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찾은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한강 작가의 소설을 통해 광주민주화운동을 처음 접했다고 밝혔다. 칸영화제와 베네치아영화제에서 각각 두 차례 여우주연상을 받은 그는 3일 경기도 부천시 현대백화점 중동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15∼16일 교황청 명예극장에서 이혜영과 ‘작별하지 않는다’를 낭독한다
그의 다음 무대는 프랑스다. 세계적인 공연 예술 축제인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오는 15∼16일 교황청 명예극장에 올라 배우 이혜영과 함께 한강 작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낭독한다.
위페르는 “제게 아비뇽에서 한강 작가님의 작품을 읽을 기회가 주어졌다”며 “이혜영 배우와 협업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2024년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받은 이후 ‘작별하지 않는다’와 ‘채식주의자’ 등 그의 소설을 찾아봤다고 한다.
꿈과 몽환 속 구체성, 광주 이야기에서 느낀 강렬한 감정
작품에 대한 인상은 구체적이었다. 그는 “한강 작가의 작품에는 꿈과 몽환적인 힘 속에 구체성과 리얼리즘이 있었다”고 했다. 소설 속 장면 묘사에서 받은 체험도 강렬했다고 돌아봤다. ‘작별하지 않는다’의 눈(雪)과 인물 묘사에 대해서는 “이전에는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물리적이고 유기적인 신체 감각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또 “시적인 힘도 있다”면서 “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한 이야기는 처음 접하게 됐는데, 강렬한 감정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홍상수 영화 세 편과 성남 연극 무대, 개막식에서는 공로상
부천영화제 방문은 처음이지만 한국과의 인연은 깊다. 홍상수 감독 영화에 세 차례 출연했는데 ‘다른 나라에서’(2012)와 ‘클레어의 카메라’(2017), ‘여행자의 필요’(2024)다. 2024년에는 경기 성남아트센터에서 연극 ‘메리어트 스튜어트’ 무대를 선보였다. 전날 열린 영화제 개막식에서는 공로상을 받았다.
협업에 대한 기억도 좋게 남아 있다. 위페르는 “아시아 국가에서 여러 번 작업할 기회가 있었다. 한국에선 홍 감독님과 세 번 작업했는데 너무 좋았고 멋진 협업이었다”며 “프랑스는 한국 영화를 사랑해왔다. 그 관계가 특별하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든 한국 감독님과 아시아 국가에서 일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블러드 카운테스’로 갈라 섹션 시그니처 부문에 초청됐다
이번에 그가 들고 온 작품은 독일 출신 울리케 오팅거 감독의 ‘블러드 카운테스’다. 의문의 실종 이후 수십 년 만에 나타난 뱀파이어 에르제베트 바토리(위페르 분)의 이야기로, 장르 영화 거장과 세계적인 스타들의 신작을 소개하는 갈라 섹션 ‘시그니처’ 부문에 초청받았다. 실제 역사 속 바토리는 16세기 수백명의 여성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은 백작 부인인데, 영화는 이를 우스꽝스러운 인물로 탈바꿈했다.
오팅거 감독과는 이번이 첫 작업이다. 위페르는 “매우 바로크적이고 코미디적인 인물”이라며 “기존에 격정적이고 무서웠던 인물에 뱀파이어의 성격을 부여해 재해석했다”고 소개했다. 앞으로의 계획도 같은 방향이다. 그는 “저는 항상 예상하지 못한 독창적인 경험을 하고 싶다. 영화는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드넓은 가능성 제시해주는 예술”이라며 “계속 모국에만 남아서 영화를 찍었다면 제 작품들이 단순해졌을 것 같다. 앞으로도 개성 있는 모험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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