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에 따르면 18일 첫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오싹한 연애’는 2011년 개봉한 동명 영화를 12부작 드라마로 확장해, 귀신을 보는 재벌 상속녀와 미제 사건을 추적하는 검사의 이야기로 새롭게 출발했다. 배우 박은빈과 양세종이 중심에 선 이번 작품은 약 2시간 분량의 영화를 긴 호흡의 방송 드라마로 다시 설계했다는 점에서 한국 영상 콘텐츠의 지식재산권 확장 흐름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2026년 7월 19일 현재 주목할 대목은 과거 흥행 영화를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원작의 핵심 아이디어만 남긴 채 인물과 사건의 규모를 크게 바꿨다는 점이다. 영화에서 이어받은 중심 설정은 여성 주인공이 귀신을 본다는 것과 ‘오싹한 연애’라는 제목이지만, 드라마는 직업과 관계, 갈등 구조를 새롭게 배치했다.
이 같은 변화는 웹툰과 웹소설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한국 드라마의 원작 활용 범위가 영화로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극장에서 이미 관객을 만난 이야기가 텔레비전과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환경에 맞춰 다시 만들어지면서, 하나의 작품이 서로 다른 형식과 세대의 시청자를 연결하는 기반으로 활용되고 있다.
영화의 핵심 설정만 남기고 세계를 다시 세우다
2011년 개봉한 영화 ‘오싹한 연애’는 배우 손예진과 이민기가 주연을 맡았다. 귀신을 보게 된 뒤 외톨이로 살아가는 여성과 길거리 마술사 남성의 만남을 중심으로, 소박한 로맨스와 오컬트 분위기를 결합한 작품이었다. 사랑 이야기 안에 공포 요소를 넣은 독특한 구성이 영화의 중요한 개성이었다.
드라마판은 이 출발점을 유지하면서도 주인공의 배경부터 바꿨다. 박은빈이 연기하는 천여리는 귀신을 보는 고독한 재벌 상속녀다. 원작 영화 속 인물이 고립된 일상을 살아가는 여성이었다면, 드라마는 천여리를 재벌가라는 더 큰 사회적 관계망 안에 놓고 고독과 초자연적 능력이 충돌하도록 설계했다.
남성 주인공 역시 길거리 마술사에서 검사로 달라졌다. 양세종이 맡은 마강욱은 미제 사건을 추적하는 인물이다. 드라마는 귀신을 보는 능력과 해결되지 않은 사건의 추적을 한 서사 안에 묶음으로써, 로맨스뿐 아니라 사건 전개의 비중도 키울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다.
이는 원작 영화의 장면을 길게 늘이는 방식과는 구별된다. 같은 제목과 기본적인 초자연 설정을 사용하더라도 주인공들의 신분, 직업, 목표가 달라지면 이야기의 진행 방식도 바뀐다. 드라마 ‘오싹한 연애’는 원작의 정서를 알아볼 수 있게 남겨두면서, 처음 접하는 시청자도 별개의 작품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세계를 다시 세운 것으로 분석된다.
2시간 영화가 12부작 드라마가 되는 방법
영화와 드라마의 가장 직접적인 차이는 이야기의 길이다. 영화는 약 2시간 안에 인물의 만남과 갈등, 감정의 변화를 압축해야 하지만, 12부작 드라마는 여러 회차에 걸쳐 주인공의 배경과 관계를 단계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원작을 드라마로 옮길 때는 단순한 장면 추가가 아니라 긴 시간을 지탱할 새로운 갈등과 인물이 필요하다.
박은빈은 최근 제작발표회에서 역할의 이름과 귀신을 본다는 설정을 제외하면 모두 새로운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가 약 2시간인 데 비해 드라마는 12부작이어서 최소 6배 이상의 새로운 설정을 녹였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드라마판이 원작의 줄거리를 그대로 반복하기보다 대규모 재구성을 택했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최소 6배’라는 표현은 단순히 상영 시간의 차이만을 뜻하지 않는다. 천여리가 왜 고독한 인물인지, 마강욱이 어떤 방식으로 미제 사건을 추적하는지, 두 사람의 관계가 초자연적 현상과 사건 속에서 어떻게 변하는지를 여러 단계로 나눠 보여줄 공간이 생겼다는 의미로 읽힌다.
