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FC 위민, 비바람 속 남북 맞대결서 내고향에 역전패…AWCL 결승행 좌절

연합뉴스에 따르면 2026년 5월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전에서 수원FC 위민이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에 1-2로 역전패했다.

이 경기는 한국에서 12년 만에 성사된 남북 여자축구 맞대결이라는 점만으로도 강한 주목을 받았지만, 실제 경기 내용은 그 기대를 훨씬 넘어섰다. 시간당 10㎜에 달하는 세찬 비바람, 5천700여명의 관중, 예매 시작 12시간 만에 매진된 티켓, 그리고 후반전의 급격한 흐름 변화까지 겹치며 이날 수원의 90분은 단순한 준결승전이 아니라 한국 여자축구의 현재와 가능성을 한꺼번에 비춰낸 무대가 됐다.

무엇보다 이 승부는 결과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홈 팬들의 뜨거운 응원 속에서도 수원FC 위민은 앞선 흐름을 마무리하지 못했고, 내고향은 밀리던 경기를 뒤집는 집중력을 보여줬다. 승자는 결승으로 향했고, 패자는 눈물을 삼켰다. 그러나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심과 감정, 그리고 선수들이 남긴 장면들은 여자축구가 얼마나 강한 흡인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또렷하게 증명했다.

비바람 속에 열린 남북 여자축구의 밤

20일 밤 수원종합운동장에는 궂은 날씨가 먼저 도착했다. 시작부터 거센 비바람이 경기장을 덮었고, 경기 진행 자체가 쉽지 않을 정도의 환경이 이어졌다. 그러나 악천후는 오히려 이 경기가 가진 무게를 더 선명하게 드러냈다. 쉽지 않은 조건에서도 선수들은 뛰었고, 관중은 떠나지 않았다.

현장에는 5천700여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수원FC 전광판 집계 기준으로 확인된 이 숫자는 단순한 입장 인원을 넘어선다. 비바람 속에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킨 관중의 존재는 이날 승부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실제로 팬들의 감정과 관심을 움직인 스포츠 현장이었음을 말해준다.

특히 이번 맞대결은 축구 종목으로만 한정하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에 펼쳐진 남북 대결이었다. 그 자체로 상징성이 컸고, 그래서 더 많은 시선이 경기장으로 쏠렸다. 최근 한국 스포츠에서 여자축구가 꾸준히 저변을 넓혀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수원의 열기는 단지 특수한 대진에서 비롯된 호기심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관중은 분명히 경기 자체를 보러 왔다.

수원FC 위민의 선전, 그러나 끝내 남은 한 걸음

경기 내용만 놓고 보면 수원FC 위민은 결코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전반에는 수원FC 선수들의 잇단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거나 상대 골키퍼에 막히는 장면이 반복됐다. 골문 앞에서 조금만 더 정교했다면 전반 흐름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후반 4분, 수원FC 하루히의 선제골은 그동안 쌓였던 공세가 마침내 결실로 이어지는 순간처럼 보였다. 홈 팀은 마침내 앞서 나갔고, 관중석의 분위기도 크게 달아올랐을 것이다. 악천후와 긴장감 속에서도 먼저 균형을 깨뜨린 팀이 수원FC 위민이었다는 사실은 이들이 경기 준비와 초반 운영에서 분명한 경쟁력을 보였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축구는 선제골 하나로 끝나는 종목이 아니다. 오히려 큰 경기에서는 선제 득점 직후의 몇 분이 가장 잔혹할 때가 많다. 수원FC 위민은 리드를 잡은 지 오래 지나지 않아 동점을 허용했고, 이후 상대의 압박과 자신들의 실수가 겹치면서 결국 역전까지 내줬다. 경기의 주도권을 오랫동안 움켜쥐었던 팀이 결과를 놓치는 장면은 그래서 더 뼈아프다.

내고향의 반전, 후반에 드러난 집중력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은 전반 내내 끌려다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후반에 들어서자 경기의 결이 바뀌었다. 선제 실점 직후 흔들리지 않고 곧바로 반격에 나선 점이 결정적이었다. 후반 10분 무렵, 리유정의 날카로운 왼발 프리킥을 최금옥이 헤더로 연결해 동점 골을 터뜨린 장면은 승부의 축을 통째로 바꿔 놓았다.

이 골은 단순한 동점이 아니었다. 한쪽으로 기울 수 있던 흐름을 되돌렸고, 수원FC 위민에겐 심리적 부담을 안겼다. 비가 쏟아지는 경기에서는 한 번의 세트피스와 한 번의 집중력이 경기 전체를 흔들 수 있다. 내고향은 바로 সেই 지점을 놓치지 않았다. 실점 이후 빠르게 반응하며 자신들이 경기 안에 여전히 살아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어 후반 22분에는 상대의 결정적인 실책을 놓치지 않고 뒤집기까지 성공했다. 큰 경기에서는 실수 하나가 승패를 가른다. 내고향은 그 순간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고, 오히려 가장 냉정하게 마무리했다. 리유일 감독이 경기 후 “격렬한 경기였다”고 표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도권을 오래 내준 뒤에도 끝내 승리를 가져간 팀의 경기력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지소연의 실축이 남긴 무게

이날 경기에서 가장 안타까운 장면은 후반 34분의 페널티킥이었다. 1-2로 뒤진 수원FC 위민은 동점을 만들 절호의 기회를 얻었고, 키커로 나선 것은 베테랑 지소연이었다. 그는 상대 골키퍼를 속이고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지만, 공은 골대 왼쪽으로 벗어났다. 단 한 번의 슈팅이었지만 경기 전체의 감정이 그 장면에 응축돼 있었다.

