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시장 위기 심화, 전월세 전환율 7년 만에 최고치
서울 주택 전월세 전환율이 4.25%를 기록하며 2018년 2월 이후 7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KB부동산 집계에 따르면 이는 전월인 7월의 4.23% 대비 0.02%포인트 오른 수치로, 지난해 10월 4.10%를 저점으로 10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월세 전환율은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환산할 때 적용되는 비율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세입자가 월세로 전환할 때 부담해야 하는 임대료 부담이 커진다는 의미를 갖는다. 지역별로는 강북권 전환율이 4.31%로 서울 평균을 웃돌아, 강남권보다 강북권 세입자의 월세 전환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 공급 부족과 대출 규제의 복합적 충격
전월세 전환율 상승의 배경에는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가 자리하고 있다. 조건부 소유권 이전 전세대출 금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대상 축소, 정부보증 전세대출 한도 삭감 등의 조치가 시행되면서 전세 수요자들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졌고, 그 여파가 전세 매물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억대 보증금이 기본인 서울 주택시장에서 대출 규제는 특히 큰 타격을 주었고, 그 결과 전세 매물이 줄어들고 월세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세 매물 부족으로 세입자들이 불가피하게 월세로 눈을 돌리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보증금 2억원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경우 월 70만~80만원대의 임대료를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전세 제도에 익숙했던 서울 세입자들에게 새로운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사철 수요와 맞물린 월세 시장 과열
부동산 전문가들은 9월부터 본격화되는 가을 이사철 수요가 겹치면서 월세 전환 흐름이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광운대학교 서진형 교수는 전세사기 여파에 따른 전세 기피 심리와 대출 규제가 겹치며 월세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이사철 수요까지 더해지면 월세 상승세가 한층 가속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 교수는 공공임대와 민간임대를 병행하는 이른바 투트랙 전략과 함께, 일정 규모 이하 비아파트에 대한 규제 완화를 통해 임대 물량 공급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실제로 서울의 주요 임대 중개업소들은 전세 문의가 줄어드는 반면 월세 문의는 늘고 있다고 전한다. 강남 3구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가율이 50% 아래로 떨어지면서, 임대인들도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편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전월세 전환율의 법정 상한은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연 2%포인트를 더한 수준으로 정해지며, 현재 이 법정 상한은 연 4.5% 안팎이다. 시장에서 형성되는 4%대 초반의 실제 전환율은 이 법정 상한에 점차 근접하고 있어, 향후 기준금리 변동에 따라 전환율 추이도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25년 서울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변화
서울대학교 김경민 교수는 저서 부동산 트렌드 2025에서 공급 부족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문제 장기화, 전세 가격 상승 등이 맞물리면서 서울 부동산 시장이 2021~2022년 고점을 넘어서는 상승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서울 지역 간 아파트 가격 편차는 여전히 크게 나타나고 있으며, 강남권과 강북 외곽 지역 간 격차가 수 배에 이른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서울시의 아파트 착공 물량이 최근 수년 새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러한 공급 위축이 앞으로 수년간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급 부족 현상은 전세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전세 매물 부족을 심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반면 빌라(연립·다세대) 시장은 전세사기 사태 이후 위축됐던 거래가 점차 회복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 아파트 시장의 대안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전세시장 변화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한국 임대시장의 구조적 전환 과정이라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전세 비중이 점차 줄고 월세 중심의 임대시장으로 재편되는 흐름 속에서 세입자들의 적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주거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