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흥행 뒤 요리 예능, 방송·OTT서 잇따라 등장

‘흑백요리사’ 흥행 뒤 요리 예능, 방송·OTT서 잇따라 등장

셰프 예능의 중심이 ‘맛’에서 ‘상황’으로 이동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5일 방송가에서는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시리즈의 글로벌 흥행 이후 지상파와 케이블, 종합편성채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까지 요리를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흐름의 핵심은 단순히 누가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지를 겨루는 데 있지 않다. 최근 한국의 셰프 예능은 ‘쿡방’으로 불린 요리 과정 공개나 맛집 탐방의 익숙한 형식에서 벗어나, 셰프를 낯선 환경에 던져 넣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적응과 실패, 성장의 과정을 보여주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이는 한국 예능이 글로벌 시청자에게 요리를 소개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음식은 여전히 중요한 소재지만, 프로그램이 실제로 판매하는 감정은 맛의 우열보다 긴장감, 문화 충돌, 직업적 자존심, 팀워크에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언더커버 셰프’, 스타 셰프를 주방 막내로 되돌리다

이 변화의 대표 사례는 지난 5월 첫 방송을 시작한 tvN ‘언더커버 셰프’다. 이 프로그램은 샘 킴, 정지선, 권성준(나폴리 맛피아) 등 국내에서 잘 알려진 셰프들이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해외 현지 식당에서 주방 막내로 일하는 과정을 관찰 예능 형식으로 담는다.

한국에서는 베테랑으로 인정받는 셰프들이 낯선 언어와 문화가 작동하는 해외 주방에서 실수를 반복하고, 기존의 명성과 경험이 곧바로 통하지 않는 상황을 겪는 장면은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동력이다. 시청자는 완성된 접시보다 그 접시가 나오기 전의 당황, 긴장, 체면 손상, 다시 배우려는 태도를 따라가게 된다.

‘언더커버 셰프’가 흥미로운 이유는 스타 셰프의 권위를 해체하는 동시에 다시 세우는 구조에 있다. 출연자들은 유명 셰프라는 이름표를 내려놓고 주방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출발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기술과 태도를 다시 증명해야 한다. 이 장치는 요리 예능을 경쟁 프로그램이 아니라 한 편의 직업 성장담처럼 보이게 만든다.

시청률 상승이 보여준 ‘성장 드라마’의 힘

‘언더커버 셰프’는 첫 회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2.3%의 시청률로 출발했다.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 2일 4.6%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방송가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7주 연속 케이블·종합편성채널 포함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지켰다.

이 수치는 단순한 음식 예능의 반복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프로그램 안에서 셰프들은 5일 이내에 자기 요리를 현지 식당의 메인 메뉴로 올려야 하는 미션을 수행한다. 시간 제한은 서사의 압력을 만들고, 현지 주방이라는 공간은 출연자의 실력을 낯선 기준으로 다시 평가하게 만든다.

따라서 시청률 상승은 요리 장면 자체보다 ‘누가 어떻게 다시 배워가는가’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한국 예능에서 요리는 오랫동안 친근한 소재였지만, 지금의 셰프 예능은 음식을 매개로 직업인의 정체성과 자존심, 타문화 속 생존 능력을 함께 보여주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흑백요리사’ 이후, 한국 요리 예능의 글로벌 문법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시리즈의 글로벌 흥행은 한국 요리 예능이 국내용 포맷에 머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 계기로 평가된다. 출연자의 실력, 주방의 긴장감, 음식의 시각적 매력은 언어 장벽을 비교적 낮게 넘을 수 있는 요소다.

다만 ‘흑백요리사’ 이후 등장하는 프로그램들이 모두 같은 방식으로 경쟁을 반복하는 것은 아니다. ‘언더커버 셰프’처럼 위장 취업이라는 설정을 결합하거나, 지난달 21일 베일을 벗은 tvN ‘스트릿 레스토랑 파이터’처럼 맛 평가가 아니라 매출로 승부를 가르는 실전 장사 서바이벌을 내세우는 방식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주는 글로벌 플랫폼 시대의 예능 문법과도 맞닿아 있다. 해외 시청자는 한국의 유명 셰프 이름을 모두 알지 못할 수 있지만, 낯선 직장에서 막내로 일하는 압박감, 실수 뒤 다시 인정받고 싶은 욕구, 장사에서 숫자로 평가받는 긴장감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한국 예능이 지역적 소재를 보편적 감정으로 바꾸는 과정이 여기서 드러난다.

