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힝카이, 서울서 홍콩 영화 제작 감소·투자 위축 언급

‘영웅본색’ 찬 힝카이, 서울서 홍콩 영화 제작 편수 감소 언급

서울에서 다시 열린 홍콩 영화의 대화

연합뉴스에 따르면 29일 영화 ‘영웅본색’의 찬 힝카이 각본가 겸 프로듀서는 한국 취재진과 만나 홍콩 영화계가 제작 편수 감소와 투자 위축이라는 구조적 압박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발언은 지난 28일 서울 에무 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 ‘홍콩 필름 갈라 프레젠테이션’의 관객과의 대화 및 좌담 프로그램을 계기로 나왔다. 이 자리에는 고 장국영 주연 영화 ‘연지구’의 관금봉 감독과 ‘영웅본색’으로 잘 알려진 찬 힝카이가 함께했다.

한국의 영화 관객에게 홍콩 영화는 단순한 외국 영화 장르가 아니다. 1980∼1990년대 홍콩 영화는 액션, 멜로, 누아르, 스타 시스템을 결합해 아시아 대중문화의 강력한 기억을 만들었고, 한국 관객 역시 그 흐름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경험했다.

“200편에서 20편으로” 숫자가 말하는 변화

찬 힝카이는 홍콩 영화의 현재를 설명하며 “1980년대에는 1년에 200편 정도의 영화가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20편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수치는 홍콩 영화 산업의 체감 위기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그가 말한 변화의 핵심은 단순히 작품 수가 줄었다는 데 있지 않다. 제작 편수가 줄면 신인 감독과 배우, 각본가, 스태프가 현장에서 경험을 쌓을 기회도 함께 줄어든다. 영화 산업은 한두 명의 스타만으로 유지되지 않고, 수많은 창작자와 기술 인력이 반복적으로 작품을 만들며 생태계를 형성한다.

찬 힝카이는 “거액의 제작비와 유명 배우를 앞세운 제작 모델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저예산 제작이 업계 표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과거 홍콩 영화의 상징이었던 대중적 흥행 공식이 현재 시장에서는 더 이상 예전처럼 쉽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읽힌다.

홍콩 영화 황금기의 기억과 현재의 간극

‘영웅본색’은 1987년 공개된 뒤 홍콩 누아르의 대표작으로 기억돼 왔다. 찬 힝카이가 이 작품의 각본가 겸 프로듀서라는 점은 그의 발언에 단순한 회고 이상의 무게를 더한다. 그는 홍콩 영화가 가장 강력한 세계적 영향력을 지녔던 시기의 내부를 경험한 창작자다.

‘연지구’의 스탠리 콴 감독도 같은 자리에서 업계 전반의 압박을 언급했다. 그는 젊은 창작자들이 안정적으로 작품을 만들 기회를 얻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제작비 문제만이 아니라 세대 교체의 통로가 좁아지는 문제와도 연결된다.

홍콩 영화의 황금기는 한 작품이나 한 스타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다양한 장르가 빠르게 제작되고, 관객 반응이 즉각적으로 다음 작품에 반영되며, 신인들이 현장에서 성장하는 구조가 있었다. 지금의 위기는 바로 그 순환 구조가 약해졌다는 데서 더 깊게 분석된다.

서울 관객 앞에서 확인된 아시아 영화의 공통 고민

이번 대화가 서울에서 열렸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한국은 현재 영화와 드라마, 대중음악을 통해 세계 대중문화 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받는 국가다. 그런 한국의 관객 앞에서 홍콩 영화계 인사들이 산업의 위기를 직접 말한 것은 아시아 영화가 공유하는 질문을 드러낸 장면으로 평가된다.

‘홍콩 필름 갈라 프레젠테이션’은 홍콩 영화의 과거와 현재를 한국 관객에게 소개하는 성격의 행사다. 그러나 이번 좌담은 단순한 추억 소환에 머물지 않았다. 고전으로 남은 작품을 만든 창작자들이 오늘의 제작 환경을 말하면서, 영화 산업이 어떻게 다음 세대를 길러낼 수 있는지에 초점이 옮겨갔다.

특히 관객과의 대화라는 형식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영화 산업의 위기는 제작자와 투자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관객이 어떤 작품을 기억하고, 다시 보고, 새 작품을 기다리는지와도 맞닿아 있다. 서울의 극장 공간에서 홍콩 영화의 현재가 논의된 것은 아시아 영화 팬덤의 연결성을 보여준다.

신인 육성이 열쇠라는 진단

찬 힝카이와 스탠리 콴의 발언을 관통하는 핵심은 결국 신인 육성이다. 제작 편수가 줄어들고 대규모 투자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쪽은 아직 이름을 알리지 못한 젊은 창작자들이다. 이들이 작품을 만들 기회를 얻지 못하면 산업은 장기적으로 더 좁아진다.

스탠리 콴은 젊은 창작자들이 안정적으로 작품을 만들 기회를 얻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새로운 감각의 감독과 배우가 등장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재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작품을 실제로 완성하고 관객과 만나는 과정이 반복돼야 영화계의 다음 얼굴이 생긴다.

분석적으로 보면 홍콩 영화의 현재 과제는 과거 영광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줄어든 제작 환경 속에서도 어떻게 창작 기회를 지속시킬지에 있다. 저예산 제작이 표준처럼 자리 잡은 상황이라면, 작은 규모의 작품이라도 꾸준히 만들어지고 소개되는 구조가 중요하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한국 관객에게 남은 질문

한국 관객에게 홍콩 영화는 오래된 향수이자 여전히 유효한 장르적 자산이다. ‘영웅본색’과 ‘연지구’ 같은 작품은 특정 세대의 기억에만 갇혀 있지 않고, 오늘날에도 아시아 영화의 스타일과 정서를 설명할 때 자주 호출되는 기준점으로 남아 있다.

이번 서울 행사는 그런 기억을 현재형 질문으로 바꿔 놓았다. 홍콩 영화가 왜 어려워졌는지, 어떤 제작 모델이 더 이상 지속되기 힘든지, 젊은 창작자들이 어떤 조건에서 성장할 수 있는지가 공개적으로 논의됐다. 이는 한국 영화와 다른 아시아 영화 산업에도 낯설지 않은 문제다.

글로벌 독자에게도 이 소식은 흥미롭다. 한때 세계 영화 팬들을 사로잡은 홍콩 영화의 창작자들이 서울에서 산업의 다음 세대를 이야기했다는 사실은, 아시아 대중문화가 과거의 명성을 넘어 어떻게 미래의 이야기를 만들지 보여주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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