 때도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 글로벌 독자에게 이번 보고서가 중요한 이유는 특정 국가의 모델 하나를 둘러싼 논란을 넘어, 인공지능의 비용과 접근성, 안전장치가 전 세계 사이버 보안의 공격 속도와 방어 부담을 동시에 바꾸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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