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한국 정부에 공무원 노조 권리 보호 촉구
국제노동기구(ILO)가 한국 정부에 공무원 노조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보장하라고 공식 권고했다. ILO는 11월 2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이 제기한 노동권 침해 진정에 대해 “한국 정부가 공무원의 노동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ILO 협약 87호와 98호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권고는 한국의 노동 정책과 노사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정부와 노동계 간 입장 차이가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전공노의 진정 내용과 ILO의 판단
전공노는 2023년 ILO에 한국 정부가 공무원 노조의 정치 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단체교섭 범위를 축소하며, 노조 가입 범위를 불합리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내용의 진정을 제출했다. 구체적으로 공무원 노조는 임금과 근로 조건에 대해서만 교섭할 수 있으며, 인사와 조직 개편 등 핵심 사안에 대해서는 교섭권이 없다는 점, 그리고 5급 이상 공무원과 교원, 소방공무원 등이 노조 가입에서 배제되는 점 등이 문제로 제기됐다.
ILO는 이번 보고서에서 “공무원도 근로자로서 기본적인 노동권을 보장받아야 하며, 한국 정부가 공무원 노조의 활동 범위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단체교섭의 범위를 임금과 근로 조건으로만 한정하는 것은 실질적인 교섭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인사, 조직, 정책 등 공무원의 근로 환경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안도 교섭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정부와 노동계의 상반된 입장
한국 정부는 ILO의 권고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일반 근로자와는 다른 법적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공무원 노조의 활동 범위를 일정 부분 제한하는 것은 공공 서비스의 안정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은 이미 ILO 협약을 비준했으며, 협약의 취지를 존중하되 한국의 법적 체계와 공공 부문의 특수성을 고려해 개선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전공노와 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ILO의 권고를 전면 수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전공노 위원장은 “ILO는 세계 노동 기준을 제시하는 권위 있는 기구이며, 한국 정부는 이번 권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공무원 노동권을 확대해야 한다”며 “공무원도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을 온전히 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 전문가들은 이번 ILO 권고가 한국 노동법 개정 논의에 불을 지필 것으로 전망한다. 고려대 노동법 교수는 “공무원 노조의 권한 확대는 단순히 노동권 보장을 넘어, 공공 부문의 거버넌스와 정책 결정 과정의 민주성을 높이는 문제”라며 “정부와 노동계가 합리적인 타협점을 찾아 공공 부문 노사 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