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10일(현지시간)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통해 미국 나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이날 170달러에 거래를 시작해 168.49달러에 마감했으며, 공모가 149달러 대비 13.08% 높은 수치다.
타임스스퀘어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오프닝벨을 울렸다
ADR 상장 기념 ‘오프닝벨’ 행사는 이날 오전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열렸다. 행사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 고승범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 등 그룹과 회사 주요 경영진이 대거 참석했다.
버튼을 함께 누른 시각은 정확히 오전 9시 30분이었고, 그와 동시에 벨소리가 울렸다. 나스닥 마켓사이트 밖 전광판에는 ‘웰컴 투 나스닥’(Welcome To Nasdaq) 아래로 ‘SK하이닉스’와 ADR 티커인 ‘SKHY’, 상장 완료를 뜻하는 문구가 표시됐다.
공모가 149달러로 약 40조원을 조달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ADR 공모가를 주당 149달러로 확정했다. 공모물량 1억7천790만주를 통해 265억700만달러, 약 40조원을 조달하게 됐다.
곽노정 CEO는 25년 전 파산 위기를 언급했다
곽노정 CEO는 회사의 여정을 소개하며 회복력과 결단력을 강조했다. 그는 “불과 25년 전 우리 회사는 창사 이래 가장 힘든 시기 중 하나인 반도체 시장의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고, SK는 파산 위기에 처해 있었다”며 “우리는 이를 견뎌냈고 길을 찾았으며 마침내 위기를 극복했다”고 말했다.
2012년 SK그룹에 합류한 뒤 고대역폭 메모리(HBM) 투자와 개발을 결정했고 혁신을 멈추지 않았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미국은 AI의 중심지라고 말했다
곽 CEO는 “미국은 AI의 중심지로, AI 혁신을 필요로 하는 고객, 생태계를 구축하는 파트너, 산업을 이끄는 인재들이 모두 이곳에 있다”며 “이번 상장은 이들과의 유대 관계를 더욱 강화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세계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린다”며 “우리는 단순히 기회를 좇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여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강조했다. 기념사에서는 신뢰와 혁신, 성장도 함께 언급했다. 그는 “믿어준 투자자와 고객에게 감사하고, 혁신을 통해 메모리 가능성의 경계를 넓혀가며 함께해준 임직원들이 더 큰 성취를 이루도록 지원하겠다”며 “SK하이닉스는 기술 리더십을 증명하며 AI가 있는 모든 곳에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나스닥 아태 의장은 한국 자본시장에도 의미 있다고 했다
밥 맥쿠이 나스닥 아시아태평양 의장은 곽 CEO 발언에 앞서 “나스닥 가족이 된 것을 환영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그는 “이번 상장은 SK하이닉스에 중요한 이정표일 뿐만 아니라 한국 및 아시아 자본 시장 전체에도 매우 의미 있는 순간”이라며 “이제 SK하이닉스는 세계 최고의 기술 선도 기업들과 나란히 이름을 올리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HBM 선두 주자로 글로벌 로드쇼를 진행했다
AI 가속기의 핵심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선두 주자로 꼽힌다. 상장에 앞서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주요 지역의 글로벌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로드쇼를 진행했으며, 투자자들은 AI 메모리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경쟁력과 성장성을 높이 평가했다.
공모대금은 14일 납입되고 보통주는 29일께 코스피에 상장된다
공모대금은 오는 14일 SK하이닉스에 납입된다. ADR의 기초가 되는 보통주(신주)의 코스피 추가 상장은 오는 29일께로 예정돼 있다.
ADR은 외국 기업이 본국의 주식 상장을 유지한 채 미 증시에서도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발행하는 증서다. 외국 기업은 미 자본시장에 직접 진출해 글로벌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고, 현지 투자자는 환전이나 해외 계좌 개설 없이 일반 미 주식처럼 투자할 수 있다.
같은 날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올랐다
SK하이닉스가 데뷔한 이날 뉴욕증시 3대 주요 지수는 일제히 소폭 상승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29% 오른 52,637.0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42% 오른 7,575.39, 나스닥 종합지수는 0.29% 오른 26,281.61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 상승은 SK하이닉스가 주도했다.
핵심 파트너사인 엔비디아도 AI 반도체 수요 기대에 4.03% 올랐고, 메타는 자체 맞춤형 반도체 개발에 따른 비용 절감 전망과 신규 AI 모델 호평이 겹치며 5.97% 급등했다. 동종 메모리 업체 마이크론은 1.24% 내렸는데, SK하이닉스로 자금이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 등이 작용했다.
최태원 회장은 미국 추가 투자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상장 기념행사에서 미 CNBC와 인터뷰를 통해 “미국 인디애나주 첨단 패키징 시설 외에도 추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며 “전력·용수·인력·공급망 등 여건이 갖춰질 경우 메모리 생산공장 건설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메모리 공장과는 별도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및 관련 기술, 합작법인 등에 수백억 달러 규모의 투자도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현재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천만달러(약 5조6천억원)를 투입해 반도체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 중이며, 올해 초 AI 설루션 회사인 ‘AI 컴퍼니’(가칭)도 미국에 설립했다.
러트닉 상무장관이 전날 생산 확대를 촉구했다
최 회장의 발언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전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향해 미국 내 메모리 생산 확대를 공개적으로 촉구한 직후 나왔다. 그가 이 말을 꺼낸 자리는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의 뉴욕 공장 행사였다. 러트닉 장관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미국으로 불러 생산시설을 짓게 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국내에는 1천100조원 규모 생산벨트를 계획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청주, 호남권 등을 중심으로 1천100조원 규모의 국내 AI 메모리 생산벨트 구축 계획을 공개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투자 규모에 견줘 대미 투자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을 들어, 미국 정부가 추가 투자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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