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영웅보다 가까운 인물, K-히어로물의 중심이 바뀌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근 한국에서 흥행하는 K-히어로물은 무결점의 구원자보다 결핍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며 장르의 무게중심을 바꾸고 있다. 2026년 6월 1일 현재 이 흐름의 한가운데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원더풀스’가 놓여 있다.
이 작품은 초능력을 갖게 된 동네 허당들의 분투기를 그린다. 영웅 서사의 기본 문법인 거대한 사명이나 절대악과의 대결보다, 예기치 않게 능력을 얻은 평범한 사람들이 그것을 감당하는 방식에 시선을 둔다는 점이 특징으로 읽힌다.
특히 박은빈과 차은우가 주연한 ‘원더풀스’가 공개 2주 차에 넷플릭스 비영어 쇼 부문 2위에 오른 사실은 이 변화가 단순한 국내 취향의 미세 조정이 아니라, 해외 시청자까지 반응하는 서사적 전환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형 히어로물이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이유를 더 이상 거대한 스케일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초능력보다 중요한 것은 ‘결핍의 설계’다
연합뉴스가 전한 최근 K-히어로물의 핵심은 초능력 자체가 아니다. 예상치 못하게 초능력을 얻게 된 동네 문제아, 엄청난 비행 능력을 가졌지만 순진무구한 고등학생처럼 설정만 놓고 보면 이들은 분명 ‘영웅’의 범주에 들어가지만, 익숙한 영웅상과는 거리가 있다.
과거 대중문화 속 히어로는 대개 절대적인 악을 무너뜨리고 질서를 회복하는 존재로 그려졌다. 이때 영웅의 힘은 거의 완성형에 가깝고, 서사는 그 힘이 외부의 위협을 어떻게 제압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최근 한국 작품들은 힘의 크기보다 인물의 빈틈과 미숙함, 생활인의 감각을 더 앞세운다.
이 변화는 장르의 문법을 뒤집는다기보다 장르의 중심 질문을 바꾸는 일에 가깝다. ‘누가 세상을 구할 것인가’보다 ‘평범한 사람이 비범한 능력을 얻었을 때 자기 삶은 어떻게 흔들리는가’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K-히어로물은 전투의 승패보다 인물의 감정선, 관계의 균열, 일상의 압박을 더 오래 응시한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원더풀스’가 보여준 친근함의 전략
최근 공개된 ‘원더풀스’는 초능력을 갖게 된 동네 허당들의 분투기를 통해 친근하면서도 유쾌한 매력으로 호평받았다고 전해졌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허당’이라는 표현이다. 이 작품의 인물들은 능력을 지녔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특별한 질서의 상층부로 이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초능력이 생긴 뒤에도 서툴고, 우왕좌왕하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완벽히 통제하지 못하는 존재로 남는다. 이 설정은 영웅을 신화의 세계에서 생활의 세계로 끌어내린다. 시청자는 완성된 이상형을 올려다보는 대신, 실수하고 흔들리는 인물 곁에서 서사를 따라가게 된다.
그 결과 K-히어로물의 재미는 화려한 능력 시연만이 아니라, 능력과 일상이 충돌할 때 발생하는 어긋남에서 나온다. 친근함과 유쾌함이라는 평가는 그래서 단순한 분위기 설명이 아니다. 한국형 히어로 서사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방식이 스펙터클의 확대만이 아니라 감정 접근성의 확장에도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서다.
세계 평화보다 생활의 감각, 한국형 서사의 차별점
최근 흥행하는 K-히어로물은 거창한 세계 평화나 빌런과의 화끈한 전투 대신, 저마다 결핍을 안고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인간적인 면모에 집중한다고 한다. 이 진술은 한국형 장르물이 어디에서 차별화되는지를 압축해 보여준다.
한국의 많은 드라마와 영화는 오래전부터 가족, 직장, 지역사회, 세대 갈등처럼 생활과 밀착한 정서를 강하게 다뤄 왔다. K-히어로물 역시 초능력이라는 비현실적 장치를 쓰면서도, 그것을 생활의 압력과 감정의 균열 위에 얹는 방식으로 한국적 리듬을 만들어낸다. 초능력은 거대한 운명의 표식이기보다, 평범한 삶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변수에 가깝다.
이런 접근은 글로벌 독자에게도 비교적 쉽게 번역된다. 영웅의 외형은 낯설어도, 미숙함과 부담, 관계 속 책임감은 보편적 감정이기 때문이다. 즉 K-히어로물의 경쟁력은 한국적 배경을 지우는 데서 나오지 않고, 오히려 그 배경 속에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인간의 결핍을 선명하게 포착하는 데서 나온다고 분석된다.
