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초고령사회 진입, 노인 의료비 100조원 돌파
2025년 9월 24일, 통계청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이 공식적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1%인 1,036만명을 기록하며 UN이 정한 초고령사회 기준인 20%를 넘어섰다. 2017년 고령사회 진입 후 불과 8년 만의 일로, 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노인 의료비가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다는 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는 102조 3천억원으로 전체 의료비의 48.2%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대비 15.3% 증가한 수치로, 노인 인구 증가율 6.8%를 크게 웃돈다. 노인 1인당 연간 진료비는 987만원으로 전체 국민 평균(289만원)의 3.4배에 달했다. 특히 치매, 파킨슨병 등 퇴행성 질환 진료비가 급증하며 건강보험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
치매 환자 증가가 가장 심각한 문제다. 현재 국내 치매 환자는 약 100만명으로 추산되며, 2030년에는 136만명, 2040년에는 2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의료비는 약 2,100만원으로, 일반 노인의 2배가 넘는다. 정부는 치매국가책임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치매안심센터와 전문 요양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전국 256개 치매안심센터의 대기자만 15만명에 달한다.
건강보험 재정 위기와 세대 간 갈등
초고령화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건보공단은 현재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27년 건강보험 적립금이 완전히 소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2025년 건강보험료율이 7.0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급증하는 노인 의료비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전문가들은 2030년까지 보험료율을 10% 이상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세대 간 부담 격차도 심화되고 있다. 현재 생산가능인구(15~64세) 3.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고 있지만, 2040년에는 1.7명이 1명을 부양해야 한다. 20~30대 청년층의 건강보험료 부담은 계속 늘어나는 반면, 본인들이 노년기에 받을 수 있는 혜택은 불확실하다. 이로 인해 청년층 사이에서는 “왜 우리가 노인들의 의료비를 부담해야 하냐”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다각도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첫째, 예방 중심의 의료체계 전환이다. 65세 이상 노인 대상 무료 건강검진을 연 2회로 확대하고, AI 기반 질병 예측 시스템을 도입해 조기 진단과 치료를 강화한다. 둘째, 재가 의료와 커뮤니티 케어 확대다. 병원 입원보다는 집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의료비를 절감한다. 셋째, 건강보험 재정 다각화다. 건강증진기금, 장기요양보험료 등 다양한 재원을 확보해 보험료 인상 압력을 완화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초고령사회 대응이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할 핵심 과제라고 강조한다. 서울대 고령사회정책연구소 김 모 교수는 “노인 의료비 문제는 단순히 재정 문제가 아니라 세대 간 연대와 사회통합의 문제”라며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의료보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고령사회를 맞은 한국이 어떻게 이 난제를 해결해나갈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