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5년을 마무리한 퇴임식
연합뉴스에 따르면 6·3 지방선거에서 3선 도전에 실패한 박형준 부산시장은 26일 오후 부산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직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5년간의 부산 시정 여정을 마무리했다.
실제 임기 종료일은 30일이지만, 박 시장은 후임 전재수 당선인의 집무실 준비 등을 배려해 조기 퇴임하는 방식을 택했다. 한국 제2의 도시로 불리는 부산은 항만, 관광, 도시 재생, 청년 정착 과제가 한꺼번에 얽힌 도시인 만큼, 이번 퇴임은 단순한 인사 이동을 넘어 도시 비전의 한 장면이 바뀌는 순간으로 읽힌다.
박 시장의 임기 5년은 ‘15분 도시’, 가덕신공항, ‘월드클래스 도시’라는 표현으로 요약된다. 그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부산의 중단 없는 발전을 내세우며 청년 1억원 자산 형성 프로젝트와 최고 시민 패스 등을 제시했지만, 3선 도전 실패로 그 구상은 완성 단계까지 이어지지 못하게 됐다.
‘15분 도시’가 남긴 생활권의 질문
박형준 시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15분 도시였다. 15분 도시는 시민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능을 가까운 생활권 안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도시 구조를 다시 바라보는 개념으로, 부산처럼 산과 바다, 원도심과 신도심이 함께 놓인 도시에서 특히 상징성이 큰 의제였다.
부산의 도시는 관광지로 소비되는 해안 풍경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시민에게는 출퇴근, 돌봄, 여가, 행정 서비스, 지역 상권 접근성이 모두 생활의 질을 결정한다. 박 시장이 15분 도시를 전면에 세웠다는 사실은 부산의 경쟁력을 대형 개발 사업만이 아니라 일상권의 편리함과 연결하려는 시도였다고 평가된다.
다만 퇴임으로 이 의제는 다음 시정의 선택과 조정 앞에 놓이게 됐다. 15분 도시가 구호를 넘어 시민의 체감 변화로 이어지려면 지역별 생활 여건과 교통, 공공서비스 배치가 함께 다뤄져야 한다. 박 시장의 퇴임은 이 정책이 어디까지 제도화됐고, 어디부터 새 리더십의 해석이 필요한지를 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
가덕신공항과 ‘월드클래스 도시’ 구상
박 시장의 5년에서 또 다른 핵심 축은 가덕신공항이었다. 가덕신공항은 부산이 스스로를 동북아의 관문 도시로 상상하게 만드는 상징적 사업으로, 도시 브랜드와 이동성, 산업 연결성을 함께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다.
그가 임기 중 가덕신공항을 이끌었다는 평가는 부산이 더 넓은 네트워크 속에서 도시의 위치를 재정의하려 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글로벌 독자에게 부산은 해운대와 항만, 영화제의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지역 내부에서는 공항과 교통 인프라가 장기적인 도시 경쟁력 논의의 중심에 놓여 있다.
박 시장이 선거 과정에서 내세운 ‘월드클래스 도시’ 부산이라는 표현도 같은 맥락에 있다. 이 표현은 도시의 규모를 키우겠다는 뜻만이 아니라, 시민 서비스와 도시 이미지, 청년 기회, 국제 접근성을 함께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로 해석된다. 그러나 3선 실패로 이 구상은 박 시장 개인의 장기 프로젝트가 아니라 다음 시정이 이어받거나 재구성해야 할 과제로 넘어가게 됐다.
청년 자산과 시민 패스가 보여준 도시 경쟁
박 시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청년 1억원 자산 형성 프로젝트와 최고 시민 패스 등을 제시했다. 이 두 제안은 부산이 청년을 어떻게 붙잡고, 시민에게 어떤 생활 혜택을 제공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담고 있었다.
