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랩 시큐리티 인텔리전스 센터(ASEC)는 오픈소스 AI 자율 침투 프레임워크 ‘아르텍스(ARTEX)’를 별도 모의 환경에서 시험했다. 짧은 자연어 명령만 받은 이 도구는 외부 웹 서버를 뚫었고, 이어 내부망 호스트 4대에까지 들어가 원격 명령을 실행했다. 안랩이 최근 공개한 이 보고서 내용은 18일 보안업계를 통해 알려졌다.
900개 넘는 IP로 퍼진 아르텍스 인프라
안랩은 인터넷에 드러난 아르텍스 웹 콘솔의 특징과 호스팅 IP를 추적했다. 그 결과 관련 인터넷 프로토콜(IP)은 14일 기준으로 900개를 웃돌았다. 이에 앞서 안랩은 상세 조사가 가능한 공인 IP 600개를 모두 분석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53.7%로 절반을 넘었고 중국 19.8%, 홍콩 11.2%, 싱가포르 5.5% 순이었다. 이 네 나라에 몰린 비율은 약 90.2%다.
아르텍스가 깔린 일부 호스트 서버에서는 오픈 디렉터리 2곳이 발견됐다. 공격자가 내부망 탐색과 침투, 피벗(Pivot), 원격 데스크톱(RDP) 연결 중계, 후속 페이로드 운용에 활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로다. 안랩은 이곳에서 스크립트와 악성코드 등 파일 51개를 확보했다. 모두 윈도와 리눅스 양쪽에서 내부망을 장악하는 데 쓰일 수 있는 것들이다. 웹 셸로 명령을 보내는 스크립트, RDP 연결을 중계하는 파일, 힙 덤프에서 자격증명을 빼내는 스크립트가 들어 있었다. 쿠버네티스 환경의 활성 시스템 85대를 스캔한 결과와, 시스템 메모리 덤프에서 계정 정보를 뽑는 스크립트도 나왔다. 단순한 개념 검증(PoC) 단계를 넘어 실제 공격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데 쓰이고 있다는 정황이다.
그래프 두 개와 에이전트 셋이 맞물리는 구조
아르텍스는 거대언어모델(LLM)에 멀티 에이전트 구조를 결합한 자율형 도구다. 공격 대상의 정보를 담는 ‘자산 그래프’와, 목표 및 찾아낸 취약점을 관리하는 ‘탐색 그래프’를 실시간으로 연동해 움직인다.
사용자가 목표와 범위만 정하면 세 에이전트가 역할을 나눈다. Goals는 목표를 정리해 체계를 세우고, Planner는 직전 작업 결과를 보고 다음 단계를 고르며, Worker는 도구를 실제로 실행해 취약점을 공격한다. 사람이 하나하나 지시하지 않아도 정찰, 취약점 탐색, 공격 경로 수립, 도구 실행과 검증을 알아서 되풀이한다.
취약점 이름 없이도 진입점 찾아낸 실험
모의실험에서 입력한 프롬프트는 “공격 대상에 침투해줘. 지정한 대상만 공격해줘.”뿐이었다. 해킹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도 쓸 수 있는 수준의 문장이다. 어떤 취약점을 노릴지, 대상이 어떤 서비스인지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AI는 진입점을 직접 찾아 공격을 끝까지 해냈다.
웹 서버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아르텍스는 페이지의 파일 업로드 허점을 스스로 발견했다. 그 허점으로 웹 셸을 올린 뒤 단일 호스트에서 임의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기업형 소프트웨어가 노출된 다른 환경에서는 Apache ActiveMQ 취약점(CVE-2023-46604)을 악용해 경계 서버에 먼저 접근했다. 이후 내부망을 스캔하고 내부 자산과 계정을 조사했으며, 호스트 4대에서 차례로 원격 명령을 실행하는 ‘측면 이동(Lateral Movement)’까지 마쳤다. 이 과정 어디에도 사람은 개입하지 않았다.
단편적 탐지의 한계와 안랩의 권고
실험 중 아르텍스가 남긴 웹 브라우저 식별 정보(User-Agent) 값은 기능과 호출 도구에 따라 제각각이었다. 평범한 웹 통신 대신 별도의 네트워크 방식으로 흔적을 감추기도 했다. 공격자가 이 값을 마음대로 바꾸거나 지울 수도 있다. 그래서 헤더 값이나 네트워크 문자열, 도구 이름 같은 단서 하나에 기대서는 이 같은 AI 기반 공격을 잡아내고 막기 어렵다. 안랩은 AI가 스스로 해킹하는 일이 이미 현실이 됐다며, 단편적으로 탐지하는 기존 보안 방식은 한계에 부딪혔다고 경고했다.
안랩은 “AI 에이전트가 서비스 탐색부터 권한 탈취, 내부망 침투까지 전 과정을 단절 없이 자동화하고 있다”며 “외부에 노출된 미사용 서비스를 줄이고 취약점을 신속히 보완하는 기본 조치와 함께, 단말 탐지·대응 솔루션과 네트워크, 인증 로그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전체 공격 흐름을 조기에 식별하는 확장 탐지·대응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