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우디·카타르·UAE와 10년 방위협정 체결…미국 지원 지연 속 외교 다변화

우크라이나 걸프국 10년 방위협정 체결 의미는…미국 안전보장 공백과 전쟁 외교의 새 축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안전보장 제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걸프국과 10년 방위협정을 맺었다는 연합뉴스 보도는 전쟁 외교의 지형 변화 신호로 읽힌다. 이번 협정은 군사 지원 자체보다도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2026년 3월 27일부터 28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를 잇달아 방문해 각국과 10년 기한의 방위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미국의 안전보장 관련 논의가 지연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유럽과 북미 중심이던 지원망을 걸프 지역으로 넓히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3월 27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무인기(드론) 요격 기술과 방공 체계 협력을 핵심으로 하는 방위협력 협정에 서명했다. 이어 28일에는 카타르 도하를 방문해 두 번째 10년 협정을 맺었으며, 카타르 정부는 이 협정에 전문가 교류, 공동 투자 확대, 기술 협력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같은 순방 기간 UAE와도 유사한 방위협력 협정 체결 절차가 진행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순방을 마친 뒤 이번 협정들을 역사적인 성과로 평가했다.

이번 협정들은 우크라이나가 추진해 온 이른바 드론딜 구상의 일환이다. 이 구상은 최소 10건의 개별 무기 수출 계약을 맺고, 우크라이나와 파트너국 양쪽에 생산라인을 두는 공동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현지 취재진에게 10년 전략급 계약의 규모가 수백만 달러가 아니라 수십억 달러 단위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UAE 3개국 외에도 11개국이 추가로 유사한 협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배경 – 미국 지원 지연 속 자구책

이번 협정의 배경에는 미국의 안전보장 논의 지연이 자리하고 있다. 이란과의 무력 충돌 이후 미국의 정책 우선순위가 재편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논의가 후순위로 밀리자, 우크라이나는 자체적으로 지원선을 다변화할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걸프 국가들 입장에서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드론 공세를 상시적으로 방어하며 축적한 실전 요격 데이터와 통합 운용 노하우는 실질적 가치를 지닌다.

특히 젤렌스키 대통령의 걸프 순방 기간 이란이 UAE 내 우크라이나 관련 드론 시설을 공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걸프 지역 자체도 드론과 미사일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 이번 협력의 실질적 동기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걸프 국가들은 최근 수년간 에너지와 금융을 넘어 지역 안보 문제에서도 존재감을 넓혀 왔으며, 우크라이나와의 방위협력은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 사업에 걸프 자본이 참여할 경우 향후 인프라·에너지 프로젝트에서 우선권을 확보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망 – 걸프를 새로운 지원 축으로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번 협정을 계기로 걸프 지역을 유럽·북미와 병행하는 새로운 지원 축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각 협정의 세부 조항과 실제 이행 시점은 아직 전부 공개되지 않았으며, 무기 공동생산과 자금 집행이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후속 발표를 지켜봐야 한다. 우크라이나로서는 미국의 지원 재개 여부와 무관하게 안정적인 수출·투자 통로를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고, 걸프 국가들로서는 역내 드론 방어력 강화와 함께 국제 외교 무대에서 중재자 역할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가 언급한 11개국의 추가 관심 표명이 실제 협정으로 이어질지도 향후 주목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