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시장 변곡점, 미분양 급증과 DSR 강화의 딜레마
서울 부동산 시장이 중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2024년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된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와 대출총량제 부활로 거래량이 급감한 가운데, 그동안 지방에서만 볼 수 있던 ‘미분양’ 현상이 서울에서도 본격 나타나고 있어 시장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DSR 3단계 시행과 대출 규제 강화
2025년 7월부터 수도권에 적용될 예정인 DSR 3단계는 기존보다 더욱 엄격한 대출 심사 기준을 도입한다. 현재 수도권에서는 실제 금리에 1.5%포인트를 가산하여 DSR을 계산하고 있으나, 3단계에서는 실제 금리보다 높은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하게 된다. 예를 들어 실제 금리가 4%인 경우 현재는 5.5%로 계산하지만, 앞으로는 더욱 높은 가산율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택 구매 목적 대출에 대한 규제가 대폭 강화됐다. 6월 28일부터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주택 구매 목적 대출이 전면 금지되면서, 이전에 규제 지역에서 30%, 비규제 지역에서 60%까지 가능했던 대출이 완전히 차단됐다. 또한 첫 주택 구매자에게도 수도권과 규제 지역에서는 최대 LTV가 70%로 하향 조정되었다.
100만원 이상의 모든 대출에 DSR 규제가 적용되면서 신용대출, 마이너스 통장, 자동차 할부, 카드론까지 모든 부채가 포함된다. 연소득 6천만원 기준으로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2400만원(40%)을 초과할 수 없게 되어 실질적인 대출 여력이 크게 줄어들었다.
서울 미분양 아파트 급증 현상
대출 규제 강화의 직접적인 여파로 서울에서도 미분양 아파트가 급증하고 있다. 2023년부터 2024년에 걸쳐 서울의 미분양 재고가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그동안 경기도와 지방에서만 들을 수 있던 ‘미분양’이라는 용어가 서울에서도 일상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2024년 하반기부터 수도권 건설 착공이 감소세로 전환되었으며, 이는 2025년 이후 입주 물량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계는 미분양 위험을 우려해 최근 몇 년간 분양 물량을 조절해왔으며, 이러한 공급 조절이 2025년 이후 서울 신규 아파트 공급 감소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분양 해소의 핵심 변수는 금리 인하 가능성이다. 2025년 중반 이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검토가 예상되면서, 대출 부담 감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금리가 하락할 경우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의 구매 심리가 회복되어 미분양 해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2025년 시장 전망과 정책 변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2025년 서울 아파트 시장을 ‘상저하고(상반기 약세, 하반기 강세)’ 패턴으로 전망하고 있다. 상승 요인으로는 2026~2027년 입주 물량 부족, 전셋값 상승,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대출금리 하락, 환율 상승으로 인한 분양가 상승, 여전히 꺾이지 않은 서울 아파트 선호 현상 등이 꼽힌다.
김경민 교수는 “2025년은 서울 부동산이 슈퍼사이클(super cycle)의 파도를 타는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공급 부족 이슈가 시장 상승의 근본적인 동력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하락 요인으로는 경기 침체 우려와 2024년 7~8월 단기 급등 피로감, 여전히 높은 집값 부담, 지속되는 대출 규제 등이 지적된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과 국내 정치적 불안정까지 더해져 시장 예측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전셋값 상승과 지역별 격차 심화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전셋값은 공급 부족의 영향으로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지방은 인구 유출이 심화되면서 대부분 지역에서 하락세가 예상된다. 이러한 지역별 격차는 수도권 집중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전셋값 상승은 매매가격 상승 압력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전세 수요가 매매로 전환되면서 실수요 기반의 매매 시장 회복을 이끌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리 인하 기대감이 현실화될 경우 이러한 현상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 당국의 고민 심화
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해 도입한 대출 규제가 의도치 않게 미분양 급증과 건설 경기 침체를 초래하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DSR 규제 강화로 실수요자의 대출 접근성이 제한되면서, 오히려 시장의 유동성이 극도로 위축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DSR 3단계 시행 시기 조정이나 첫 주택 구매자에 대한 예외 조치 확대 등의 정책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구조적 수요 감소와 맞물려 부동산 시장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2025년 부동산 정책의 핵심 과제는 시장 안정과 경기 활성화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다. 대출 규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시장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정교한 정책 조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