지소연은 경기 뒤 책임을 피하지 않았다. 그는 페널티킥을 성공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감을 정말 많이 느낀다”고 말했고, 많은 팬이 경기장을 찾아줬는데 결과가 따라오지 못해 너무 죄송하다고 밝혔다. 베테랑의 이런 반응은 단지 개인적인 아쉬움을 넘는다. 중요한 순간에 팀을 구해내지 못했다는 감정, 그리고 많은 관심이 몰린 무대에서 기대에 응답하지 못했다는 부담이 동시에 읽힌다.

그러나 지소연의 실축만으로 이날 경기를 설명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해석이다. 수원FC 위민은 전반의 여러 기회를 놓쳤고, 후반에는 동점 허용 직후 흐름을 안정시키지 못했다. 축구에서 페널티킥은 분명 결정적인 변수지만, 그 전까지 이어진 수많은 장면의 축적 위에 놓인 마지막 분기점이기도 하다. 지소연의 아쉬움은 컸지만, 패배의 원인을 한 장면에만 모는 것은 경기 전체를 축소하는 일이다.

눈시울 붉힌 박길영 감독, 승자도 패자도 남긴 말

수원FC 위민의 박길영 감독은 경기 뒤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궂은 날씨에도 경기장을 찾아 응원해 준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했고, 결과는 아쉽지만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 짧은 말에는 패배의 무게와 함께 지도자로서의 복잡한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홈에서, 많은 관심 속에서, 먼저 앞서가고도 놓친 승부였기 때문이다.

반대로 승장인 리유일 감독은 선수들의 집중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비가 많이 오고 상대 팀 경기장에서 치르는 조건 속에서도 선수들이 높은 집중력을 보였고, 경기를 잘 운영해 준 점을 감독으로서 좋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내고향의 승리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후반 들어 전술과 집중력이 맞물린 결과라는 점을 뒷받침한다.

같은 경기를 두고 승자와 패자가 남긴 말은 엇갈렸지만, 공통점도 있었다. 양쪽 모두 경기의 강도와 환경의 어려움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이는 이날 승부가 평범한 한 판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킨다. 선수와 감독, 관중 모두가 비바람과 긴장 속에서 소모한 에너지가 컸고, 그래서 경기 후의 표정과 언어는 더욱 진하게 남았다.

응원석이 보여준 한국 여자축구의 확장성

이날 경기의 또 다른 주인공은 관중석이었다. 민간단체들이 조직한 남북공동응원단은 주로 ‘내고향’ 구호를 외쳤지만, 수원FC의 득점 찬스 때는 박수를 치며 성원을 보냈다. 한쪽만을 향한 일방적인 외침이 아니라 좋은 장면에 함께 반응하는 응원 풍경이 만들어졌다는 점은 스포츠가 지닌 독특한 에너지를 잘 보여준다.

특히 공동응원단에는 96세 비전향장기수와 탈북가족도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조합은 그 자체로 복잡한 한국 현대사의 단면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날 경기장에서는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비바람 속에서도 같은 경기, 같은 순간, 같은 탄식과 박수로 연결됐다. 스포츠가 감정을 중개하는 방식이 얼마나 강력한지 실감하게 하는 장면이다.

수원FC 위민 구단 역사상 최초로 티켓이 매진됐다는 사실도 가볍지 않다. 이는 여자축구가 더 이상 주변부 이벤트가 아니라 충분히 대중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콘텐츠임을 말해준다. 물론 이날의 특수성, 즉 남북 대결이라는 드문 대진이 관심을 키운 측면은 분명하다. 다만 그 관심을 실제 입장과 현장 열기로 바꿔낸 것은 결국 선수들의 경기와 팬들의 기대였다. 한국 여자축구가 더 넓은 무대로 나아갈 수 있다는 기대에 환호가 실린 밤이었다고 평가된다.

한 경기의 패배를 넘어, 한국 스포츠가 본 장면

수원FC 위민의 탈락은 분명 아프다. 홈에서 먼저 앞섰고, 동점 기회도 잡았으며, 무엇보다 팬들이 만들어준 열기 속에서 결승행을 놓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경기가 남긴 의미는 패배만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한국 스포츠는 이 한 경기에서 여자축구가 얼마나 큰 감정선을 만들 수 있는지, 또 얼마나 강한 집중을 끌어낼 수 있는지를 분명히 확인했다.

내고향의 역전승은 강렬했고, 수원FC 위민의 분전 역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전반의 공세, 후반의 선제골, 곧바로 이어진 동점과 역전, 그리고 페널티킥 실축까지 이어진 서사는 스포츠가 가장 극적으로 빛나는 문법을 거의 모두 담고 있었다. 그래서 이날 승부는 패한 팀에게도, 이긴 팀에게도, 그리고 관중에게도 오래 기억될 장면을 남긴다.

자동 번역을 통해 이 소식을 읽게 될 세계 독자에게 이날 수원의 경기가 흥미로운 이유는 분명하다. 거센 비 속 5천700여명이 지켜본 이 남북 여자축구 맞대결은 승패를 넘어, 한국 스포츠가 얼마나 뜨겁고 극적이며 또 사람들의 마음을 한순간에 묶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 생생한 현장이기 때문이다.

출처

· 96세 비전향장기수도, 탈북가족도 비바람 속 내고향·수원 연호 (연합뉴스)

· '이틀 연속 끝내기 안타' 키움 김웅빈 "자신감보다 나를 믿었다" (연합뉴스)

· 북한 내고향과 맞대결서 PK 실축한 지소연 "변명의 여지 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