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수주 급증 속 심각한 인력난 직면
한국 조선업이 글로벌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로 수주 호황을 맞이하고 있지만, 심각한 인력 부족 문제로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2025년 한국 조선 3사(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의 수주액은 전년 대비 42% 증가한 650억 달러를 기록할 전망이지만, 현장 숙련공 부족으로 선박 인도 일정이 지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수주 증가와 인력 부족의 역설
글로벌 해운업계의 탈탄소 전환에 따라 LNG 운반선, LNG 추진 선박, 암모니아 추진 선박 등 친환경 선박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한국 조선업은 2010년대 이후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2015년부터 2020년까지의 조선업 불황기에 대규모 인력 감축이 이뤄진 후유증으로, 현재 숙련 용접공과 배관공 등 핵심 기술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우리 회사만 3000명 이상의 추가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젊은 인력의 조선업 기피 현상으로 충원이 매우 어렵다”며 “60대 이상 고령 숙련공에 의존하는 비율이 30%를 넘어서면서, 기술 전수와 안전 문제도 우려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조선소가 밀집한 거제와 울산, 거창 등지에서는 인력 확보를 위한 조선사 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임금 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 급증
인력난 해소를 위해 조선업계는 외국인 근로자 채용을 크게 늘리고 있다. 2025년 10월 기준 거제시의 외국인 근로자는 1만 5000명을 초과했으며, 이 중 80% 이상이 조선업에 종사하고 있다. 주로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출신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용접, 도장, 비계 작업 등에 투입되고 있으나, 언어 장벽과 기술 숙련도 문제로 생산성 저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조선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 쿼터를 확대하는 한편, 조선 특화 기술학교 설립과 청년층 유입을 위한 임금 및 근로 환경 개선 지원에 나섰다. 정부 관계자는 “조선업은 한국의 핵심 수출 산업으로, 인력난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잃어서는 안 된다”며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인력 확대, 중장기적으로는 자동화와 로봇 기술 도입을 통해 노동 집약도를 낮추는 전략을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조선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청년층이 선호하는 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3D 업종 이미지를 벗고 스마트 조선소로 전환하며, 근로 환경과 복지를 대폭 개선해야 인력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