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에 따르면 여자프로농구 청주 KB의 허예은은 29일 공개된 인터뷰에서 4년 만의 통합 우승 중심에 선 핵심 선수로 조명됐고, 2021-2022시즌 팀의 막내였던 그는 2026년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로 올라서며 가장 선명한 성장 곡선을 그려냈다.
24세 가드 허예은의 이번 도약은 단순한 개인 수상으로 끝나지 않는다. 청주 KB가 다시 정상에 오르는 과정에서 그는 코트를 읽고, 흐름을 바꾸고, 팀의 속도를 조율하는 야전 사령관 역할을 맡았다. 경기장 안에서는 공의 방향을 정하고, 경기장 밖에서는 농구를 향한 몰입으로 동료들의 신뢰를 끌어냈다는 점에서 이번 우승 서사의 중심에 서 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대목은 그의 성장이 기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번 인터뷰에서 드러난 허예은의 가장 큰 자산은 기술 하나, 장면 하나가 아니라 농구 자체를 대하는 태도였다. 팀 동료 강이슬과 박지수가 한목소리로 강조한 것도 바로 그 지점이다. 재능이 팀을 빛나게 할 수는 있어도, 우승팀의 중심을 오래 지키는 힘은 결국 농구를 대하는 집요한 애정에서 나온다는 점을 KB는 이번에 또렷하게 보여줬다.
막내에서 에이스로, 4년의 시간이 만든 변화
허예은은 2021-2022시즌 청주 KB의 막내로 우승을 경험한 선수였다. 당시의 우승은 유망주의 눈으로 본 정상의 풍경이었다면, 이번 우승은 그가 직접 흐름을 설계하고 결과를 견인한 주축 선수로서 다시 마주한 정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 같은 우승이라도 선수의 위치가 달라지면 무게는 완전히 달라진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그는 단순히 출전 시간을 채우는 선수가 아니라 코트의 질서를 만드는 가드로 뛰었다. 야전 사령관이라는 표현은 괜한 수사가 아니다. 팀 경기의 리듬을 잡고, 공격과 수비의 연결을 조정하고, 중요한 순간에 주저하지 않는 결정력을 보여줬기에 챔프전 MVP라는 결과가 따라왔다고 평가된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KB의 우승이 특정 스타 한 명의 순간적 폭발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4년 전 막내였던 선수가 이제는 팀의 핵심 에이스로 성장했다는 사실은, 우승팀이 세대와 역할을 어떻게 이어가는지를 상징한다. 허예은의 성장은 KB라는 팀의 시간과 함께 완성된 결과물이기도 하다.
동료들이 먼저 알아본 농구 사랑
이번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동료들의 설명이었다. 강이슬은 “제가 볼 때는 예은이 인생은 농구밖에 없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고, 박지수는 “정말 농구에 푹 빠져 사는 애예요. 농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옆에 있으면 다 느껴져요”라고 했다. 기술적 평가보다 더 강한 찬사는 종종 이런 종류의 말에서 나온다.
이 발언들은 허예은의 우승이 우연이나 단기 상승세가 아니라는 점을 뒷받침한다. 동료가 매일 지켜본 선수의 습관, 태도, 집중력은 공식 기록지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시즌 전체를 관통하는 신뢰의 근거는 대개 그런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형성된다. 농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얼마나 오래 붙들고 있는지가 결국 큰 경기의 무게를 견디게 만든다는 뜻이다.
스포츠에서 “농구밖에 없는 것 같다”는 표현은 때로 단순한 칭찬을 넘어선다. 그것은 경기 준비, 훈련 태도, 실패 이후의 복구 속도, 그리고 다음 장면을 기다리는 자세까지 포괄하는 말이다. 허예은의 이번 챔프전 MVP는 바로 그 집요함이 가장 빛나는 순간에 결과로 바뀐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챔프전 MVP의 무게, 경기 운영자의 가치
대중의 시선은 종종 화려한 득점 장면에 먼저 쏠린다. 그러나 챔피언결정전처럼 압박이 큰 무대에서는 경기의 온도를 조절하는 선수가 더 중요해질 때가 많다. 허예은이 이번 시리즈에서 받은 평가는 바로 그 지점과 맞닿아 있다. 코트를 휘저었다는 표현은 부산한 움직임이 아니라, 경기 전체의 맥박을 쥐고 흔들었다는 뜻에 가깝다.
가드는 팀의 손과 발이자 머리 역할을 동시에 요구받는다. 공격 기회를 살리면서도 흐름이 흔들릴 때는 속도를 늦춰야 하고, 수비 압박이 강할 때는 가장 먼저 침착함을 보여줘야 한다. 허예은이 이번 우승의 중심으로 불리는 이유는 이런 역할이 챔피언결정전에서 특히 선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최우수선수라는 호칭은 늘 스타성을 동반하지만, 허예은의 경우 그 스타성은 화려한 과장보다 실질적인 경기 운영 능력과 연결된다. 팀이 필요로 하는 위치에서 가장 단단하게 버티는 선수, 그리고 우승팀의 질서를 몸으로 구현하는 선수라는 점에서 그의 MVP는 매우 설득력 있는 결론으로 읽힌다.
