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시장 위기 심화, 전월세 전환율 7년 만에 최고치
2025년 9월, 서울 전세시장이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주택 전월세 전환율이 지난달 4.25%를 기록하며 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전월 대비 0.02%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2018년 2월 이후 7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환율 상승은 지난해 말부터 10개월 연속 지속되고 있어 서울 임대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세 공급 부족과 대출 규제의 복합적 충격
전월세 전환율 상승의 배경에는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조건부 소유권 이전 전세대출 금지, 전세보증금 대출보증비율 축소, 정부보증 전세대출 한도 삭감 등의 조치가 전세 공급을 급격히 감소시켰다. 전세보증금이 억대를 넘나드는 서울에서 대출 규제는 특히 큰 타격을 주었다. 그 결과 임대시장에서 전세 매물이 사라지고 월세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세 매물 부족으로 인해 임차인들은 어쩔 수 없이 월세로 전환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주거비 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2억 원대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할 경우 월 80만원 이상의 임대료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기존 전세 시스템에 익숙했던 한국 임차인들에게는 상당한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사철 수요와 맞물린 월세 시장 과열
전문가들은 9월부터 시작되는 가을 이사철 수요가 본격화되면서 월세 전환 가속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광운대학교 서진형 교수는 “전세사기와 대출 규제로 인해 월세 수요가 증가했다”며 “가을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월세 상승세는 더욱 가파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서울의 주요 임대 중개업소들은 전세 문의가 급감하는 반면 월세 문의는 폭증하고 있다고 전한다. 강남 3구를 비롯한 주요 지역에서는 전세가율이 50% 이하로 떨어지면서 임대인들도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시장 조정을 넘어 한국 임대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의미한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전월세 전환율 기준은 5.8%로 설정되었으나, 실제 시장에서는 이보다 낮은 4.25% 수준에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어 임차인들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속적인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어 향후 임차인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2025년 서울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변화
서울대학교 김경민 교수는 “2025년이 서울 부동산이 슈퍼 사이클의 파도를 타게 될 해”라고 전망했다. 전세 가격 상승과 공급 절벽, 미해결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문제 등이 모두 부동산 시장의 큰 상승을 암시하는 지표들이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약 10억 원 수준이지만, 지역별 편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강남구는 24억 원인 반면 노원구는 5억 9,000만 원으로 4배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서울시의 아파트 착공 물량이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향후 최소 3년간은 부동산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부터 서울의 아파트 공급 물량이 급감하기 시작하면서, 주택 청약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미리 준비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이러한 공급 부족 현상은 전세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전세 매물 부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빌라 시장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025년 3월 서울 빌라 실거래가는 전년 동월 대비 2% 이상 상승하며 전세사기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거래량도 3,024건을 기록하며 활성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아파트 시장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전세시장 위기가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닌 한국 임대시장의 구조적 전환점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전세 제도가 점차 축소되고 월세 중심의 임대시장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임차인들의 적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주거 정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