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나눔의 집서 기념식 열려
8일 경기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서 열린 ‘2026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에 추미애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300명이 넘는 시민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낮 최고기온이 38도에 달하는 폭염 속에서도 진행됐으며, 지난 3월 28일 별세한 고 강일출 할머니의 흉상 제막식이 함께 열려 뜻깊은 자리가 됐다.
이날 기념식에는 추미애 경기도지사와 나눔의 집 관계자, 시민단체 회원, 학생 등 300여명이 참석해 헌화와 묵념으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아픔을 함께했다. 행사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명예 회복과 역사 계승에 기여한 공로로 김향미 수원평화나비 공동대표에게 경기도지사 표창이 수여됐다. 김 공동대표는 12년 넘게 수원수요문화제를 이끌며 수원 지역의 기림의 날 기념사업을 추진해온 인물이다.
이날 처음 열린 ‘평화·인권·기억의 메시지 공모전’ 시상식도 눈길을 끌었다. 시, 그림, 창작곡 등 세 분야로 진행된 이번 공모전에는 총 150점의 작품이 접수됐으며, 대상은 음악 작품 ‘바람’이 차지했다. 시상식 이후에는 수상자들이 직접 참여해 소감을 나누는 ‘기억을 잇는 대화’ 시간도 마련됐다.
행사의 중심에는 지난 3월 28일 세상을 떠난 고 강일출 할머니를 기리는 흉상 제막식이 있었다. 1928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난 강 할머니는 1944년 17세의 나이에 중국 헤이룽장성의 일본군 위안소로 강제 동원됐던 피해자다. 참석자들은 새로 세워진 흉상 앞에서 헌화하고 묵념하며 고인의 용기와 삶을 되새겼다.
사라지는 증언, 이어지는 기억의 공간
나눔의 집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삶과 역사를 기억하는 공간으로, 현재 실제로 거주하는 피해자 할머니는 없지만 전시관과 생활 시설을 통해 피해자들의 흔적을 보존하고 있다. 정부는 매년 8월 14일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으며, 이번 나눔의 집 행사는 경기도가 도내 곳곳에서 진행하는 관련 추모 행사 중 하나로 마련됐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이날 기념사에서 국가가 제대로 나서지 못한다면 국제적 시민 연대를 통해 계속 외쳐야 한다고 말하며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을 위한 국제 사회와의 연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한일 양국 간의 외교 현안을 넘어 전쟁과 여성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의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행사에서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아픔을 담은 조정래 감독의 영화 귀향과 관련된 기억도 소개됐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고인의 그림 태워지는 처녀들은 당시 피해자들의 고통을 표현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날 참석자들은 이러한 기록이 역사 인식 형성에 미치는 의미를 되짚었다.
지역 공간에서 이어지는 역사 기억과 사회적 교육
경기 광주에 위치한 나눔의 집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지역 공간이 역사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방문객들은 전시와 시설을 통해 과거의 사건을 접하고, 개인의 경험이 사회적 기억으로 남는 과정을 살펴봤다. 특히 이날 기념식에서는 어린이 참석자가 새로 제막된 강일출 할머니 흉상을 바라보는 모습도 전해졌는데, 이는 역사적 사건을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는 과정이 단순한 설명을 넘어 직접 보고 느끼는 경험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피해자 할머니들의 고령화와 잇따른 별세로 직접 증언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번 행사처럼 흉상 제막과 공모전 등 새로운 방식의 기억 계승 활동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는 앞으로도 나눔의 집을 비롯한 도내 관련 시설에서 역사 교육과 추모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기억을 미래 세대와 연결하는 한국 사회의 과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한국 사회 내부의 역사 인식뿐 아니라 전쟁과 인권 문제를 바라보는 국제적 관심과도 연결된다. 이날 행사는 특정 세대만의 기억이 아니라 인권과 평화라는 보편적 가치 측면에서 과거를 바라보는 계기를 제공했다. 나눔의 집 관계자와 행사 참석자들은 할머니들은 이제 계시지 않지만 비극의 역사를 잊지 않도록 기억을 이어 나갔으면 한다는 뜻을 전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여전히 완전한 해결에 이르지 못한 채 국제 사회의 관심 속에 남아 있다.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사라져가는 시점에서 이번 행사와 같은 기록물, 기념 공간, 교육 프로그램이 역사적 사실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핵심 매개체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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