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 2단계 시행 1년, 6억 대출 제한과 금리 인하의 딜레마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현재, 한국 부동산 시장은 복합적인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2024년 9월부터 본격 시행된 DSR 2단계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을 급감시키며 시장 안정화에 기여했지만, 동시에 금리 인하 기조와 맞물려 새로운 정책적 딜레마를 낳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DSR 2단계 시행 이후 연소득 1억원 차주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수도권 기준 30년 변동금리 기준으로 8,400만원 감소했다. 이는 기존 대출 한도의 40% 이상에 해당하는 대폭적인 축소다. 더욱이 2025년 6월 27일 발표된 가계부채 관리 강화 대책으로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는 소득과 주택 가격에 관계없이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되면서 고가 아파트 구매자들의 자금 조달에 큰 제약이 가해졌다.

시장 냉각 효과와 거래량 급감

DSR 강화 정책의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감소했으며, 가격 상승률도 현저히 둔화됐다. 특히 10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 시장에서는 거래 절벽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의 경우 9억원 이상 아파트 거래량이 전년 대비 5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는 정부가 의도한 시장 안정화 목표를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열됐던 수도권 아파트 시장이 진정세를 보이며, 무리한 레버리지를 통한 투기적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주택가격 전망 CSI(소비자심리지수)는 111로 전월 대비 2포인트 상승했지만, 여전히 극도의 낙관론은 사라진 상태다.

금리 인하와 새로운 변수

하지만 최근 들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정책이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한 가운데, 한국은행도 2025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금리 인하는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춰 부동산 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요인으로, DSR 규제의 효과를 상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전세 시장에서는 이미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전세 사기 여파로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금리 인하로 전세자금대출이 늘어날 경우 주거비 부담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세입자의 절반이 매달 100만원 이상의 월세를 내고 있으며, 이는 전년 대비 15% 증가한 수치다.

KB국민은행 연구소가 발표한 ‘2025 KB 부동산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매매가격은 1-2% 상승, 전세가격은 2% 내외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는 현재의 DSR 규제가 유지될 경우의 전망이며, 금리 변화나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등에 따라 시장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변수가 있다.

2025년 하반기 시장 전망과 정책 과제

부동산 전문가들은 2025년 하반기 시장이 ‘상저하고(上低下高)’ 패턴을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상반기까지 이어질 정치적 불확실성이 하반기 해소될 경우, DSR 규제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 상승 기대심리가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아파트 공급 부족 문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전세가격 상승과 매매가격 상승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다.

주택 건설 시장도 우려스러운 신호를 보이고 있다. 2025년 주택 착공은 38만호, 준공은 36만호로 전망되는데, 이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을 의미한다. 특히 재개발 사업 비중이 높은 수도권의 경우 착공 증가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공급 부족 심화가 우려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DSR 3단계 시행을 2025년 7월로 예정하고 있어, 추가적인 대출 규제 강화가 예고된 상태다. 하지만 금리 인하 기조와 공급 부족 상황을 고려할 때, 정책 효과의 지속성과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섬세한 정책 조율이 필요한 시점이다.

결국 DSR 2단계 시행 1년을 맞는 현재, 한국 부동산 시장은 규제 효과와 금리 변화, 공급 부족이라는 복합적 요인들이 얽혀 있는 상황이다. 시장 안정화라는 정책 목표 달성과 동시에 주거 안정성 확보라는 과제 해결을 위해서는 단순한 규제 강화를 넘어선 종합적이고 균형 잡힌 정책 접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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