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서 나온 한 점, 시리즈의 공기를 바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고양 소노는 10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부산 KCC와의 2025~26 프로농구 챔피언결정 4차전 원정 경기에서 81-80으로 승리하며 시리즈를 그대로 끝내지 않고 반격의 발판을 만들고 있다. 3연패 뒤 맞이한 경기였다는 점, 그리고 승부가 마지막 1초도 채 남지 않은 순간 갈렸다는 점에서 이날 한 점 차 승리는 단순한 1승 이상의 무게를 갖는다.
이날 경기의 중심에는 소노의 에이스 이정현이 있었다. 그는 3점 슛 6개를 포함해 팀 내 최다 22점을 올렸고, 4쿼터 종료 21.1초를 남기고 80-79 역전 3점포를 꽂아 넣으며 승부의 흐름을 뒤집었다. 이어 80-80 동점이던 종료 0.9초 전에는 슛 동작에서 파울을 끌어낸 뒤 자유투 2개 중 1개를 성공해 결승점을 만들었다.
숫자만 보면 1점 차 승리지만, 경기의 질감은 훨씬 더 컸다. 챔피언결정전에서 3경기를 연속 내준 팀이 더는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서 만들어낸 승리였기 때문이다. 이 승리는 소노가 시리즈 전체의 균형을 단번에 되찾았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최소한 챔피언결정전의 긴장과 기대를 다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정현의 22점, MVP 이름값을 증명한 밤
이정현은 이날 경기에서 단순히 많은 득점을 올린 선수가 아니었다. 소노가 가장 힘들어하던 순간에 공격의 방향을 잡고, 경기의 마지막 장면에서 직접 결과를 결정한 선수였다. 3점 슛 6개를 꽂아 넣은 외곽 감각도 돋보였지만, 더 크게 보이는 대목은 경기 막판의 침착함이다. 21.1초 전 역전 3점 슛과 0.9초 전 자유투 상황은 에이스에게 요구되는 책임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프로농구에서 챔피언결정전은 정규리그와 결이 다르다. 상대의 수비 압박은 더 집요해지고, 한 번의 실수가 경기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 그런 무대에서 이정현은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라는 자신의 이름값을 코트 위에서 그대로 입증했다. 기록표에 남는 22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승부처마다 팀이 공을 맡길 수 있는 확실한 중심이 되어줬다는 사실이다.
이정현의 경기 후 발언도 이날 승리의 분위기를 설명해준다. 그는 연이틀 경기를 치르며 무척 힘들었고, 3연패를 당한 상황에서 부담감도 커 심경이 복잡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도 선수들이 잘 이겨냈다고 말했다. 이 말은 개인의 활약이 빛난 밤이면서 동시에, 끝까지 무너지지 않은 팀 전체의 집중력이 함께 만든 승리였음을 보여준다.
경기 전 무거웠던 공기, 코트 위에서 뒤집힌 표정
소노가 맞이한 4차전은 전술 이전에 심리의 경기였다. 이미 3차전까지 내리 패한 상황에서 선수단이 짊어진 부담은 컸다. 이정현은 경기 뒤 “오늘 점심 먹기 전에 팀 미팅을 했는데 선수들이 기운이 많이 없더라”고 전했다. 한 팀이 챔피언결정전에서 연패에 빠졌을 때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체력보다도 마음이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그는 “오늘 경기가 걱정되기도 했는데, 코트에 나오니 그런 모습들이 보이지 않더라”고 덧붙였다. 이 변화는 스포츠의 가장 극적인 본질을 드러낸다. 벼랑 끝에서 선수들은 때로 위축되지만, 동시에 가장 높은 집중력을 끌어내기도 한다. 이날 소노는 경기 전의 침체된 공기를 경기 중의 에너지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그 변화가 더 값진 이유는, 상대가 챔피언결정전 초반 3경기에서 소노를 몰아붙인 부산 KCC였기 때문이다. 소노는 시리즈 내내 상대 슈퍼스타들의 재능에 밀리는 장면을 적지 않게 노출했다. 그런데도 이날은 흔들리면서도 무너지지 않았고, 끝내 마지막 한 장면을 자기 쪽으로 끌고 왔다. 챔피언결정전에서 팀의 생존 본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준 경기라고 평가된다.
손창환 감독의 한마디가 만든 절박함의 방향
이날 승리는 선수들의 집중력뿐 아니라 손창환 감독이 던진 메시지와도 맞물려 있다. 보조 맥락으로 전해진 또 다른 연합뉴스 기사에 따르면 손 감독은 4차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일하면서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마저 패해 4연패로 시리즈를 끝내지 말고, 시즌을 더 이어가자는 뜻이었다.
