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한학자 총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정치권과 종교계를 뒤흔든 정교유착 스캔들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 사유를 밝혔다. 이는 한학자 총재가 2012년 9월 문선명 총재 사후 단독 총재가 된 이후 처음으로 형사 혐의로 구속된 것이어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한학자 총재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업무상 횡령, 증거인멸 교사 등 4개 혐의를 적용했다. 가장 핵심적인 혐의는 2022년 1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1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하고, 같은 해 4~7월 사이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의 목걸이와 명품 가방을 제공하며 교단 관련 청탁을 했다는 것이다.
정치권 연루 의혹과 수사 확대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국민의힘 당원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는 외부 업체를 압수수색해 통일교 신도로 의심되는 당원 약 11만명의 명단을 확보했다. 이는 2021~2022년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통일교가 조직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통일교 측이 대량의 당원을 동원해 당 대표 선거에 개입했는지를 중점 조사하고 있다.
권성동 의원은 9월 23일로 예정됐던 특검 조사에 불출석했으며,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특검은 한학자 총재가 당시 통일교 세계본부장이었던 윤 모 씨와 공모해 권 의원에게 거액을 전달했다는 진술과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금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지원 요청과 함께 전달된 것으로 파악됐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서는 건진 스님으로 알려진 전성배 씨를 통해 고가의 선물을 전달한 정황이 포착됐다. 특검은 이것이 단순한 선물이 아닌 교단 관련 사안에 대한 청탁의 대가였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학자 총재는 구속 전 심문에서 5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으나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종교계와 정치권의 충격파
이번 사건은 한국 현대사에서 종교와 정치의 유착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통일교는 1950년대 창립 이후 정치권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특히 보수 정치 세력과의 연대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러나 이처럼 교단 최고 지도자가 직접 구속되고 정치 자금 제공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이례적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구속이 종교의 정치 개입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는 평가와 함께 보수 진영 관련 인사들에게만 가혹한 잣대를 적용한다는 비판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제3차 특검 수사가 특정 정치 세력을 겨냥한 표적 수사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학자 총재의 구속으로 통일교 내부에서도 동요가 감지되고 있다. 교단 관계자들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치적 탄압이라고 반발하면서도, 일부 신도들 사이에서는 교단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젊은 신도들을 중심으로 투명한 재정 운영과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특검은 한학자 총재의 구속을 계기로 수사에 더욱 속도를 낼 방침이다. 향후 김건희 여사와의 직접적인 연결 고리를 찾는 데 주력하면서, 통일교 자금이 어떤 경로로 정치권에 유입됐는지를 추적할 예정이다. 또한 교단 자금 횡령 혐의와 관련해 한학자 총재의 해외 도박 의혹도 함께 조사하고 있어, 추가 혐의가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