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에서 다시 이어진 한불 영화의 대화
연합뉴스에 따르면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는 3일 경기도 부천시 현대백화점 중동점에서 열린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기자회견에서 한강 작가의 소설을 통해 광주민주화운동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오늘 2026년 7월 4일 기준으로 이 소식이 주목되는 이유는 단순한 해외 배우의 영화제 방문을 넘어선다. 위페르는 영화 ‘블러드 카운테스’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찾았고, 이 자리에서 한국 문학, 한국 배우, 한국 현대사의 기억이 프랑스 공연예술 무대와 연결되는 흐름을 직접 설명했다.
위페르는 칸영화제에서 두 차례, 베네치아영화제에서 두 차례 여우주연상을 받은 세계적 배우로 소개됐다. 그런 그가 한국의 장르 영화 축제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처음 참석했다는 사실은 한국 영화제가 더 이상 국내 관객만의 행사가 아니라 국제 배우와 창작자들이 교차하는 문화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강의 소설이 연 세계
위페르는 이달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한국 배우 이혜영과 함께 한강 작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낭독한다. 아비뇽 페스티벌은 세계적인 공연 예술 축제로 소개됐고, 낭독 장소는 교황청 명예극장이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제게 아비뇽에서 한강 작가님의 작품을 읽을 기회가 주어졌다”며 “이혜영 배우와 협업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한국 문학이 번역과 출판의 영역을 넘어 배우의 목소리, 무대, 낭독이라는 공연 예술의 형식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위페르는 2024년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받은 이후 ‘작별하지 않는다’와 ‘채식주의자’ 등 그의 소설을 찾아봤다고 한다. 이 흐름은 한 작가의 국제적 인정이 해외 예술가의 독서 경험으로 이어지고, 다시 공동 낭독이라는 새 형식의 협업으로 연결되는 과정을 드러낸다.
한국과의 인연이 쌓아온 신뢰
위페르의 이번 부천 방문은 처음이지만 한국과의 관계는 이미 여러 층으로 쌓여 있다. 그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다른 나라에서’를 비롯해 홍 감독 작품에 세 차례 출연한 바 있다.
또 2024년에는 경기 성남아트센터에서 연극 ‘메리어트 스튜어트’ 무대를 선보였다. 영화와 연극을 오가며 한국 관객을 만난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참석은 일회성 방문이라기보다 오랜 교류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이런 맥락에서 위페르가 한국 문학을 읽고, 한국 배우 이혜영과 함께 프랑스 무대에 서는 장면은 자연스러운 확장으로 평가된다. 영화제 기자회견에서 나온 발언이지만, 그 안에는 영화, 문학, 연극이 서로 경계를 넘는 오늘의 문화 교류 방식이 담겨 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알게 한 문학의 힘
이번 발언에서 가장 깊게 남는 지점은 위페르가 한강의 소설을 통해 광주민주화운동을 알게 됐다고 밝힌 대목이다. 한국 독자에게 광주민주화운동은 현대사의 중요한 기억이지만, 해외 관객에게는 문학과 예술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는 사건일 수 있다.
위페르의 경험은 문학이 단지 개인의 내면을 표현하는 장르에 머물지 않고, 한 사회가 겪은 역사적 상처와 기억을 다른 언어권의 독자에게 전달하는 통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프랑스 배우이고, 한강은 한국 작가이며, 이혜영은 한국 배우다. 서로 다른 배경의 예술가들이 하나의 텍스트를 매개로 만나는 장면 자체가 국제 문화 교류의 현재를 설명한다.
다만 이 의미는 사실과 해석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은 위페르가 한강의 작품을 읽었고, 아비뇽에서 이혜영과 ‘작별하지 않는다’를 낭독할 예정이며, 기자회견에서 그 소감을 밝혔다는 점이다. 해석하자면, 이 사건은 한국 문학이 세계 공연예술계 안에서 새로운 독해와 협업의 대상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분석된다.
부천영화제가 만든 만남의 장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경기도 부천시에서 열리는 장르 영화 중심의 국제 영화제다. 이번 제30회 행사에서 위페르는 영화 ‘블러드 카운테스’로 관객과 언론 앞에 섰다.
이 영화제의 장점은 장르 영화라는 분명한 색채 안에서 세계 각지의 배우와 감독, 작품을 한국 관객에게 소개한다는 데 있다. 위페르처럼 유럽 영화의 상징적 배우가 부천에서 한국 문학과 공연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것은 영화제가 단순한 상영 행사를 넘어 대화의 장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는 다양한 해외 영화인이 참여하고 있다. 같은 영화제 현장에서는 중국의 거장 위안허핑 감독도 신작을 들고 부천을 찾았고, 영화에는 나이 제한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처럼 부천은 여러 세대와 지역의 창작자들이 한국 관객 앞에서 자신의 예술관을 설명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세계 배우가 바라본 한국 콘텐츠의 확장
위페르의 사례는 한국 콘텐츠의 국제적 확장이 반드시 대형 흥행작이나 플랫폼 순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 배우가 한국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고, 한국 무대에서 연극을 선보이고, 한국 작가의 소설을 읽고, 한국 배우와 프랑스에서 낭독하는 과정은 느리지만 깊은 방식의 확장이다.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 독자와 관객에게 다가가는 경로는 다양하다. 어떤 경우에는 음악과 드라마가 먼저 도착하고, 어떤 경우에는 문학과 영화제가 뒤이어 연결된다. 이번 부천의 기자회견은 그 여러 경로가 한 사람의 예술 경력 안에서 어떻게 겹쳐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장면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독자에게도 이 소식은 흥미롭다. 이자벨 위페르라는 세계적 배우의 시선을 통해 한국 문학과 한국 현대사의 기억이 프랑스 공연예술 무대로 옮겨가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 스포티파이 음원 1위 순위 조작해 20배 수익…베팅 시장 논란 (연합뉴스)
· 테일러 스위프트 뉴욕서 비공개 결혼식…유명인사 하객 1천명 (연합뉴스)
· 이자벨 위페르 "한강 소설로 광주민주화운동 알게 돼"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