이 발언은 길지 않지만 강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 전술 용어보다 더 직접적으로 선수들의 감정에 닿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패배하면 모든 것이 끝나는 상황, 승리하면 다시 일할 수 있는 상황이 한 문장 안에 압축돼 있다. 스포츠에서 절박함은 양날의 검이지만, 이날 소노에게 그것은 위축이 아니라 행동의 에너지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손 감독은 경기 후 이 승리를 “열정이 재능을 이긴 날”이라고 표현했다. 이 문장은 소노가 처한 현실과 이날 경기의 성격을 함께 설명한다. KCC의 화려한 전력과 스타성 앞에서 소노가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었다는 인식, 그리고 그런 차이를 좁힌 것은 결국 마지막까지 뛰는 마음이었다는 해석이 담겨 있다. 챔피언결정전은 늘 전술과 기술의 싸움이지만, 이날만큼은 정신력의 가치가 유독 또렷하게 부각됐다.
0.9초와 21.1초, 승부를 바꾼 두 개의 시간
이번 경기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시간이다. 종료 21.1초 전 이정현의 역전 3점 슛, 그리고 종료 0.9초 전 얻어낸 자유투는 거의 모든 서사를 압축한다. 긴 경기 전체를 지배한 것은 누적된 수비와 공격이겠지만, 팬들이 오래 기억하는 장면은 결국 마지막 몇 초 안에 들어 있다.
특히 21.1초 전 3점 슛은 단순한 득점이 아니라 심리적 전환점이었다. 한 점 뒤진 상황에서 터진 역전포는 상대에게는 급격한 압박을, 소노에는 다시 해볼 수 있다는 확신을 동시에 안겼다. 챔피언결정전처럼 흐름의 진폭이 큰 무대에서는 이런 한 방이 수치 이상의 효과를 낳는다. 이정현이 그 장면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그의 존재감을 더 크게 만든다.
0.9초 전 자유투 장면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극한의 순간에는 대개 무리한 선택이나 서두른 판단이 나오기 쉽지만, 이정현은 슛 동작에서 파울을 유도하며 가장 현실적인 득점 기회를 확보했다. 자유투 2개 중 하나만 넣었는데도 그것이 결승점이 됐다는 사실은, 챔피언결정전의 승부가 얼마나 세밀한 차이에서 갈리는지 선명하게 보여준다.
팬들의 매진 소식, 코트 안으로 이어진 응원
이정현은 경기 후 13일 고양에서 열리는 5차전 입장권이 매진됐다는 얘기를 듣고 팬들이 포기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목은 이날 승리를 선수들만의 반전으로 보지 않게 만든다. 챔피언결정전에서 팬심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선수들의 감정과 선택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시리즈가 3연패로 기울었을 때도 팬들이 5차전 티켓을 채웠다는 사실은, 소노를 향한 기대가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스포츠에서 관중은 결과를 직접 바꾸지 못하지만, 선수들이 경기의 무게를 받아들이는 방식에는 분명한 흔적을 남긴다. 이정현이 이를 직접 언급했다는 점은 이날 승리가 팀 내부의 결의와 외부의 신뢰가 맞물린 결과였음을 시사한다.
글로벌 독자에게도 이 장면은 낯설지 않다. 어느 리그, 어느 종목이든 챔피언결정전의 핵심은 결국 경기력과 감정의 결합에 있다. 관중이 포기하지 않을 때 선수도 마지막 에너지를 짜내고, 그 힘이 한 점 차 승부에서 터져 나온다. 소노의 4차전 승리는 한국 프로농구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극적인 응원 서사 중 하나로 읽힌다.
이 한 경기 이후, 챔피언결정전은 다시 살아난다
물론 소노가 아직 해낸 것은 우승이 아니라 생존이다. 81-80 승리는 시리즈 전체를 뒤집은 결과가 아니라, 뒤집을 가능성을 다시 열어둔 결과에 가깝다. 그렇기에 이번 승리의 의미는 과장보다 정확한 해석이 필요하다. 소노는 최소한 챔피언결정전이 일방적으로 끝나지 않도록 붙잡아 세웠고, 자신들이 왜 여기까지 올라왔는지를 다시 증명했다.
이번 4차전은 한국 스포츠에서 자주 사랑받는 장면을 그대로 품고 있다. 절박한 팀, 마지막 순간의 스타, 한 점 차 승부,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팬들이다. 이런 요소들이 겹칠 때 스포츠는 단순한 결과표를 넘어선다. 이정현의 22점과 마지막 두 장면은 그래서 기록인 동시에 이야기이며, 소노의 1승은 그래서 단순한 반격인 동시에 시리즈의 긴장을 되살린 사건으로 읽힌다.
한국의 오늘 스포츠가 왜 세계 독자에게도 흥미로운지 묻는다면 답은 분명하다. 0.9초와 21.1초가 모든 흐름을 바꾸는 이 극적인 한 경기에는, 국경을 넘어 누구나 즉시 공감할 수 있는 승부의 긴장과 환호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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