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구 집값 상승세, 서울 추월
국내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전통적으로 전국 부동산 시장을 주도해온 서울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을 부산과 대구가 10년 만에 처음으로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의 최신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들어 부산 아파트 가격은 8.2% 상승해 서울의 4.1%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대구 역시 7.8%의 견고한 상승세를 보이며 수도권 집중 현상에 변화를 알리고 있다.
지방 도시 성장 동력, KTX와 산업단지 개발
부산과 대구의 부동산 시장 활성화는 교통 인프라 확충과 산업 발전이 주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대구의 경우 KTX 동대구역 연장 개통과 달성군 테크노폴리스 조성 등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가 집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부산 역시 가덕신공항 건설 확정과 북항 재개발, 오시리아 관광단지 등 메가 프로젝트들이 투자 심리를 자극하며 주택 수요를 증가시키고 있다.
정부의 지방 분산 정책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혁신도시 조성, 지역 거점 국립대학 육성 등의 정책이 젊은 인력의 지방 유입을 촉진하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주한 인구는 2만 3천여 명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으며, 대구로의 이주민도 1만 8천여 명을 기록했다.
젊은 층의 선택, 서울 대신 지방으로
특히 주목할 점은 20-30대 젊은 층의 주택 구매 패턴 변화다. 서울의 높은 집값과 전세 대란으로 인해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했던 젊은 세대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방 도시로 눈을 돌리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의 신축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3천만 원 수준으로, 서울 강남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대구 수성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서울에서 내려온 30대 신혼부부들의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같은 금액으로 서울에서는 투룸 전세도 어려운데, 여기서는 30평대 아파트 구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국주택조사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인구 이동 트렌드는 향후 2-3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재택근무 확산과 지방 일자리 창출이 맞물리면서 “서울 집중” 패러다임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과거 서울 중심의 부동산 시장에서 벗어나 지방 대도시들의 독자적 성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다만 급격한 가격 상승은 지역 주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어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지방 도시 집값 상승 현상은 단순한 일시적 급등이 아닌, 국가 균형 발전과 인구 분산이라는 거시적 변화의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향후 정부의 지역 발전 정책과 교통 인프라 확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국내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지형도가 그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