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제작비에도 세액공제를 도입하자는 요구가 K팝 시장에서 힘을 얻고 있다. 물가가 뛰면서 제작비가 함께 올랐기 때문이다.
18일 가요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과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은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를 음악에도 적용하는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올해 각각 대표 발의했다. 지금까지 이 공제는 방송과 영상, 웹툰에만 적용돼 왔다.
매출은 두 배 넘게 늘고 영업이익은 줄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낸 ‘음악산업 조세지원제도 개선연구’ 보고서를 보면, 음악 관련 기업 500곳의 연평균 매출액은 2019년 53억2천만원에서 2023년 127억4천만원으로 2배 넘게 뛰었다. 반면 연평균 영업이익은 2020년 39억2천만원에서 2023년 15억6천만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녹음 인건비와 시설 사용료, 뮤직비디오 촬영비, 프로듀서 인건비, 작사·작곡·편곡 수수료, 음반 재킷과 포토카드 제작비, 음반 임가공비, 안무 창작비가 한꺼번에 올랐다. 그 결과 음반 제작 기업의 45.9%, 음원 제작 기업의 43.6%는 들인 제작비의 절반도 건지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앨범당 10억원이 15억∼30억원으로
국내 유명 가요 기획사의 한 대표가 연합뉴스에 밝힌 사정은 이렇다. “댄스 아이돌 그룹을 기준으로 5년 전에는 앨범당 약 10억원의 제작비가 소요됐다면, 지금은 15억∼30억원의 제작비가 소요된다”는 것이다. 그는 “비용이 제일 크게 상승한 부분은 뮤직비디오로, 약 2.5배가량 증가했다”고 짚었다.
SNS·숏폼 마케팅이 새 비용으로 얹혔다
마케팅 방식이 달라진 것도 부담을 키웠다. 예전에는 TV 음악 프로그램 출연이나 국내 음원 플랫폼과의 협업이 주된 수단이었지만, 요즘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숏폼 플랫폼을 쓴 챌린지가 빠질 수 없는 과정이 됐다.
이 기획사 대표는 “최근에는 SNS 플랫폼을 활용한 디지털 마케팅, 유튜브 제휴 채널과의 협업 콘텐츠 제작, 숏폼 콘텐츠 제작, 인플루언서 활용 마케팅 등이 필수 홍보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며 “이에 따라 기존에는 발생하지 않았던 신규 마케팅 비용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이러한 디지털 마케팅 투자가 필수가 됐다”고 했다.
신인 데뷔는 54팀에서 31팀으로 줄었다
수익성이 나빠지자 신인이 줄었다. 한국대중음악산업협회 조사에서 한 해 데뷔한 신인은 2023년 54팀이었으나 2024년에는 31팀으로 크게 감소했다.
제작비 10∼15% 공제 제안에 정부는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조영철 미스틱 스토리 대표는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참석한 지난 8일 대중음악계 간담회에서 “중소 기획사의 지속적인 콘텐츠 제작과 재투자를 유도하려면 음반·음원 제작비의 10∼15%를 세액공제하는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며 “이는 단순한 비용 보전을 넘어 절감된 비용이 다시 아티스트와 콘텐츠 제작에 투자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제안했다.
최 장관은 같은 자리에서 중소기획사의 해외 진출을 돕는 ‘중소기획사 글로벌 도약 지원 사업’을 내년에 2배가량 키우겠다고 밝히며 “올해 이 사업을 신설했는데, 내년에는 그 규모를 2배 정도 확대해보려고 한다”며 “음악 제작비 세액 공제도 재정 당국과 열심히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써클차트에 진입하는 신인 아티스트 수가 2023년 대비 약 40% 감소할 정도로 신인이 줄어들었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기획사 사이에 제작비 규모가 30배나 차이 날 정도로 양극화가 심해졌다”고 짚었다.
같은 보고서는 세액공제를 도입하면 2025∼2029년 편익(부가가치 유발액)이 2천168억원, 비용(세수 감소액)이 1천839억원으로 경제적 순편익이 329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같은 기간 투자는 2천814억원 늘고 부가가치 유발액 2천401억원, 생산유발액 5천845억원, 고용 창출 3천180명이 뒤따를 것으로 예측됐다.
영상콘텐츠를 문화콘텐츠로 넓히는 개정안이다
조승래 의원은 6월 23일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알렸다. 개정안은 공제 대상을 규정한 조문의 ‘영상콘텐츠’를 ‘문화콘텐츠’로 바꾸고, 그 항목에 게임물과 음반·음악파일·음악영상물을 넣었다. 지난해 웹툰이 대상에 들어갔지만 게임과 음악은 빠져 있었다. 조 의원은 지난해에도 같은 내용을 발의했으나 논의 과정에서 해당 조항이 빠진 채 폐기됐다.
직접 지원과 매입세액 공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가요계 일각에서는 적자이거나 과세소득이 낮아 낼 법인세 자체가 없는 기업은 세제 지원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정부가 제작비를 직접 지원하거나 관련 비용을 보조해 달라고 요구한다. 최근 몇 해 사이 크게 오른 헤어·메이크업·스타일링 비용을 부가가치세 매입세액 공제 대상에 넣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내 다른 유명 가요 기획사 대표도 같은 문제를 들었다. 그는 “엔터테인먼트 업계 입장에서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링 비용은 뮤직비디오 촬영 등에 꼭 필요한 제작 원가다. 기업 규모에 따라 연간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이나 들어간다”면서 “그런데 아직도 이를 매입세액 공제에서 제외하는 것은 구시대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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