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성장률 0.8%로 하향, 역성장 우려

2025년 9월 24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8%로 대폭 하향 조정하면서 한국 경제의 역성장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연초 전망치 2.2%에서 두 차례나 하향 조정한 것으로, 1998년 외환위기(-5.1%)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0.7%)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특히 하반기 성장률이 0%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은 사실상 경기 침체를 의미한다.

KDI는 성장률 하향 조정의 주요 원인으로 건설투자 급감과 수출 부진을 꼽았다. 건설투자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고금리 장기화로 전년 대비 1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은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과 중국 경제 둔화로 증가율이 1%대에 그칠 전망이다. 민간소비도 고물가와 가계부채 부담으로 1.2% 증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구조적 문제 심화와 잠재성장률 하락

더욱 심각한 것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잠재성장률이 2000년대 4%대에서 현재 2% 초반으로 하락했으며, 2030년대에는 1%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급속한 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 감소, 생산성 정체, 투자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글로벌 제조업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주력 산업인 자동차, 조선, 철강 등이 중국 기업들의 추격으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반도체마저 중국의 자급률 상승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서비스업은 여전히 생산성이 낮아 제조업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고용 시장도 악화일로다. 청년 실업률이 10%를 넘어서고,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드는 반면 비정규직과 플랫폼 노동자는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자동화 확산으로 중간 숙련 일자리가 빠르게 사라지면서 노동시장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정부 대응과 정책 딜레마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지만, 정책 여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국가채무가 GDP 대비 50%를 넘어서면서 재정 확대에 한계가 있고, 환율 불안과 물가 상승 압력으로 금리 인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획재정부는 25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해 SOC 투자 확대와 소상공인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규제 완화와 신산업 육성을 통해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바이오, 미래차 등 3대 주력 산업에 향후 5년간 100조원을 투자하고, AI와 로봇 등 신성장 동력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기 부양책보다는 구조 개혁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노동시장 유연화, 규제 혁신, 교육 개혁, 연금 개혁 등 고통스럽지만 피할 수 없는 과제들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생산성 향상을 위한 디지털 전환과 녹색 전환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 경제에 대해 비슷한 진단을 내렸다. IMF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0.9%로 전망하면서 재정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고 생산성 향상에 집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OECD는 한국이 고령화와 기후변화라는 이중 도전에 직면했다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면적인 경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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