긴 호흡은 등장인물의 감정선을 세밀하게 만드는 동시에 원작에는 없던 갈등을 구축해야 한다는 과제도 안긴다. 이번 드라마가 주인공들의 배경을 크게 바꾸고 새 인물을 추가한 것은 12개 회차를 각각 움직이게 할 동력을 확보하려는 선택으로 평가된다. 원작의 유명한 설정은 입구로 활용하되, 본편의 대부분은 새로운 이야기로 채우는 방식이다.
옹성우가 맡은 새 인물, 삼각 로맨스의 축
드라마판에서 추가된 대표적인 인물은 옹성우가 연기하는 호텔 대표 강민환이다. 강민환은 원작 영화에는 없던 캐릭터로, 천여리와 마강욱 사이에 새로운 관계의 긴장을 형성한다. 제작진은 이 인물을 통해 드라마의 로맨스를 삼각 구도로 확장했다.
새 인물의 투입은 12부작을 위한 분량 확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두 주인공만으로 진행되던 관계에 제3의 축이 들어오면 선택과 오해, 감정 변화가 다양한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 특히 천여리가 재벌 상속녀이고 강민환이 호텔 대표라는 설정은 두 인물이 어떤 관계로 연결될지 궁금증을 높이는 요소다.
마강욱이 미제 사건을 추적하는 검사라는 점까지 더하면 드라마에는 서로 다른 두 개의 힘이 작동한다. 하나는 귀신과 미제 사건을 잇는 오컬트·사건 서사이고, 다른 하나는 천여리와 마강욱, 강민환을 중심으로 한 로맨스다. 두 축을 어떻게 교차시키느냐가 영화와 다른 드라마만의 리듬을 결정할 것으로 분석된다.
강민환의 존재는 원작을 기억하는 시청자에게도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 원작과 같은 제목을 사용하더라도 관계 구도가 달라졌기 때문에 영화의 전개를 아는 것이 드라마의 결말을 아는 것과 같지 않다. 익숙함과 새로움을 동시에 제공하려는 각색의 의도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박은빈과 양세종이 만드는 새로운 중심선
드라마의 중심에는 천여리 역의 박은빈과 마강욱 역의 양세종이 있다. 천여리는 귀신을 본다는 능력 때문에 고독을 안고 살아가는 재벌 상속녀이고, 마강욱은 해결되지 않은 사건을 좇는 검사다. 두 인물은 각자 다른 이유로 현실 너머의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구조에 놓여 있다.
천여리의 초자연적 경험과 마강욱의 사건 추적은 서로 보완될 가능성이 큰 설정이다. 한 사람은 다른 이들이 볼 수 없는 존재를 보고, 다른 사람은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의 답을 찾는다. 드라마는 이 차이를 활용해 감정적 교류와 사건 해결을 함께 움직일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박은빈의 설명처럼 이름과 귀신을 보는 설정 외에는 새로운 내용이라면, 배우들에게도 과거 영화 속 연기를 그대로 되풀이하기보다 새 인물을 구축할 여지가 크다. 손예진과 이민기가 출연한 영화의 기억은 남아 있지만, 천여리와 마강욱은 신분과 직업부터 달라진 별개의 캐릭터다.
이러한 캐스팅과 설정 변화는 리메이크 작품이 원작 배우와 새 배우를 직접 경쟁시키는 구도에서 벗어나게 한다. 드라마판은 원작의 인물 복제보다 새로운 캐릭터 창조에 무게를 둔다. 원작 팬에게는 익숙한 정서를, 새 시청자에게는 박은빈과 양세종이 이끄는 새로운 오컬트 로맨스를 제시하는 접근이다.
웹툰과 웹소설을 넘어 영화로 넓어진 원작 탐색
한국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원작 지식재산권은 중요한 이야기 자원이 돼 왔다. 이번 사례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그 탐색 범위가 웹툰과 웹소설을 넘어 과거 영화까지 넓어졌다는 점이다. 이미 완성된 영화도 다른 상영 시간과 플랫폼에 맞게 다시 설계할 수 있는 원천 이야기로 주목받고 있다.