맛 대결을 넘어 ‘노동’과 ‘장사’가 예능의 무대가 됐다

최근 셰프 예능의 가장 큰 특징은 요리 결과물을 평가하는 방식이 넓어졌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심사위원이 맛을 보고 순위를 매기는 구조가 익숙했다면, 지금은 주방 안에서의 노동, 현지 식당의 규칙, 실제 장사에서 발생하는 매출 같은 요소가 서사의 중심으로 들어오고 있다.

‘언더커버 셰프’는 주방 막내의 위치를 통해 노동의 감각을 강조한다. 셰프가 완성된 요리를 설명하는 대신, 낯선 시스템에서 지시를 듣고 실수하며 적응하는 모습이 전면에 놓인다. 이는 요리를 고급 기술로만 보여주지 않고, 반복되는 현장 업무와 팀 안의 관계 속에서 재구성한다.

‘스트릿 레스토랑 파이터’가 내세운 실전 장사 서바이벌 역시 같은 흐름 위에 있다. 맛있다는 평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실제로 팔리는지, 손님을 설득할 수 있는지, 장사의 결과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해진다. 이 지점에서 셰프 예능은 음식 프로그램이면서 동시에 직업 예능, 창업 예능, 생존 예능의 성격을 함께 띠게 된다.

스타 셰프의 권위보다 ‘다시 시작하는 얼굴’이 통한다

한국 예능에서 유명인이 익숙한 역할을 벗어나는 장면은 오래전부터 강력한 흡인력을 가져왔다. 셰프 예능에서도 마찬가지다. 시청자가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완벽한 전문가의 일방적 시연만이 아니라, 전문가가 흔들리는 순간과 그 흔들림을 수습하는 방식이다.

샘 킴, 정지선, 권성준처럼 국내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셰프들이 해외 현지 식당에서 정체를 숨긴 채 일하는 설정은 바로 그 균열을 만든다. 유명세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 사람은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때 셰프의 기술은 권위가 아니라 현장에서 검증받아야 할 능력이 된다.

이 구조는 팬 친화적인 매력도 크다. 출연자의 실수는 조롱의 대상이 아니라 공감의 재료가 되고, 미션을 향한 고군분투는 성취감을 만든다. 그래서 프로그램은 단순한 요리 쇼보다 성장 드라마에 가까운 정서를 얻는다. 이는 한국 드라마와 예능을 함께 소비하는 글로벌 시청자에게도 익숙한 감정선이다.

OTT와 방송 채널이 동시에 움직이는 이유

요리 예능의 확장은 특정 플랫폼 하나에 국한되지 않는다. 자료에 따르면 지상파, 케이블, 종합편성채널, OTT까지 채널을 가리지 않고 요리를 소재로 한 예능이 쏟아지고 있다. 이는 음식이라는 소재가 플랫폼의 경계를 비교적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OTT에서는 글로벌 시청자를 겨냥한 강한 콘셉트와 선명한 미션이 중요하다. 반면 방송 채널에서는 회차별 시청률과 동시간대 경쟁력이 여전히 중요하다. ‘언더커버 셰프’가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동시간대 1위를 이어갔다는 점은 요리 예능의 변주가 방송 환경에서도 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분석적으로 보면, 지금의 셰프 예능은 플랫폼마다 다른 요구를 동시에 충족한다. 음식은 화면에서 즉각적으로 전달되는 시각적 재미를 주고, 미션은 다음 장면을 보게 만드는 장치가 되며, 낯선 공간은 문화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러한 결합이 국내 시청자와 해외 시청자를 동시에 붙잡는 기반으로 평가된다.

한국 예능이 세계 시청자에게 건네는 새로운 초대장

이번 흐름은 한국 예능이 더 이상 스튜디오 안의 맛 평가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셰프들은 해외 식당의 막내가 되고, 장사 서바이벌의 참가자가 되며, 자신의 요리를 실제 환경 속에서 증명해야 하는 인물로 재배치된다.

그 과정에서 한국의 셰프 예능은 음식 소개 프로그램을 넘어 문화 적응과 직업 윤리, 현장 노동, 상업적 판단을 함께 다루는 복합 장르로 확장되고 있다. 이는 한국 콘텐츠가 강점을 보여온 캐릭터 중심 서사와 예능적 긴장감이 요리라는 보편적 소재와 만나는 장면이다.

글로벌 독자에게 이 현상이 흥미로운 이유는 분명하다. 한국 셰프 예능은 이제 “무엇을 먹는가”를 넘어 “낯선 세계에서 어떻게 다시 인정받는가”를 보여주는 콘텐츠가 되고 있으며, 그 이야기는 언어가 달라도 쉽게 따라갈 수 있는 보편적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출처

· 단순 맛 대결 그만…위장취업·장사 등 변주 나선 '셰프 예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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