‘캐셔로’와 이어지는 흐름, 능력의 판타지를 생활의 언어로 바꾸다
이 흐름은 ‘원더풀스’ 한 편의 성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공개된 넷플릭스 ‘캐셔로’ 역시 평범한 공무원이 통장을 털어 세상을 구하는 여정을 그리며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이 설정은 영웅의 힘을 경제적·생활적 현실과 직접 연결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영웅이 가진 특별함이 곧바로 자유나 권능으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 무거운 비용과 희생을 동반한다는 구조는 K-히어로물의 현재를 설명하는 중요한 특징이다. 능력은 축복이면서 동시에 부담이며, 구원은 대가를 요구한다. 이때 장르는 추상적인 정의보다 현실적인 감당의 문제를 전면으로 밀어 올린다.
‘원더풀스’의 친근함과 ‘캐셔로’의 눈물겨운 여정은 서로 다른 색을 띠지만, 한 축에서 만난다. 둘 다 영웅을 초월적 존재가 아니라 사회와 일상 속에서 버티는 인간으로 그린다는 점이다. K-히어로물은 바로 이 지점에서 해외의 전통적 슈퍼히어로 서사와 구별되는 결을 더욱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넷플릭스 비영어 쇼 2위가 말하는 것
박은빈과 차은우가 주연한 ‘원더풀스’가 공개 2주 차에 넷플릭스 비영어 쇼 부문 2위에 오른 것은 수치 그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 공개 직후 반짝 주목받는 데 그치지 않고 2주 차에도 상위권을 유지했다는 점은, 작품의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고 입소문이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물론 이 수치만으로 한국형 히어로물이 곧 하나의 완결된 세계적 표준이 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비영어권 콘텐츠가 글로벌 플랫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식이 더 다변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읽어낼 수 있다. 한국 콘텐츠는 이제 특정 장르 하나의 성공이 아니라, 장르 내부의 변주를 통해 존재감을 넓히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최근 연합뉴스가 전한 영화 ‘군체’의 흥행 역시 장르물에 대한 관객의 반응이 여전히 강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좀비 영화가 극장 관객의 몰입을 끌어냈다면, K-히어로물은 생활감과 관계성을 무기로 스트리밍 시청자의 체류를 이끌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서로 다른 플랫폼에서 한국 장르 서사가 확장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은 산업적으로도 주목할 대목이다.
완벽함의 퇴장, 공감의 부상이 남긴 산업적 의미
완벽한 영웅은 더 이상 자동으로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최근 K-히어로물의 흐름은 강한 힘보다 불완전한 마음, 거대한 사명보다 가까운 생활, 승리의 장면보다 감당의 과정을 중시하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취향 변화라기보다, 시청자가 영웅에게 기대하는 감정 구조 자체가 달라지고 있음을 뜻한다.
산업적으로 보면 이런 변화는 한국 콘텐츠 제작자에게도 의미가 있다. 초능력 장르는 본래 높은 개념 설계와 시각적 구현을 요구하지만, K-히어로물은 그것만으로 승부하지 않는다. 인물의 생활감과 결핍을 정교하게 설계하면 장르적 진입 장벽을 낮추면서도 세계 시청자와 접속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결국 지금의 K-히어로물은 ‘한국이 어떤 영웅을 상상하는가’에 대한 답이자, ‘세계가 어떤 한국 서사에 반응하는가’에 대한 실험으로 읽힌다. 초능력이 있어도 불완전한 인물, 세상을 구해야 해도 먼저 자기 삶을 버텨야 하는 인물이 중심에 선다는 점에서, 이 흐름은 한국 대중문화가 화려함보다 공감의 정교함으로 시장을 넓히는 장면으로 평가된다.
지금 이 흐름이 세계 독자에게 흥미로운 이유
오늘의 K-히어로물은 한국 콘텐츠가 더 이상 한 가지 성공 공식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로맨스, 스릴러, 좀비물에 이어 히어로 장르에서도 한국은 자기만의 감정 문법을 만들고 있다.
‘원더풀스’의 2주 차 성적과 ‘캐셔로’가 남긴 인상은, 초능력이라는 글로벌 장르의 언어를 한국식 생활감으로 다시 번역하는 시도가 통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거대한 프랜차이즈가 아니어도, 인물의 결핍과 관계의 밀도를 통해 충분히 세계 시청자를 끌어당길 수 있다는 신호다.
그래서 이 한국의 연예 뉴스는 해외 독자에게도 흥미롭다. 지금 한국은 영웅을 더 강하게 만드는 대신 더 인간적으로 만들면서, 세계가 익숙하다고 여긴 장르를 새로운 감정으로 다시 쓰고 있기 때문이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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