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 실패의 책임을 지고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장소는 대표팀의 베이스캠프 훈련장이었던 멕시코 사포판 치바스 베르데 바예, 시점은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다음 날인 29일(한국시간) 오전이었다. 그 자리에서 그는 취재진에게 사퇴 의사를 전했다.
박항서 단장도 사과 입장문 발표
대표팀과 동행했던 박항서 월드컵 지원단장(국가대표팀 단장)도 고개를 숙였다. “지원단장 및 국가대표팀 단장으로서 대한축구협회를 대표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이번 월드컵의 부진을 딛고 한국 축구가 새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대한축구협회는 뼈를 깎는 반성과 성찰로 다시 미래를 준비해 나아가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자력 진출 가능했던 남아공전, 결국 무산됐다
한국이 속한 A조에는 개최국 멕시코와 체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함께 있었다. 1차전 체코를 2-1로 꺾었지만 2차전 멕시코에는 0-1로 무릎을 꿇었고, 비기기만 해도 자력으로 32강에 오를 수 있었던 마지막 남아공전마저 0-1로 내주며 조 3위(승점 3)에 그쳤다.
10위. 각 조 3위 12개 팀이 다툰 와일드카드 순위 경쟁에서 한국이 받아든 성적이다. 32강 티켓은 그렇게 날아갔고, 사상 처음 48개국으로 확대된 이번 대회에서 한국의 최종 순위는 34위로 남았다.
불공정 논란 속 오른 두 번째 월드컵, 8년 만의 탈락
국회 현안 질의에까지 불려 나가는 수모부터가 순탄치 않은 출발이었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가 다른 후보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그를 내정했다는 의혹이 애초에 있었기 때문이다. 예선과 본선 내내 이 불공정 논란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브라질(0-5)·코트디부아르(0-4) 평가전 대패 같은 기복은 경질 여론을 쉽게 가라앉히지 않았다. 최종예선을 6승 4무 무패로 통과했음에도 그랬다.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도 1무 2패로 물러났던 홍 감독에게 이번은 두 번째 월드컵 기회였다. 감독으로서 월드컵에 두 차례 대표팀을 이끈 한국인은 그가 유일하다. 2010년 남아공, 2022년 카타르에 이어 세 번째이자 2회 연속으로 노렸던 원정 16강 진출도 결국 무산됐고, 한국 축구가 조별리그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은 2018년 러시아 대회 이후 8년 만이다.
준비한 입장문만 낭독, 질문은 받지 않았다
홍 감독은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대표팀 감독이라는 자리를 내려놓는다. 하지만 대한민국 축구를 향한 마음까지 내려놓은 것은 아니다. 우리 대표팀이 다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팀으로 성장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팀 감독이라는 자리는 제게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면서도 “하지만 감독을 맡기로 결정한 순간부터는 다른 이유를 생각하지 않았다. 제게 맡겨진 책임을 끝까지 다하는 것, 그것이 제가 해야 할 유일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년 동안 저는 늘 ‘이 선택이 대한민국 축구를 위한 선택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며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도, 선수를 선택할 때도, 훈련을 준비하고 경기를 치를 때도 그 질문만큼은 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모든 판단이 늘 옳았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다. 하지만 제 모든 판단의 기준만큼은 언제나 한국 축구였다”고 그는 강조했다. “감독이라는 자리는 결과 앞에서 어떤 설명도 필요 없을 만큼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라며 “국민 여러분께서 기대하셨던 결과를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드리지 못했다. 그 책임은 모두 감독인 저에게 있다”고도 했다. 홍 감독은 미리 준비한 입장문만 낭독했을 뿐, 현장에서 취재진의 별도 질문은 받지 않았다.
반년여 일찍 물러나게 된 셈이다. 2024년 7월 8일 선임 당시 그의 임기는 2027년 1월 열리는 아시안컵까지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