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습 이후 불거진 나토 탈퇴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4월 1일 공개된 영국 텔레그래프 등과의 인터뷰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탈퇴 가능성을 다시 언급하며 나토를 페이퍼타이거(paper tiger·종이호랑이)라고 지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회원 재검토 여부를 묻는 질문에 재검토 그 이상, 즉 탈퇴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취지로 답하며 나토에 흔들린 적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CNN, CNBC, 폭스뉴스, 타임 등 복수의 외신이 보도했다.
이번 발언의 직접적 계기는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을 개시한 이후 나토 동맹국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3월 중순 나토 회원국들에 호르무즈 해협 안전 확보에 협력하지 않을 경우 매우 나쁜 상황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으나, 유럽 주요국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며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파견하는 데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유럽의 태도를 동맹의 배신으로 받아들였고, 이것이 페이퍼타이거 발언과 탈퇴 시사로 이어졌다는 것이 외신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다만 실제 탈퇴 절차가 즉각 개시된 것은 아니다. 미국이 나토에서 탈퇴하려면 의회 동의가 필요하다. 2023년 당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발의해 통과된 국방수권법(NDAA) 조항에 따라 대통령이 단독으로 나토를 탈퇴할 수 없고 상원의 3분의 2 동의 또는 별도의 의회 입법이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다수의 안보 전문가와 전직 관료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단기간에 실제로 나토를 떠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부각됐나
이번 사안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갈등의 성격이다. 나토 조약 5조의 집단방위 의무는 유럽·대서양 지역에 대한 무력공격을 전제로 하며, 중동에서 벌어진 이란과의 군사충돌은 조약이 규정한 범위 밖의 사안이다. 유럽 회원국들이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소극적이었던 배경에는 이런 조약상 근거의 한계와 함께, 중동 분쟁에 직접 발을 들이는 데 대한 정치적 부담도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동맹의 무임승차와 신뢰 훼손으로 규정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실제 조치도 뒤따랐다. 5월 2일에는 독일 주둔 미군 병력 5000명을 철수한다는 계획이 발표됐고,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를 다시 한번 페이퍼타이거로 지칭했다. 발언에 그치지 않고 병력 재배치라는 실질적 조치가 병행됐다는 점에서 유럽 내 위기감은 이전보다 커진 상태다.
미국 내 여론도 균열을 보이고 있다. 퓨리서치센터가 3월 발표한 조사에서 나토 가입이 미국에 상당한 이익을 준다고 답한 공화당 지지층은 38퍼센트로, 1년 전 49퍼센트에서 크게 낮아졌다. 나토의 이익이 크지 않거나 전혀 없다고 답한 공화당 지지층은 60퍼센트로 전년 50퍼센트에서 늘었다. 6월 센터스퀘어 조사에서는 공화당 지지층의 46퍼센트가 나토 잔류를, 39퍼센트가 탈퇴를 지지한다고 답해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였다. 레이건연구소 조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이른바 마가(MAGA) 성향 공화당원 가운데 63퍼센트가 나토 탈퇴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 지지층 내에서도 온도차가 뚜렷하다.
유럽과 러시아에 미치는 파장
유럽 각국은 미국의 안보 공약이 예측 불가능해졌다는 우려 속에 국방비 확대와 자체 방위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군이 제공해 온 전략자산, 정보체계, 장거리 수송능력, 미사일 방어, 핵우산을 단기간에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은 만큼, 유럽연합 차원의 공동 조달과 방산 협력을 강화하려는 논의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특히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폴란드와 발트 3국 등 동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태도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미국 내 동맹 회의론과 독일 주둔 미군 감축이 서방 결속의 균열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이것이 곧바로 군사적 모험주의로 이어질지는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억지력은 조약 문구가 아니라 위기 시 실제 이행 의지에 대한 신뢰에서 나오기 때문에, 미국의 공약을 둘러싼 불확실성 확대 자체가 이미 전략적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 외교·안보에 주는 함의
이번 사안은 단순한 유럽 뉴스로만 보기 어렵다. 미국이 동맹을 비용과 성과 중심으로 재평가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조약이 규정한 범위 밖의 분쟁에서 동맹국의 협력 여부를 신뢰의 척도로 삼는 태도가 굳어질 경우 그 논리는 유럽을 넘어 다른 지역 동맹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나토 조약과 별개의 법적 체계이지만, 방위비 분담과 역할 확대를 둘러싼 요구가 커질 가능성은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적 파장도 무시하기 어렵다. 유럽의 방위력 증강 수요는 한국 방산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는 반면, 지정학적 긴장 고조는 공급망과 투자심리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향후 주목할 지점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의 탈퇴 시사가 실제 행정부 차원의 정책 검토로 이어지는지, 둘째, 의회가 2023년 국방수권법에 규정된 동의 절차를 어떻게 다룰지, 셋째, 독일 주둔 미군 감축과 같은 실질적 조치가 다른 지역 미군 배치 재검토로 확산할지 여부다. 이 세 흐름이 어떻게 맞물리는지에 따라 한국의 외교·안보 대응도 더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