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 육박한 창원 노후 주거지, 고령층은 선풍기도 아끼며 폭염 견뎌

40도 육박한 창원 노후 주거지, 고령층은 선풍기도 아끼며 폭염 견뎌

40도에 가까운 창원, 집 안에서도 피할 수 없는 더위

2일 경상남도 창원의 고지대 노후 주거지역에서는 낮 기온이 40도에 육박한 가운데 노인들이 선풍기 사용까지 아끼며 집 안에서 폭염을 견디고 있다. 연합뉴스가 이날 찾은 이른바 ‘달동네’, 즉 산비탈이나 고지대에 오래된 주택이 밀집한 주거지역에서는 냉방기기가 있어도 충분히 가동하지 못하는 생활이 이어졌다. 기록적인 고온이 도시의 취약한 주거환경과 만나는 순간, 더위는 단순한 날씨를 넘어 일상의 이동과 휴식, 냉방 방식까지 바꾸는 사회적 조건이 된다.

이 지역에서 60년 넘게 살았다는 한 주민은 “이런 더위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오래된 집에서 생활하는 고령층에게 한낮의 실내는 반드시 안전한 피난처가 되지 못한다. 햇빛과 열기에 장시간 노출된 노후 주택은 바깥 기온이 치솟을수록 머물기 어려운 공간이 될 수 있고, 선풍기마저 아껴 사용하는 상황에서는 집 안에 있는 시간이 곧 더위를 감당하는 시간이 된다. 외출도 쉽지 않은 고령층에게 폭염은 집과 거리 어느 쪽도 편하게 선택하기 어려운 하루를 만든다.

창원의 상황은 이날 경남 양산에서 확인된 전례 없는 기온과도 맞닿아 있다. 양산은 오후 1시 16분 42.0도를 기록한 뒤 10분 만인 오후 1시 26분 42.5도까지 올랐다. 한국에서 근대적인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4년 이후 122년 동안 42도대 기온이 기록된 것은 처음이다. 숫자로는 한 지역의 최고기온이지만, 생활의 관점에서는 한국 남부 도시의 주택과 보행로, 쉼터가 감당해야 할 열기의 수준 자체가 달라졌다는 의미로 읽힌다.

3분 거리 쉼터가 바꾼 고령층의 하루

창원 회원경로문화센터에 마련된 무더위쉼터는 폭염 속에서 집 밖의 공동 휴식공간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여준다. 이곳에서 만난 80대 신모씨는 오전에 집안일을 한 뒤 쉼터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집에서 센터까지는 3분 거리지만 그 짧은 길에서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라고 했다. 그럼에도 부담 없이 시원하게 머물 수 있어 자주 온다는 그의 말은 가까운 냉방 공간 하나가 고령자의 하루 동선과 휴식 시간을 실질적으로 바꿀 수 있음을 드러낸다.

무더위쉼터는 한국 지방정부가 폭염 기간 주민에게 개방하는 냉방 휴식공간이다. 경상남도는 최근 폭염 취약계층이 시원한 시설에서 쉴 수 있도록 쉼터 운영시간을 평일 오후 10시까지 연장하고, 기존에 운영하지 않던 주말에도 문을 연다고 밝혔다. 낮뿐 아니라 저녁까지 더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운영시간 확대는 주민이 가장 뜨거운 시간만 잠시 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갈 시점을 조절할 여지를 제공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설의 존재와 실제 이용 가능성을 함께 살피는 일이다. 신씨에게 쉼터가 유용한 이유는 시원하다는 점뿐 아니라 걸어서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고, 별도의 부담 없이 머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같은 도시 안에서도 이동이 어렵거나 쉼터가 멀다면 이용 문턱은 높아질 수 있다. 폭염 대응의 효과는 냉방설비의 수보다 주민이 그 공간에 도착해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분석된다.

서울부터 전북까지 달라진 도시의 리듬

2일 폭염은 창원과 양산에만 머물지 않았다. 서울에서는 서북권의 폭염주의보가 오전 11시 폭염경보로 격상되면서 전역이 폭염경보 상황에 들어갔다. 서울시는 온열질환자 증가를 우려해 쪽방 주민과 고령층을 특별 관리하고 도로 살수 등 대응에 나섰다. ‘쪽방’은 매우 좁은 방들이 밀집한 한국 도시의 주거 형태로, 폭염 때는 냉방과 환기가 충분하지 않은 주민을 세심하게 살펴야 하는 공간으로 꼽힌다.

전북에서도 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오후 1시 기준 고창 심원 35.6도, 김제 35.4도, 전주 35.3도, 남원 35.2도, 군산 오식도 35.1도, 익산 35도를 기록했다.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을 비롯한 도심 번화가는 사람의 발길이 줄어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평소 이동과 만남이 이뤄지는 거리가 비고 냉방이 가능한 실내로 활동이 옮겨가면서, 폭염은 도시가 붐비는 시간과 사람들이 머무는 장소까지 재편하고 있다.

창원의 고령자는 집 가까운 쉼터로 이동하고, 전주의 번화가에서는 보행자가 줄며, 서울은 취약한 주거공간을 중심으로 특별관리에 들어갔다. 서로 다른 지역의 장면이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기록적인 더위 앞에서 도시생활의 핵심이 야외 활동의 확대보다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실내 공간과 짧은 이동 경로의 확보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폭염 대응이 기온 정보를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주거와 복지, 공공공간 운영을 연결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냉방기기보다 중요한 ‘실제로 쉴 수 있는 공간’

창원 달동네의 사례는 냉방기기 보유 여부만으로 폭염 대응력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집 안에 있더라도 충분히 사용하지 못한다면 체감되는 안전은 달라진다. 특히 고지대 노후 주택에 사는 고령층은 실내 열기와 외출 부담을 동시에 견뎌야 한다. 따라서 공공 쉼터의 운영시간, 주말 개방 여부, 거주지와의 거리처럼 일상적으로 보이는 조건이 폭염기에는 생활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요소로 평가된다.

쉼터를 중심으로 한 대응은 주민을 수동적인 보호 대상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고령 주민은 오전에 집안일을 마치고 스스로 이동 시간을 정해 센터를 찾으며, 익숙한 생활권 안에서 하루를 이어간다. 폭염 속 도시 문화는 거창한 변화보다 이런 작은 선택에서 달라진다. 가까운 공동시설이 늦게까지 문을 열고 주말에도 운영되면 주민은 익숙한 동네를 떠나지 않고도 더 안전한 생활 리듬을 만들 수 있다.

2026년 8월 2일 한국의 폭염은 42.5도라는 관측 기록과 함께,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더위를 피할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창원 노인의 3분 거리 쉼터는 기후가 극단적으로 변할수록 생활권 가까이에 열린 공공공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압축해 보여준다. 한국 밖의 독자에게도 이 장면이 흥미로운 이유는 기록적인 고온에 적응하는 도시의 힘이 거대한 시설만이 아니라 누구나 실제로 찾아가 머물 수 있는 작은 공동공간에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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