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의 로제가 2025년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VMA)에서 ‘올해의 노래’ 상을 수상하며 K-pop 가수로는 최초로 미국 4대 음악상의 주요 부문을 석권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현지시간 9월 7일 뉴욕 UBS 아레나에서 열린 2025 MTV VMA에서 로제는 브루노 마스와 함께 부른 ‘아파트(APT.)’로 ‘올해의 노래(Song of the Year)’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번 수상은 단순한 개인적 성취를 넘어 K-pop 역사상 가장 의미 있는 순간으로 평가받고 있다. MTV VMA는 그래미, 빌보드,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와 함께 미국 4대 음악상으로 불리며, ‘올해의 노래’는 ‘올해의 비디오’, ‘올해의 아티스트’와 함께 MTV VMA의 3대 메인 어워드 중 하나다. 이 부문에서 K-pop 아티스트가 수상한 것은 로제가 처음이다.
K-pop의 글로벌 주류 진입을 증명한 역사적 순간
로제의 이번 수상은 K-pop이 더 이상 ‘특수한 장르’가 아닌 글로벌 대중음악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2019년부터 MTV가 K-pop의 인기를 반영해 별도의 ‘K-pop 부문’을 신설했지만, 주요 부문은 여전히 서구권 메인스트림 팝 아티스트들이 독점해왔다. BTS가 2021년 ‘다이너마이트’로 같은 부문에 노미네이트됐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던 선례를 고려하면, 로제의 수상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음악 평론가들은 이번 수상을 “K-pop의 패러다임 시프트”라고 평가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음악학과 김현준 교수는 “로제의 수상은 K-pop이 언어와 문화적 장벽을 넘어 음악의 보편적 가치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라며 “이는 한국 대중음악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도달했음을 증명하는 역사적 순간”이라고 분석했다.
브루노 마스와의 콜라보레이션, 글로벌 어필의 완성
‘아파트(APT.)’는 로제의 독특한 허스키 보이스와 브루노 마스의 유려한 멜로디가 조화를 이룬 실험적 발라드 곡이다. 재즈와 R&B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 곡은 전 세계 리스너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특히 가사는 대부분 영어로 이뤄져 있지만, 로제가 한국어로 자신의 감정을 간간이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K-pop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글로벌 어필을 겨냥한 전략적 접근이 돋보인다.
브루노 마스는 로제의 수상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정말 대단해! 이 트로피는 당연히 네 것이야”라며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두 아티스트의 컬래버레이션은 단순한 음악적 만남을 넘어 동서양 팝 음악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상식에서 로제는 골드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올라 “믿을 수 없다”며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음악의 국적이나 언어보다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라며 “저와 함께 이 노래를 만들어준 브루노에게 감사하고, 전 세계 팬들에게 이 트로피를 바친다”고 말했다. 특히 “꿈을 쫓았던 16살의 저에게 이 상을 바친다. 모든 노력이 보상받는 순간이라서 기쁘게 받겠다”는 말로 감동을 자아냈다.
블랙핑크 멤버들과의 우정, 한국어 소감으로 화제
로제는 수상 소감에서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진심을 전했다. “테디 오빠, 저 상 탔어요. 블랙핑크 멤버 지수, 제니, 리사, 저 상 탔어요. 항상 감사하고 사랑해요”라고 한국어로 말해 현장과 전 세계 팬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이는 로제가 글로벌 스타가 된 후에도 자신의 뿌리와 동료들에 대한 애정을 잊지 않았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았다.
이날 블랙핑크는 ‘베스트 그룹’ 상도 수상해 로제가 2관왕을 차지하는 영광을 누렸다. 이는 그룹 활동과 솔로 활동 모두에서 최고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K-pop 그룹의 다각화된 성공 전략이 결실을 맺은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로제의 이번 수상은 단순한 개인적 성취를 넘어 K-pop 전체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린 의미 있는 순간이다. 특히 2025년은 K-pop이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완전한 주류로 자리 잡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로제가 보여준 음악적 실험 정신과 글로벌 소통 능력은 후배 아티스트들에게도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