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유학생, 국내 첫 ‘K-컬처·엔터테인먼트학 석사’ 배출

필리핀 유학생, 국내 첫 ‘K-컬처·엔터테인먼트학 석사’ 배출

필리핀 유학생이 연 첫 ‘K-컬처·엔터테인먼트학 석사’의 장면

연합뉴스에 따르면 2026년 7월 8일 현재 국내 대학원에서 처음으로 ‘K-컬처·엔터테인먼트학 석사’가 배출됐고, 그 주인공은 필리핀에서 온 유학생 아비게일 자스민 랴모(29) 씨다.

이번 사례가 특별한 이유는 학위명 자체에 있다. 예술경영, 문화산업, 언론정보처럼 기존의 넓은 학문 범주가 아니라 ‘K-컬처·엔터테인먼트’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건 석사 학위가 처음 나온 것이다. K-pop과 한국 대중문화가 더 이상 팬덤의 취향이나 산업 현장의 성공 사례에만 머물지 않고, 대학원 교육과 연구의 독립된 주제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랴모 씨는 성신여자대학교 K-컬처·엔터테인먼트전공에서 석사 학위 심사를 통과했다. 논문 제목은 ‘한국과 필리핀 K팝 팬덤의 콘서트 소비와 주최사의 기획 전략’이다. 이 제목만으로도 이번 학위가 단순한 문화 감상이나 팬 경험 기록이 아니라, K-pop 공연이 어떻게 소비되고 기획되는지를 비교해 살피는 연구였음을 알 수 있다.

K-pop 팬에서 공연 현장을 꿈꾸는 연구자로

지난 7일 서울 시내의 한 카페에서 만난 랴모 씨는 자신이 2010년께 SHINee를 계기로 K-pop 팬이 됐다고 말했다. 이후 EXO, NCT DREAM, SEVENTEEN 등을 좋아했다는 설명은 한 명의 해외 팬이 K-pop 세대 변화를 직접 통과해 온 경험을 보여준다. 특정 아티스트에 대한 애정이 한국 유학과 전공 선택, 나아가 연구 주제로 이어진 셈이다.

그는 “졸업 후에도 한국에서 K팝 콘서트 관련 실무 경험을 쌓고 싶다. 언젠가 공연 감독이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K-pop이 해외 팬에게 단순한 음악 소비를 넘어 직업적 상상력과 진로 선택의 계기가 되고 있음을 드러낸다. 팬덤의 열정이 현장 전문성으로 이동하는 흐름은 K-pop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계속 확장될수록 더 중요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랴모 씨의 경로도 눈에 띈다. 그는 필리핀 데라살 대학교에서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을 전공했다. 이후 한국 유학의 꿈을 품고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웠고, 2024년 처음 개설된 성신여자대학교 K-컬처·엔터테인먼트 전공의 1호 입학생이 됐다. 팬심, 언어 학습, 산업 연구, 공연 실무의 꿈이 하나의 궤적으로 연결된 것이다.

논문이 겨냥한 현장: 한국과 필리핀 K-pop 콘서트

랴모 씨의 논문 주제는 한국과 필리핀 K-pop 팬덤의 콘서트 소비, 그리고 주최사의 기획 전략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시선이 함께 담겨 있다. 하나는 팬이 공연을 어떻게 경험하고 소비하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공연을 만드는 주체가 어떤 방식으로 시장과 관객을 읽는가이다.

K-pop 콘서트는 음악을 듣는 장소를 넘어 팬덤 문화가 응축되는 현장이다. 공연장 안팎의 이동, 티켓 구매, 응원 문화, 굿즈 소비, 아티스트와 팬의 상호작용은 모두 하나의 문화적 경험으로 묶인다. 랴모 씨가 한국과 필리핀을 비교 대상으로 삼은 것은 K-pop이 국경을 건너면서도 각 지역의 팬 문화와 공연 환경 속에서 다르게 받아들여진다는 점을 살피려는 접근으로 해석된다.

특히 필리핀은 1억명이 넘는 인구를 가진 동남아시아의 주요 K-pop 시장 가운데 하나로 언급된다. 현지 보이그룹도 많이 생겨났지만 한류의 인기는 여전히 뜨겁다. 이 배경에서 필리핀 출신 연구자가 K-pop 콘서트 소비와 기획 전략을 연구했다는 사실은, 한국 대중음악 산업이 해외 시장을 ‘수출 대상’으로만 보는 단계를 넘어 현지 팬과 연구자의 시각을 함께 반영해야 한다는 점을 환기한다.

‘K-컬처’를 학위명으로 세운 의미

이번 석사 배출은 대학 교육의 언어가 산업 변화를 따라잡는 장면으로 평가된다. K-pop은 이미 공연, 음반, 영상, 팬 플랫폼, 글로벌 투어, 현지 팬덤 커뮤니티를 포괄하는 복합 산업이 됐다. 그럼에도 학문 영역에서는 대중문화, 문화산업, 미디어 연구 등 더 넓은 틀 안에서 다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K-컬처·엔터테인먼트’라는 학위명은 이 복합적인 흐름을 하나의 연구 대상으로 명명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다. 학위명에 K-컬처와 엔터테인먼트를 직접 넣었다는 것은 한국 대중문화의 생산, 유통, 소비, 팬덤, 공연 기획을 교육과 연구의 중심에 놓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다만 이 의미는 과장 없이 읽을 필요가 있다. 한 명의 석사 배출이 곧바로 산업 구조 전체의 변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첫 사례는 언제나 다음 사례의 기준점이 된다. 특히 외국인 유학생이 첫 학위 취득자가 됐다는 점은 K-pop 연구의 주체가 한국 내부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필리핀 시장과 한류의 상호작용

