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은 8일 지귀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의 ‘술접대 의혹’ 사건을 형사10단독 이재욱 부장판사에게 재배당했다고 밝혔다.
당초 사건을 맡은 판사는 지 부장판사와 사법연수원 동기인 형사4단독 박강균 부장판사다. 박 부장판사가 재판 공정성에 관한 오해를 우려해 재배당을 요청하면서 담당 재판부가 바뀌었다.
이날 지귀연 부장판사와 관련한 핵심 소식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사건의 1심 재판부 변경이다. 지난 4일 불구속 기소된 뒤 사건이 배당됐지만, 담당 판사의 요청과 법원의 판단을 거쳐 다시 배정됐다. 이번 변경은 지 부장판사가 피고인으로 재판받는 사건에 관한 것이다.
연수원 동기 판사 요청에 무작위 재배당
처음 사건을 배당받은 박강균 부장판사는 지 부장판사와 같은 사법연수원 31기다. 재배당 요청의 이유는 두 사람이 같은 기수라는 관계였다. 박 부장판사는 이 관계가 재판의 공정성을 둘러싼 오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재판장이 사법연수원 같은 기수 관계로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오해의 우려가 있다”며 재배당을 요구했다. 요청 사유는 실제 재판이 불공정했다는 판단이 아니라 공정성에 대한 오해 가능성이다.
법원은 재배당할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고, 무작위 전산배당 절차를 거쳤다. 그 결과 8일 사건이 형사10단독에 다시 배정됐다. 이에 따라 지 부장판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사건 1심은 이재욱 부장판사가 심리한다.
재판부 변경의 경위는 최초 배당, 담당 판사의 재배당 요청, 법원의 사유 인정 순이다. 새 재판부를 정하는 과정에는 무작위 전산배당이 적용됐다. 동기 관계를 이유로 제기된 우려에 따라 사건을 다시 배정한 절차다.
술값 409만원과 향응 136만원의 구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지난 4일 지 부장판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정식 법률명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지 부장판사는 변호사 두 명에게 술값을 결제하게 해 향응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혐의에 적시된 시점은 2023년 8월께다. 장소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예약제 주점으로, 당시 결제하게 했다는 술값은 409만원 상당이다. 이 가운데 지 부장판사가 한 차례 제공받은 것으로 기소된 향응은 136만원 상당이다.
409만원은 해당 술값의 규모이고, 136만원은 지 부장판사의 향응 수수 혐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두 액수는 각각 구분되는 내용으로 기소 사실에 등장한다. 지 부장판사가 받은 향응 전액을 409만원으로 적시한 혐의는 아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동일인에게 한 차례에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처벌하도록 한다. 이 경우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은 처벌 여부의 필수 조건이 아니다. 이번에 적용된 혐의는 한 차례 136만원 상당의 향응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대가성도 수사했지만 뇌물죄는 적용하지 않아
공수처 수사는 향응 제공자들이 변호사라는 점을 고려해 대가성 여부까지 다뤘다. 술값 결제와 관련해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뿐 아니라 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살핀 것이다. 다만 기소 때 뇌물죄는 적용하지 않았다.
그 판단의 근거에는 당시 지 부장판사 재판부에 해당 변호사들이 수임한 사건이 없었다는 점 등이 포함됐다. 변호사가 향응을 제공했다는 사정과 당시 재판부의 사건 수임 관계를 함께 확인한 결과다. 실제 기소에 적용된 죄명은 청탁금지법 위반이다.
대가성을 살핀 수사 내용과 청탁금지법의 처벌 기준은 구분된다. 동일인으로부터 한 번에 100만원을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는 경우에는 대가성과 무관하게 처벌하도록 규정돼 있다.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것은 서로 다른 법 적용 내용이다.
현재 지 부장판사는 해당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게 된 단계다. 8일의 재배당은 사건을 심리할 담당 재판부를 바꾼 조치다. 향응 수수 혐의에 대한 유무죄 판단을 내린 절차는 아니다.
지난해 5월 의혹 제기 뒤 약 1년 4개월 수사
의혹은 지난해 5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으로 불거졌다. 당시 의원들은 지 부장판사가 서울 강남 주점에서 직무 관련자들에게 술 접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시민단체 등의 고발장이 접수되면서 같은 달 수사가 시작됐다.
수사 착수부터 불구속 기소까지 걸린 기간은 약 1년 4개월이다. 지난해 5월 시작된 수사는 올해 9월 4일 기소로 이어졌고, 이어 8일 담당 재판부가 재배당됐다. 의혹 제기와 수사, 기소를 거쳐 법원의 심리 단계로 넘어온 경과다.
지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재판장으로 근무했다.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을 심리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후 올해 2월 정기인사에서 서울북부지법으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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