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025년 9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2.50%로 0.25%포인트 추가 인하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물가 안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 하방압력이 확대됨에 따라 내린 결정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 둔화 우려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조치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국은행이 올해 5월 29일 실시한 2025년 경제성장률 전망 대폭 하향 조정이다. 당초 1.5%였던 성장률 전망을 0.7%포인트나 낮춘 0.8%로 수정하면서, 한국 경제가 사실상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음을 공식 인정한 형국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의 성장률 전망으로 기록되고 있다.
건설투자 부진과 수출 불확실성이 주요 원인
한국은행이 제시한 성장률 둔화의 주요 원인은 건설투자의 지속적인 부진과 수출 여건의 불확실성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건설 부문의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내수 경기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소비 부문에서는 일부 개선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시장금리 하락과 함께 소비심리가 점진적으로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내수 경기의 완전한 붕괴는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러한 소비 회복세만으로는 건설투자 부진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대외 부문에서는 반도체 산업의 회복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WSTS(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가 최근 발표한 2025년 메모리반도체 매출 성장률 전망치는 17.1%로, 기존 전망치 13.4%보다 상향 조정됐다. 이는 AI 반도체 수요 증가와 메모리 업사이클이 지속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2026년 회복 전망에도 불확실성 잔존
한국은행은 2026년에는 성장률이 1.6%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는 내수 부문의 점진적 회복과 건설투자 조정 과정의 완료가 주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회복 시나리오에도 변수가 많은 상황이다.
9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110.1로 전월 대비 1.3포인트 하락한 것도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소비자들의 경기 전망이 여전히 신중한 수준에 머물러 있어, 내수 회복이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향후 물가, 성장 및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면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시기와 속도를 신중하게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적인 통화완화 정책의 여지를 열어두되, 부동산 시장 과열과 금융 불균형 확대 우려도 함께 고려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재정정책과의 조화 필요성 대두
전문가들은 현재의 저성장 국면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통화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재정정책과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2025년 정부 예산이 재정건전성을 우선시하는 긴축 기조를 보이고 있어, 총지출 증가율 3.6%, 재량지출 증가율 0.8%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 경기 부양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경제는 현재 반도체 산업의 회복세와 지속적인 자동차 수출 호조라는 긍정적 요인과 건설투자 부진 및 내수 회복 지연이라는 부정적 요인이 공존하는 복합적 상황에 놓여 있다. 향후 정책 당국의 대응 방향과 글로벌 경제 여건 변화가 2025년 하반기 경기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특히 미중 무역갈등의 재확산과 중국 경제 둔화 우려가 지속되고 있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과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 유지도 중요한 정책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