영화 원작은 제목과 핵심 설정이 이미 관객에게 알려져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관객이 기억하는 이야기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는 부담도 존재한다. ‘오싹한 연애’가 인물의 직업과 배경, 관계 구도를 적극적으로 바꾼 것은 원작의 인지도를 활용하면서도 단순 반복이라는 인상을 피하려는 선택으로 해석된다.
플랫폼의 차이도 각색 방향에 영향을 준다. 극장용 영화는 제한된 시간 안에서 하나의 완결된 흐름을 만들어야 하지만, 텔레비전 드라마는 회차마다 감정과 사건의 다음 단계를 제시해야 한다. 같은 아이디어라도 매체가 달라지면 인물의 수, 갈등의 크기, 정보가 공개되는 순서를 새롭게 조직해야 한다.
‘오싹한 연애’는 바로 이 변화의 중심에 있다. 원작의 오컬트 로맨스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재벌 상속녀, 검사, 미제 사건, 호텔 대표, 삼각 로맨스라는 요소를 더했다. 영화의 기억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12부작에 필요한 서사적 폭을 확보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스캔들’까지 이어지는 영화 지식재산권의 재구성
영화가 드라마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리즈로 다시 태어나는 흐름은 ‘오싹한 연애’에만 머물지 않는다. 올해 하반기 공개되는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도 2003년 극장에 걸린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를 새로운 감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2003년 영화에는 배용준, 전도연, 이미숙이 출연했다. 새 시리즈가 과거 영화를 출발점으로 삼는다는 사실은 한국 영상 산업이 비교적 오래된 극장 작품에서도 현재의 시리즈 형식으로 확장할 수 있는 소재를 찾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시기에 공개된 영화가 2026년 드라마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콘텐츠로 다시 연결되는 셈이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영화의 존재를 숨기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감각’과 ‘새로운 설정’을 강조한다는 데 있다. 원작의 제목과 기억만 빌리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긴 시리즈 형식에 맞춰 인물과 관계, 사건을 다시 조직하는 과정이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모든 영화가 같은 방식으로 확장되는 것은 아니다. ‘오싹한 연애’는 주인공의 조건과 직업, 삼각관계와 미제 사건을 추가하며 규모를 키웠고, ‘스캔들’은 올해 하반기 넷플릭스 시리즈로 재구성된다. 각각의 원작이 가진 정체성을 어떤 방식으로 새 형식에 옮기는지가 작품별 차별점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원작 팬과 글로벌 시청자를 함께 부르는 전략
영화 기반 드라마는 서로 다른 시청자 집단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2011년 영화를 기억하는 관객에게 ‘오싹한 연애’라는 제목은 친숙한 신호가 된다. 반면 원작을 보지 않은 시청자는 귀신을 보는 재벌 상속녀와 미제 사건을 추적하는 검사라는 설정만으로 새로운 작품에 진입할 수 있다.
특히 드라마판이 원작과 다른 내용을 적극적으로 내세운 점은 해외 시청자에게도 중요한 요소다. 한국 영화를 먼저 접하지 않았더라도 등장인물의 관계와 사건을 독립적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작 지식이 감상의 필수 조건이 아니라 추가적인 재미로 기능하도록 구성한 셈이다.
팬 친화적인 관점에서 이번 각색의 매력은 비교하는 재미에 있다. 영화 속 외톨이 여성과 길거리 마술사의 소박한 사랑이 드라마에서 재벌 상속녀와 검사, 호텔 대표가 얽힌 12부작 이야기로 얼마나 달라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 동시에 귀신을 보는 여성과 로맨스라는 핵심 정서는 두 형식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로 남는다.
결국 18일 출발한 ‘오싹한 연애’는 한국의 인기 영화가 긴 드라마 서사로 확장되는 방식을 보여주는 현재형 사례다. 세계 시청자에게 이 작품이 흥미로운 이유는 하나의 한국 영화 아이디어가 배우와 인물, 관계, 플랫폼을 바꾸며 전혀 새로운 12부작 오컬트 로맨스로 변신하는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 '오싹한 연애'·'스캔들'…스크린 넘어 안방극장에 온 추억의 영화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