필리핀은 동남아시아에서 K-pop 열기가 강한 시장으로 소개된다. 1억명이 넘는 인구 규모는 공연, 팬덤, 현지 콘텐츠 생산의 잠재력을 함께 의미한다. 랴모 씨가 필리핀 팬덤을 연구 대상으로 삼은 것은 자신의 출신 배경과 K-pop 팬 경험이 학문적 질문으로 전환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현지 보이그룹이 많이 생겨났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는 K-pop이 단순히 한국에서 만들어져 해외로 전달되는 일방향 콘텐츠가 아니라, 현지 음악 산업과 팬 문화에 영향을 주며 새로운 창작 환경을 자극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동시에 한류의 인기가 여전히 뜨겁다는 설명은 한국 아티스트와 콘텐츠가 필리핀 대중문화 안에서 계속 강한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 상호작용은 K-pop 산업에도 질문을 던진다. 해외 팬들은 무엇을 K-pop답다고 느끼는가. 공연을 기획하는 주최사는 현지 관객의 기대와 한국적 무대 연출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잡아야 하는가. 랴모 씨의 논문 주제가 ‘콘서트 소비’와 ‘기획 전략’을 함께 다룬다는 점은 이 질문들이 팬 문화와 산업 현장을 동시에 관통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국적 요소”를 지켜 달라는 해외 팬의 메시지

이번 소식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해외 팬이자 연구자인 랴모 씨가 K-pop의 미래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그는 K-pop 콘서트 관련 실무 경험을 쌓고 싶다고 말했고, 언젠가 공연 감독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이는 해외 팬이 한국 콘텐츠를 좋아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제작과 운영의 현장으로 들어가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사 제목에 담긴 “K팝 한국적 요소 지키길”이라는 메시지도 주목된다. 글로벌 시장을 향한 확장은 K-pop의 중요한 동력으로 평가되지만, 동시에 K-pop이 왜 K-pop으로 사랑받는지에 대한 질문을 남긴다. 해외 팬이 한국적 요소를 언급한다는 것은 세계화가 곧 정체성의 희석을 뜻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산업적으로도 중요한 신호다. K-pop은 다양한 언어권의 팬에게 도달해야 하지만, 그 매력의 핵심에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음악 제작 방식, 무대 문화, 팬덤과의 관계, 아티스트 훈련과 공연 연출의 축적된 경험이 놓여 있다. 따라서 세계 시장을 겨냥한 확장은 현지화와 정체성 보존을 동시에 고민하는 과정이 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된다.

글로벌 팬덤이 연구실과 공연장을 잇는 시대

랴모 씨의 사례는 K-pop 팬덤이 더 이상 공연장 객석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팬은 소비자이면서 관찰자이고, 때로는 연구자이며, 미래의 산업 종사자가 될 수 있다. K-pop이 전 세계 청년들에게 진로와 학업의 언어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첫 석사 배출은 상징적인 사건이다.

한국 대학에서 K-컬처와 엔터테인먼트를 전공한 외국인 유학생이 배출됐다는 사실은,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 팬들에게 얼마나 구체적인 학습 대상이 됐는지를 말한다. 단순히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춤을 따라 추는 단계를 넘어, 콘서트가 어떻게 기획되고 팬덤이 어떻게 움직이며 시장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분석하는 단계로 관심이 확장되고 있다.

또한 이번 사례는 K-pop 산업이 해외 팬의 경험을 더 세밀하게 이해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긴다. 필리핀 팬덤의 콘서트 소비를 한국 팬덤과 비교하는 연구는 공연 기획자에게도 시사점을 줄 수 있다. 팬들이 무엇을 기대하고, 어떤 경험을 오래 기억하며, 어떤 방식의 공연 운영을 신뢰하는지 이해하는 일은 글로벌 투어가 일상화된 K-pop 시장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K-pop의 다음 무대는 사람을 키우는 시스템

K-pop의 성장은 흔히 차트, 투어, 음반, 영상 조회 수 같은 성과로 설명된다. 그러나 이번 소식은 그 이면의 또 다른 성장 지표를 보여준다. K-pop을 배우기 위해 한국어를 익히고, 한국 대학원에 진학하고, 공연 산업의 현장 전문가를 꿈꾸는 해외 인재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성신여자대학교 K-컬처·엔터테인먼트 전공의 1호 입학생이 첫 석사 학위 심사를 통과했다는 사실은 교육 현장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만나는 접점을 보여준다. K-pop이 장기적으로 세계 시장에서 지속되려면 아티스트뿐 아니라 공연 기획, 팬덤 연구, 현장 운영, 문화 번역을 이해하는 인력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오늘의 이 한국 소식이 글로벌 독자에게 흥미로운 이유는 분명하다. K-pop은 이제 무대 위 아티스트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필리핀의 한 팬이 한국에서 연구자가 되고 미래의 공연 감독을 꿈꾸게 만드는 세계 공통의 문화 언어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출처

· 첫 'K-컬처 석사' 필리핀 유학생…"K팝 한국적 요소 지키길" (연합뉴스)

· [가요소식] 빅뱅 고양 콘서트, 추가 좌석 판매…"폭발적 성원에 화답" (연합뉴스)

· 유노윤호, 17∼19일 콘서트 장소 변경…'개표소 봉쇄 시위' 여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