KB 우승 서사를 완성한 말의 힘과 팀 문화
이번 우승을 해석할 때 허예은 개인의 성장만 떼어놓고 볼 수는 없다. 같은 날 공개된 또 다른 인터뷰에서 청주 KB의 강이슬은 라커룸 칠판에 적혀 있던 “우승할 수 있다. Why not?”이라는 문장이 선수들에게 하나의 부적이 됐다고 말했다. 시즌 초 부천 하나은행의 기세에 밀려 KB의 추격이 주춤하던 시점에 이 문장은 팀의 마음을 다시 묶는 역할을 했다.
그 짧은 문장은 결과를 약속하는 선언이라기보다, 흔들리는 순간마다 자신을 붙잡는 확인에 가까웠다. 안 될 것 같다는 의구심이 들 때마다 선수들은 칠판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고, 실제로 우승에 한 발짝씩 다가가는 팀의 전력을 확인하며 그 문장의 힘을 믿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런 집단의 확신은 어느 한 선수의 분전만으로는 만들 수 없는 종류의 에너지다.
허예은의 성장이 특별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팀 문화 밖에서 홀로 폭발한 선수가 아니라, 동료들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공간 속에서 더 크게 자랐다. 말의 힘, 믿음의 반복, 그리고 훈련과 경기 속에서 쌓인 신뢰가 한데 모여 우승팀의 분위기를 만들었고, 허예은은 그 중심에서 가장 또렷하게 빛난 얼굴이 됐다.
팬들이 열광하는 이유, 기술보다 더 큰 서사
스포츠 팬들은 기록을 사랑하지만, 기록만으로 오래 환호하지는 않는다. 팬들이 진짜 오래 기억하는 것은 성장의 시간과 인물의 서사다. 4년 전 막내가 4년 뒤 우승팀 에이스이자 챔프전 MVP가 되는 그림은 그 자체로 강한 이야기다. 그래서 허예은의 이번 도약은 단순한 시즌 결산이 아니라 여자프로농구가 팬들에게 건넨 가장 매력적인 이야기 중 하나가 됐다.
특히 이번 사례는 팀 스포츠에서 에이스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에이스는 반드시 가장 요란한 선수일 필요가 없다. 팀이 가장 긴장하는 순간에 공을 맡길 수 있는 선수, 동료들이 가장 믿는 선수, 그리고 매일 농구를 대하는 태도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선수가 진짜 에이스라는 점을 허예은은 보여줬다.
팬 응원 문화의 관점에서도 이 서사는 반갑다. 사고나 논란이 아니라 성장과 우승, 그리고 팀의 결속이 주인공인 이야기는 스포츠가 왜 사람들을 다시 경기장으로 부르는지 설명한다. 허예은의 이름 앞에 붙은 ‘작은 거인’이라는 표현은 단지 체격의 대비가 아니라, 코트에서 만들어낸 존재감의 크기를 가리키는 말로 읽힌다.
여자농구가 얻은 선명한 얼굴
허예은이 인터뷰에서 보여준 가장 큰 메시지는 개인 목표를 넘어 있다. 기사 제목에 담긴 “여자농구 판 제가 키울래요!”라는 다짐은 단순한 자신감 표출이 아니라, 자신의 성장과 팀의 우승을 리그 전체의 활력으로 연결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우승은 한 시즌의 결과이지만, 그 우승을 어떻게 말하느냐는 다음 시즌의 관심을 바꾸기도 한다.
여자프로농구는 스타 한 명의 활약이 리그의 분위기를 환하게 바꾸는 순간을 자주 맞는다. 이번에는 허예은이 그 얼굴이 됐다. 팀의 핵심 에이스로 성장한 24세 가드가 챔피언결정전 MVP에 오르고, 동료들로부터 농구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 장면은 리그의 경쟁력과 매력을 함께 상징한다.
이 지점에서 이번 우승 서사는 한국 스포츠 바깥의 독자에게도 충분히 흥미롭다. 한 선수가 어떻게 팀의 막내에서 우승의 중심으로 성장하는지, 그리고 그 성장을 둘러싼 동료들의 신뢰와 라커룸의 언어가 어떻게 실제 우승으로 이어지는지는 국경을 넘어 공감할 수 있는 스포츠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오늘 한국 스포츠가 보여준 가장 반가운 장면
29일 서울 종로구에서 진행된 공동 인터뷰는 우승 직후의 기쁨을 정리하는 자리를 넘어, 청주 KB가 왜 다시 정상에 설 수 있었는지를 압축해 보여준 자리였다. 허예은 개인의 재능, 강이슬이 전한 말의 힘, 박지수가 증언한 농구에 대한 몰입이 하나의 이야기로 묶이며 우승의 구조가 또렷해졌다.
이날 확인된 것은 단순히 “누가 잘했다”는 수준의 결론이 아니다. KB의 4년 만의 통합 우승은 한 선수가 성장하는 시간, 동료들이 서로를 신뢰하는 문화, 그리고 큰 무대에서 흔들리지 않는 경기 운영이 결합할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보여줬다. 그래서 허예은의 MVP는 개인 영예이면서 동시에 팀 전체의 방식이 옳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세계 어디의 팬이 읽더라도 이 소식이 흥미로운 이유는 분명하다. 한국 여자프로농구에서 한 젊은 가드가 우승팀의 심장이 되는 과정은, 스포츠가 결국 사람의 성장과 믿음의 힘으로 완성된다는 가장 보편적이고도 환호할 만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출처
· KB '작은 거인' 허예은의 큰 꿈 "여자농구 판 제가 키울래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