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PET병 의무사용 제도 시행, 2030년까지 30% 목표
2025년 9월 26일부터 PET병 제조업체는 재활용 원료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새로운 환경 규제가 시행됐다. 환경부는 이번 제도를 통해 올해 3%, 내년 10%, 2030년까지 30%의 재활용 원료 사용 비율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플라스틱 순환경제 실현을 위한 정부의 핵심 정책으로, 한국이 글로벌 플라스틱 감축 목표에 부응하기 위한 조치다.
제도의 배경과 목적
한국은 연간 약 80만 톤의 PET병을 생산하며, 이 중 음료용이 60만 톤, 생활용품용이 20만 톤을 차지한다. PET병의 재활용률은 85%로 높은 편이지만, 실제로 재활용된 플라스틱이 새로운 PET병 제조에 사용되는 비율은 5% 미만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재활용 PET는 섬유나 포장재 등 저부가가치 제품으로 재생산되거나 해외로 수출됐다. 이는 ‘다운사이클링(downcycling)’ 문제로 불리며, 진정한 순환경제 달성을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로 지적돼 왔다.
환경부 관계자는 “재활용 원료 의무사용 제도는 bottle-to-bottle 재활용, 즉 PET병을 다시 PET병으로 만드는 고품질 순환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신규 석유 원료 사용을 줄이고 탄소 배출을 감축할 수 있다. PET 1톤을 재활용할 경우 신규 생산 대비 약 2톤의 이산화탄소를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반응과 과제
음료 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롯데칠성음료와 코카콜라 같은 대기업들은 이미 자발적으로 재활용 PET병 사용을 확대해 왔으며, 이번 제도화를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롯데칠성음료는 2023년부터 주요 제품에 50% 이상 재활용 원료를 사용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100%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카콜라도 ‘무색 투명 PET병’ 도입과 함께 재활용 원료 사용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반면 중소 제조업체들은 비용 부담을 우려한다. 재생 PET 원료는 현재 신규 원료보다 톤당 20-30% 비싸고, 품질 관리와 가공 공정도 더 까다롭다. 한 중소업체 대표는 “대기업은 규모의 경제로 비용을 흡수할 수 있지만,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제품 가격 인상 없이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환경부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재활용 원료 구매 보조금과 공정 개선 기술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재활용 인프라 확충이 관건
제도의 성공을 위해서는 고품질 재생 PET 공급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다. 현재 한국의 재생 PET 생산 능력은 연간 약 3만 톤에 불과해, 2030년 목표인 24만 톤의 12.5%에 그친다. 정부는 재생 PET 생산 시설 투자에 대해 세제 혜택과 저리 융자를 제공하고, 재활용 업체들의 기술 고도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소비자의 분리배출 참여도 중요하다. PET병은 라벨을 제거하고 깨끗이 씻어 뚜껑과 분리해 배출해야 고품질 재활용이 가능하다. 환경부는 ‘비우고, 헹구고, 분리하고, 섞지 않고’ 캠페인을 통해 올바른 분리배출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활용 의무화 제도는 단순히 법적 강제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으며, 생산자-소비자-재활용업체가 함께 참여하는 순환경제 생태계 구축이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이번 제도가 한국의 플라스틱 문제 해결과 탄소중립 달성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