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400원 돌파, 경제 비상등

2025년 9월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돌파하며 1,412.50원에 마감했다.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의 최고치로,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전날보다 18.30원(1.31%) 급등한 환율은 미국 연준의 매파적 통화정책 지속 가능성과 중국 경제 둔화 우려가 겹치면서 원화 약세가 가속화된 결과다.

한국은행은 긴급 시장점검 회의를 소집해 과도한 쏠림 현상에 대해서는 적절히 대응하겠다며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외환 당국은 스무딩 오퍼레이션을 통해 변동성 완화를 시도했으나, 글로벌 달러 강세 기조 속에서 원화 방어에 한계를 보였다.

환율 급등의 직접적인 원인은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 유지 시사와 함께 한국의 경상수지 적자 우려가 커진 데 있다. 특히 반도체 수출 부진과 에너지 수입 증가로 무역수지가 악화되면서 원화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매도세가 이어지며 달러 수요는 더욱 증가했다.

수입물가 급등과 서민경제 직격탄

환율 상승의 가장 큰 문제는 수입물가 급등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한국은 에너지와 원자재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환율 상승이 곧바로 물가 상승으로 연결된다. 실제로 9월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5.2% 상승해 2022년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특히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입 비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전기료와 가스료 인상 압력이 커지고 있다.

식료품 물가도 비상이다. 밀가루, 설탕, 식용유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의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외식업계와 제과업계가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대형마트들은 수입 과일과 육류 가격을 10~20% 인상했으며, 커피전문점들도 원두 가격 상승을 이유로 음료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비상대책을 마련했다. 기획재정부는 석유류와 농축산물에 대한 할당관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하고, 정부 비축 물자를 시장에 방출하기로 했다. 또한 환율 안정을 위해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 논의를 시작했으며, 외환보유액을 활용한 시장 개입 의지를 분명히 했다.

기업 실적 악화와 투자 위축 우려

환율 상승은 기업들에게도 큰 부담이다. 수입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체들은 원가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특히 항공업계는 항공유 가격 상승과 항공기 리스료 증가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국제선 유류할증료를 대폭 인상했으며, 저비용항공사들은 일부 노선 운항을 중단하는 등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반면 수출 기업들에게는 일시적인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수출 대기업들은 원화 약세로 가격 경쟁력이 개선되고 환산 이익이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환율 상승이 수출 증가로 이어지기보다는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수출 감소를 상쇄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외국인 매도세 확대로 2,400선이 붕괴됐고, 채권 금리는 급등세를 보였다. 특히 달러 차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신용 리스크가 커지면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금융당국은 기업들의 환헤지 비율을 높이도록 권고하고, 달러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당분간 1,40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마무리되고 중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기 전까지는 원화 약세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과 통화정책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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