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미국판 스핀오프 ‘헤클러’ 제작 중단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미국판 스핀오프 ‘헤클러’ 제작 중단

넷플릭스가 수년간 개발해 온 ‘오징어 게임’ 미국판 스핀오프 ‘헤클러’를 더 이상 제작하지 않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데이비드 핀처가 연출하고 데니스 켈리가 극본을 맡을 예정이

8일(현지시간) 넷플릭스가 인기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미국판 스핀오프 ‘헤클러’(가제)를 더 이상 제작하지 않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연예 매체 더 플레이리스트와 기즈모도에 따르면, 수년에 걸쳐 개발된 이 프로젝트는 넷플릭스 내부 임원 교체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우선순위 변화 속에서 멈춰 선 것으로 보인다. 9일 현재 넷플릭스가 특정 지역을 무대로 한 다른 ‘오징어 게임’ 스핀오프를 제작하고 있다는 정황도 확인되지 않았다.

‘헤클러’는 단순한 해외 리메이크 이상의 기대를 모았던 프로젝트다. 영화 ‘파이트 클럽’, ‘조디악’, ‘나를 찾아줘’를 연출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드라마 ‘유토피아’ 시리즈의 데니스 켈리가 극본을 맡을 예정이었다. 영국 제작과 올해 촬영 가능성까지 거론됐지만, 구체적인 제작 단계로 이어지지 않은 채 방향이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적인 연출가와 한국 대표 드라마 지식재산권의 만남을 기다렸던 시청자에게는 아쉬운 소식이지만, 동시에 ‘오징어 게임’ 확장 전략이 다시 설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읽힌다.

케이트 블란쳇의 딱지치기가 키운 기대

미국판을 향한 관심이 특히 커진 계기는 ‘오징어 게임 3’ 마지막 회였다. 프론트맨 역의 이병헌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뒷골목에서 할리우드 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딱지치기하는 모습을 목격하는 장면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어린이 놀이인 딱지치기는 ‘오징어 게임’ 세계에서 참가자를 위험한 게임으로 끌어들이는 상징적인 장치다. 익숙한 놀이가 로스앤젤레스라는 새로운 공간과 세계적인 배우를 만나면서, 이야기의 무대가 미국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기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그러나 그 장면이 곧바로 ‘헤클러’ 제작을 확정한 신호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작품 속 장면은 ‘오징어 게임’의 규칙과 유혹이 한국 밖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상상력을 열어 놓았지만, 실제 제작은 별도의 개발 과정과 사업적 판단을 거쳐야 한다. 이번 보도는 강렬한 결말이 만든 서사적 가능성과 플랫폼이 선택하는 현실의 제작 우선순위가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팬들에게 남겨진 단서는 여전히 흥미롭지만, 현재로서는 미국판의 출발점보다 원작 세계의 넓이를 암시한 장면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정확하다.

케이트 블란쳇의 등장은 미국판에 대한 공식 발표가 아니라 작품 내부의 연출이었다. 그럼에도 이 짧은 장면이 큰 반응을 불러온 것은 ‘오징어 게임’의 상징이 언어와 국경을 넘어 즉시 이해될 정도로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복잡한 설명 없이도 딱지, 정장 차림의 모집자, 낯선 골목만으로 다음 게임의 가능성을 떠올리게 한다. 미국판이 중단된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도 이 장면의 매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청자가 직접 세계관의 다음 공간을 상상하게 하는 열린 결말의 성격이 더 선명해졌다.

핀처와 켈리의 조합이 남긴 가능성

데이비드 핀처와 데니스 켈리의 참여 예정은 ‘헤클러’가 원작을 그대로 옮기는 단순 복제와는 다른 방향을 모색했을 가능성을 보여줬다. 다만 두 창작자가 어떤 이야기와 인물을 준비했는지, 원작의 게임 구조를 어떤 방식으로 변주하려 했는지는 공개된 사실이 없다. 따라서 구체적인 내용이나 완성 형태를 추정하는 것은 어렵다. 확인할 수 있는 핵심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감독과 작가가 연결될 만큼 ‘오징어 게임’이라는 한국 드라마의 지식재산권이 국제 제작 시장에서 높은 확장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이다.

영국에서 제작하고 올해 촬영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는 사실도 프로젝트가 상당 기간 업계의 관심 안에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하지만 제작 논의가 오래 이어졌다는 것과 실제 촬영이 확정됐다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이번 사례는 유명 창작자의 이름, 촬영지 후보, 예상 일정이 거론되더라도 플랫폼의 전략이 바뀌면 프로젝트가 현실화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더 플레이리스트가 전한 내용처럼 임원 교체와 수년에 걸친 개발 이후 우선순위가 달라졌다는 설명은, 작품의 화제성만으로 제작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드러낸다.

미국판보다 지역별 해석에 쏠린 시선

넷플릭스가 미국판 대신 각국 시장에 맞춘 버전에 더 관심을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대목은 이번 보도의 핵심이다. 하나의 대규모 미국판을 중심으로 세계관을 확장하기보다, 서로 다른 시장의 문화와 시청 환경에 맞는 접근법을 검토하는 방향으로 무게가 이동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오징어 게임’의 힘은 한국 사회와 놀이 문화에서 출발한 구체적인 설정이 세계 시청자에게 보편적인 긴장과 질문으로 전달됐다는 데 있다. 지역별 버전 역시 현지성을 살릴 수 있다면 원작의 외형을 반복하는 것과 다른 창작적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다만 현재 특정 지역 버전의 스핀오프가 실제 제작 중인 것은 아니라는 소식통의 설명을 함께 봐야 한다. 각국 시장에 맞춘 버전에 관심을 둔다는 전략적 방향과, 어느 국가에서 어떤 작품이 제작된다는 확정 사실은 전혀 다른 단계다. 지금 확인되는 것은 미국판 ‘헤클러’가 더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보이며 넷플릭스의 관심 방향이 달라졌다는 점뿐이다. 새로운 국가, 배우, 제작진 또는 촬영 일정을 예고하는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팬들이 다음 작품을 기다리더라도 공식화되지 않은 지역판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이유다.

중단보다 더 중요한 ‘오징어 게임’의 확장성

‘헤클러’의 중단 가능성을 ‘오징어 게임’ 세계관 전체의 종료로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 이번 소식은 하나의 개발 프로젝트와 플랫폼의 우선순위에 관한 것이며, 원작이 구축한 국제적 인지도와 상징성까지 부정하는 내용은 아니다. 오히려 데이비드 핀처, 데니스 켈리, 케이트 블란쳇 같은 이름이 미국판 가능성과 함께 거론됐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에서 시작된 드라마가 할리우드의 창작자와 글로벌 시청자를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문화적 자산이 됐음을 보여준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미국판을 대신할 작품이 곧 등장하느냐가 아니라,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의 정체성과 지역별 해석 사이에서 어떤 기준을 세우느냐다. 현재 진행 중인 특정 지역 스핀오프가 없다는 설명을 고려하면 성급한 후속작 전망보다 공식적인 움직임을 기다리는 것이 타당하다. 세계의 팬들에게 이번 소식이 흥미로운 이유는 분명하다. 미국판 한 편의 제작 여부를 넘어, 한국의 놀이와 서사에서 출발한 ‘오징어 게임’이 앞으로 어느 문화권에서 어떤 방식으로 다시 해석될 수 있는지 묻는 새로운 단계가 열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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