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한국 경제는 성장 둔화와 물가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으며 복잡한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2.2%로 하향 조정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2025년 전망치는 1.9%로 더욱 낮아져, 잠재성장률 2.0%마저 밑돌 것으로 예상되면서 구조적 성장 둔화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
금리 정책의 딜레마
한국은행은 금리 인하 속도를 최대한 늦추려는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물가 안정과 금융 시장 안정성을 동시에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2024년 소비자 물가는 전년 대비 2.3% 상승했는데, 이는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정부의 목표치인 2%에 근접한 수치다.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성장률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통화정책의 여지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금리 정책의 딜레마는 여기서 발생한다.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급격한 금리 인하는 자산시장 과열과 가계부채 증가를 촉발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상충되는 요구 사이에서 신중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2024년 하반기부터 점진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그 속도는 매우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 급등과 주가 하락의 이중고
2024년 여름 1,300원대 초중반을 유지하던 원/달러 환율은 10월 들어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특히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된 이후 환율 상승세는 더욱 가속화됐다. 12월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환율은 1,500원을 향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환율 급등은 수출 기업에게는 가격 경쟁력 향상이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전반적인 물가 안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 특히 에너지와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 구조상, 환율 상승은 제조업 원가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주식시장도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코스피는 2024년 말 2,399.49로 마감하며, 2023년 종가 2,655.28보다 255.79포인트(9.63%) 하락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국내 정치 불확실성, 반도체 업황 조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한국 증시의 주력인 반도체 섹터가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과 중국 경기 둔화로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코스피 전체를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
2025년 전망과 과제
2025년 한국 경제는 더욱 어려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투자는 고금리 시기에 부진했던 건설수주가 반영되며 2023년 -3.3%에 이어 2024년 -8.1%의 큰 폭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건설수주 회복이 점차 반영되면서 2025년에는 2.6% 정도 증가하며 부진이 완화될 전망이다.
가장 큰 불확실성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무역정책 변화다. 보호무역주의 강화 가능성은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어, 수출 주도 성장 모델의 한계를 다시 한번 드러낼 수 있다. 이에 따라 내수 중심의 성장 동력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경제는 단기적 경기 부양과 중장기적 구조 개혁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복잡한 국면에 놓여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잠재성장률 하락, 산업구조 전환의 필요성, 가계부채 문제 등 구조적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가운데, 단기적인 경기 부양 정책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다. 2024년을 마무리하며 한국 경제는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을 모색해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