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 미국 작가조합서 제명… ‘동조자’ 파업 중 집필 논란

entertainment_park_chanwook_wga
연예 뉴스

entertainment_park_chanwook_wga.jpg

세계적 명성을 얻은 박찬욱 감독이 미국 작가조합(WGA)에서 제명됐다. 8일(현지시간)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 등에 따르면 WGA는 박찬욱 감독과 공동 각본가 돈 맥켈러를 HBO 미니시리즈 ‘동조자(The Sympathizer)’ 집필 과정에서 2023년 파업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제명 처분했다고 발표했다.

‘동조자’는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7부작 시리즈로, 1975년 사이공 함락 이후 미국으로 건너간 베트남계 이중스파이의 이야기를 그렸다. 박찬욱 감독이 연출과 공동 각본을 맡았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호아 쉬안데 등이 출연해 2024년 4월 HBO에서 방영돼 호평을 받았다. WGA는 이번 제명의 구체적인 위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WGA에 따르면 2023년 파업 기간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된 작가는 박찬욱 감독과 맥켈러를 포함해 모두 7명이며, 이 중 4명은 제명 결정에 이의신청을 했으나 박찬욱 감독과 맥켈러는 이의신청을 하지 않았다. WGA 회원 자격을 잃으면 조합과 단체협약을 맺은 대형 제작사와의 프로젝트 참여가 사실상 제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호필름 “파업 전 집필 완료…편집은 집필 아니다” 반박

박찬욱 감독의 제작사 모호필름은 이번 제명 처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모호필름 측은 박 감독과 맥켈러가 파업이 시작된 2023년 5월 2일보다 훨씬 이전에 이미 모든 대본 집필을 마쳤고 촬영까지 끝낸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파업 당시 ‘동조자’는 후반 작업 단계에 있었으며, 편집 작업은 WGA 규정상 집필에 해당하지 않아 문제될 것이 없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박찬욱 감독 본인도 별도 입장을 통해 어떤 규정도 위반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반응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찬욱 감독이 제명 결정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은 이유로는 당시 새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후반 작업 마무리에 집중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 작품은 박찬욱 감독이 오랜 기간 준비해 온 신작으로, WGA 제명 논란과 별개로 국내외 개봉을 앞두고 있다.

2023년 WGA 파업은 그해 5월 2일 시작돼 9월 27일 타결되기까지 약 5개월, 148일간 이어진 할리우드 역사상 최장기 작가 파업 중 하나로 꼽힌다. 넷플릭스, 디즈니, 아마존 등 주요 스트리밍 플랫폼과 제작사를 상대로 벌어진 이 파업에서 작가들은 스트리밍 시대에 맞는 공정한 수익 배분, 인공지능(AI)의 창작 참여 제한, 최소 작가실 운영 보장 등을 요구했다. 특히 AI가 각본 작업에 활용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핵심 쟁점 중 하나로 떠올랐고, 이는 이후 타결된 협상안에 AI 활용 범위를 제한하는 조항이 포함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한국 콘텐츠 창작자들의 글로벌 진출과 과제

박찬욱 감독의 이번 제명은 한국 콘텐츠 창작자들이 할리우드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면서 마주할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를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올드보이’, ‘아가씨’ 등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박찬욱 감독처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감독조차 현지 노동조합 규정을 둘러싼 해석 차이로 제명 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해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국내 창작자들에게 현지 노조 규정에 대한 사전 이해가 한층 중요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국내 매체 보도에 따르면 WGA 제명이 박찬욱 감독의 향후 창작 활동 자체를 가로막는 것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WGA와 단체협약을 맺지 않은 제작사나 국내외 비할리우드 프로젝트에는 계속 참여할 수 있어, 작가로서 활동에 미치는 실질적 제약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 한국 콘텐츠가 잇따라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면서 한국 감독과 작가들이 할리우드 제작사와 직접 협업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사건은 한국 콘텐츠 업계가 해외 진출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노무·계약상의 리스크를 다시 한번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창작 역량뿐 아니라 현지 산업 생태계와 노동 관행에 대한 이해를 함께 갖추는 것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하기 위한 조건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