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흥행 뒤 요리 예능, 방송·OTT서 잇따라 등장

‘흑백요리사’ 흥행 뒤 요리 예능, 방송·OTT서 잇따라 등장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시리즈의 글로벌 흥행 이후 지상파·케이블·종편·OTT에서 요리 예능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tvN ‘언더커버 셰프’는 셰프들이 해외 식당에서 정체를 숨

‘셰프 예능’이 쏟아지고 있다.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시리즈의 글로벌 흥행을 기점으로 지상파와 케이블, 종합편성채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까지 채널을 가리지 않고 요리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나온다. 다만 최근작들은 맛 대결이나 ‘쿡방’, 맛집 탐방이라는 기존 문법에서 벗어나 ‘위장 취업’과 ‘실전 장사’ 같은 이색 키워드를 결합하며 변주를 시도하고 있다.

‘언더커버 셰프’는 정상급 셰프를 해외 주방 막내로 보냈다

지난 5월 21일 첫 방송한 tvN ‘언더커버 셰프’가 그 예다. 샘 킴과 정지선, 권성준(나폴리 맛피아) 등 국내 정상급 셰프들이 정체를 숨긴 채 해외 현지 식당에서 주방 막내로 일하는 관찰 예능이다. 낯선 언어와 문화의 주방에서 실수를 연발하며 진땀을 빼고, 5일 이내에 자기 요리를 메인 메뉴로 올려야 하는 미션에 매달리는 과정이 한 편의 성장 드라마처럼 그려진다.

성적도 따라왔다. 첫 회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2.3%로 출발한 이 프로그램은 꾸준히 오르며 지난 2일 4.6%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7주 연속으로 케이블·종편 포함 동시간대 시청률 1위도 지켰다.

‘스트릿 레스토랑 파이터’는 맛 대신 매출로 승부를 가린다

지난달 21일 공개된 tvN ‘스트릿 레스토랑 파이터’는 방식을 아예 바꿨다. 맛 평가 대신 매출로 순위를 가리는 실전 장사 서바이벌이다. 이연복과 유방녕, 에드워드 권, 정호영, 임기학 등 수십 년 경력의 요리 대가부터 홍석천 같은 연예인 출신 외식업자, 재야의 장사 고수까지 20여명이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채 길거리 식당을 연다. 미션을 달성하지 못하면 즉시 폐업해야 하는 구조다.

승부를 가르는 것은 요리의 예술성이 아니다. 메뉴 선정과 가격 책정, 마케팅 전략, 상권 분석 같은 종합적인 장사 수완이 생존의 열쇠가 된다. 포스기가 고장 나 생긴 대기 줄이 뜻밖의 모객 효과를 내거나 주문이 몰려 환불 사태가 벌어지는 등 자영업의 돌발 변수도 여과 없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권위 파괴’가 통했다고 본다

두 프로그램에는 국내 요식업계 대가들이 계급장을 떼고 바닥부터 시작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 ‘권위 파괴’ 키워드와 다채로운 스토리텔링이 셰프 예능의 홍수 속에서 신선함을 준다고 진단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방송을 통해 스타 셰프들의 권위가 높아진 상황에서 요즘 시청자들은 그 유명세가 마케팅의 결과물인지 진짜 실력인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며 “명성을 지운 블라인드 상태에서 실력을 입증하는 과정이 시청자들에게 진정한 리얼리티로 다가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도 “공정성을 중시하는 세대는 평판보다 실전에서의 결과와 고객의 선택을 중요하게 본다”면서 “여기에 단순한 대결을 넘어 다양한 상황에 따른 스토리텔링이 결합하면서 포맷 자체가 한 단계 진일보한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시도는 이어진다. 원조 쿡방인 JTBC ‘냉장고를 부탁해’를 비롯해 스타 셰프를 전면에 내세운 여행 예능까지 나왔고, 올해 하반기에는 대규모 팀전으로 포맷 변화를 예고한 ‘흑백요리사’ 시즌3도 공개를 앞두고 있다. 하 평론가는 “먹는 것은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욕구이기 때문에 관련 콘텐츠 수요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또 연예인 못지않게 다양한 캐릭터를 가진 셰프들이 계속 발굴되면서 끊임없이 풍성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디어용 셰프’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익숙한 소재의 프로그램이 단기간에 급증하면서 일각에서는 지겹다는 피로감이 나오고, 일반인 출연자 검증 문제처럼 재미와 화제성만 좇다 생길 수 있는 부작용에 방송계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김 평론가는 “최근에는 본연의 업보다 미디어 노출만을 목적으로 하는, 짧은 경력의 ‘미디어용 셰프’들도 종종 눈에 띈다”고 지적하며 “프로그램이 그들의 마케팅 수단이 되는 현상은 경계해야 하며, 무조건적인 경쟁 유도로 셰프들 고유의 개성과 잠재력을 묻히게 하는 역효과도 주의해야 한다”고 짚었다. 하 평론가도 “요리 예능의 핵심은 진정성인 만큼 과대 포장으로 시청자를 현혹해서는 안 된다”며 “제작진의 엄격한 섭외 필터링 책임은 물론, 출연자 스스로도 미디어가 주는 스포트라이트에 적합한 사람인지 돌아보는 자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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