청년 자산 형성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복지 언어가 아니다. 지역 도시가 청년에게 남을 이유를 제공해야 한다는 압박을 반영한다. 부산처럼 매력적인 관광 이미지를 가진 도시라도, 실제 거주를 선택하는 청년에게는 일자리, 자산 축적 가능성, 이동 편의, 문화 접근성이 모두 중요하다.
최고 시민 패스 역시 도시 생활의 체감도를 높이려는 방향으로 읽힌다. 시민이 도시의 공공서비스와 생활 인프라를 얼마나 편리하게 누리는지는 도시 브랜드만큼 중요하다. 이 구상이 미완으로 끝났다는 점은 부산의 다음 행정이 청년과 시민 생활 정책을 어떤 우선순위로 배치할지에 대한 관심을 키운다.
2030 세계박람회 유치 실패라는 아쉬움
박 시장은 임기 중 가장 아쉬운 부분으로 2030년 세계박람회 유치 실패를 꼽기도 했다. 세계박람회는 도시가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비전과 역량을 보여주는 상징적 행사인 만큼, 부산 시정에서 이 실패는 단순한 이벤트 유치 실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부산은 세계박람회 유치 도전을 통해 스스로의 도시 이미지를 다시 구성하려 했다. 항만도시, 해양도시, 관광도시라는 기존 정체성에 더해 국제 행사를 수행할 수 있는 도시라는 인식을 만들고자 했던 흐름이다. 그 과정에서 부산이라는 이름은 국내를 넘어 해외 독자에게도 더 자주 노출됐다.
그러나 유치 실패는 도시 비전이 항상 성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는 현실을 보여줬다. 동시에 실패 이후에도 도시의 방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박 시장의 퇴임은 세계박람회 도전 과정에서 형성된 도시 인지도와 정책 에너지를 다음 단계에서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조기 퇴임이 말하는 권력 이양의 장면
이번 퇴임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실제 임기 종료일보다 앞선 조기 퇴임이다. 박 시장은 후임 전재수 당선인의 집무실 준비 등을 배려하기 위해 26일 퇴임식을 열고 시청 직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지방정부의 리더십 교체는 시민 생활과 직접 맞닿아 있다. 중앙정치의 큰 담론과 달리 지방정부의 변화는 교통, 주거, 복지, 관광, 문화, 지역경제 같은 일상 의제를 통해 체감된다. 그래서 시장의 퇴임은 한 정치인의 퇴장이면서 동시에 도시 운영 방식의 전환점이 된다.
조기 퇴임이라는 방식은 행정 연속성을 고려한 절차로 해석된다. 물론 새로운 시정이 어떤 정책을 유지하고 어떤 정책을 조정할지는 별개의 문제다. 다만 퇴임식이 열린 26일 부산시청 대강당의 장면은 부산의 지난 5년을 정리하고 다음 4년의 방향을 준비하는 상징적 순간으로 남는다.
글로벌 독자가 보는 부산의 다음 이야기
부산은 한국 안에서는 서울 다음의 대도시로 인식되지만, 해외 독자에게는 바다와 항구, 관광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도시다. 이번 퇴임 뉴스가 흥미로운 이유는 한 도시가 관광 이미지를 넘어 생활권, 공항, 청년 정책, 국제 행사 도전을 통해 자신을 어떻게 재설계하려 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박 시장의 5년은 완결된 성공담이라기보다 방향과 과제가 함께 남은 시간으로 평가된다. 15분 도시는 일상 생활권의 질문을 남겼고, 가덕신공항은 도시의 연결성을 상징했으며, 청년 자산 형성과 시민 패스 구상은 시민이 체감하는 도시 경쟁력의 중요성을 드러냈다.
오늘 부산에서 벌어진 시장 퇴임은 한 지방정부 리더의 일정이 아니라, 한국의 대도시가 글로벌 도시로 보이기 위해 어떤 생활 정책과 도시 비전을 고민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점에서 세계 독자에게도 흥미로운 한국 사회의 현재다.
출처
· 박형준 부산시장 퇴임…5년간 15분 도시·가덕신공항 이끌어 (연합뉴스)
· [인사] 경기 화성시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