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족이 설립을 추진 중인 암호화폐 은행의 지주회사 ‘WLTC 홀딩스’에서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의 동생 측이 지분 49%를 확보해 단일 최대 주주가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일가 계열 법인의 지분은 38%로 전해졌다.
타흐눈 측 투자법인이 49%…트럼프 일가 계열은 38%
해당 인사는 셰이크 타흐눈 빈 자예드 알나하얀이다. UAE의 구성국 중 하나인 아부다비의 부통치자이며 UAE의 국가안보보좌관이다.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에 투자하는 아부다비의 투자사 MGX와 AI·클라우드컴퓨팅 기업 G42의 이사회 의장도 맡고 있다. 아부다비 통치자 겸 UAE 대통령인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나하얀의 동생이다.
WSJ은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타흐눈 국가안보보좌관과 공동 투자자들이 출자한 것으로 알려진 스트링즈홀딩이 WLTC 홀딩스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WLTC 홀딩스는 월드리버티파이낸셜(WLFI)이 은행 사업을 위해 별도로 만든 지주회사다. 두 회사는 법적으로 별개지만 간접 주주 구성은 같다. WLTC 홀딩스는 설립 예정인 신탁은행 WLTC를 완전자회사로 두게 된다.
WLFI 지분 49%도 취임 나흘 전 5억 달러에 취득
트럼프 대통령 가족은 2024년 9월 재커리 포크먼, 체이스 헤로, 앨릭스 윗코프, 잭 윗코프 등과 함께 암호화폐 사업체 WLFI를 설립했다. 타흐눈 측은 ‘아리얌 인베스트먼트 1’이라는 투자법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 2기 취임식 나흘 전인 2025년 1월 16일 WLFI 지분 49%를 5억 달러(6천900억 원)에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WLFI 측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 에릭 트럼프가 계약에 서명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신 재산공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투자금 가운데 2억6300만달러(약 3630억원)가 트럼프 일가 계열 법인에 돌아갔다고 보도했다.
WLFI는 2025년 3월 달러 고정 스테이블코인 ‘USD1’을 발행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2025년 5월에는 MGX가 USD1을 이용해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20억 달러(2조7천600억 원) 규모의 거래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OCC 예비 조건부 승인…주요 주주 3곳 수동적 투자 약정
미 재무부 산하 통화감독청(OCC)은 지난 14일 월드리버티트러스트컴퍼니(WLTC) 설립을 위한 인가 신청을 예비 조건부 승인했다. WLTC는 문을 열면 USD1을 발행·상환하고 준비자산을 관리하며 기관 고객의 가상자산을 보관하게 된다. 일반 고객의 예금을 받아 대출하는 상업은행은 아니며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예금보험도 적용되지 않는다. 실제 영업에 들어가기 전에 WLFI는 OCC가 제시한 조건을 충족하고 최종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OCC 승인서에 따르면 스트링즈홀딩과 트럼프 일가 계열 법인 등 주요 주주 3곳은 은행 경영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수동적 투자 약정을 제출했다. 스트링즈홀딩은 은행 의결권 주식 10% 이상을 취득하면 9.9%를 넘는 지분의 의결권을 은행 경영진에 위임하기로 했다.
이해충돌 논란…백악관은 부인
민주당 의원들과 윤리 전문가들은 이해충돌 가능성을 제기했다. 법학 교수이자 전 워싱턴DC 시정부 윤리 변호사인 캐슬린 클라크는 “얼마나 더 많은 위험 신호가 필요한가”라고 반문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타흐눈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 일가가 추진하는 은행의 인가 신청 주체와 금융적으로 연결돼 있다면 국가안보를 이유로 은행 인가를 내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클라크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UAE AI 칩 협상을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봄 UAE가 수십억달러어치의 미국산 AI 칩을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협력 합의를 발표했고, 도입 물량의 약 5분의 1은 G42에 배정될 예정이었다. 다만 타흐눈 측의 투자와 AI 칩 수출 결정 사이에 대가 관계가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백악관은 이해충돌이 존재한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타흐눈 측의 투자 과정을 아는 관계자는 투자 검토 과정이나 그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해당 투자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월드리버티는 정치 임명직이 아닌 OCC 실무진이 관련 법률과 규정, 정책 요건에 따라 은행 인가 신청을 심사했다고 밝혔다. 다만 은행 지주사의 주주 구성에 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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