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지난 7일 발표한 첫 번째 부동산 대책은 기존 민간 주도의 주택공급 구조를 공공 주도로 전면 전환하겠다는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핵심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더 이상 시행사에 땅을 매각하지 않고 직접 주택 개발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의 가장 큰 변화는 그동안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했던 LH가 이제는 직접 시행사가 되어 주택 건설에 나선다는 점이다.
LH법 개정으로 공공택지 매각 전면 중단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LH법을 개정해 “LH가 조성한 주택용지는 민간에 매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명문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 “LH가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하는 구조가 집값 안정보다 땅장사로 비친다”고 지적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그동안 LH는 공공임대주택 사업의 손실을 택지 매각으로 얻은 수입으로 메우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 방식이 택지 가격을 높이면서 결국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지속되어 왔다. 정부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LH가 토지를 제공하되 민간이 자금 조달, 설계와 시공을 맡는 도급형 민간참여사업으로 전환한다고 설명했다.
LH가 보유한 수도권 공공주택용지 19만9000가구 물량 중 6만가구를 민간에 토지를 매각하지 않고 직접 시행 방식으로 2030년까지 착공할 예정이다. 시공사는 브랜드를 붙여 공급할 수 있어 민간 참여 동기도 확보했다.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호 신규 착공
정부는 향후 5년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매년 27만호씩 총 135만호의 신규 주택을 착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최근 3년 평균 공급 물량보다 1.7배 많은 수준이다. 공공택지 개발을 통해서는 37만2000가구를, 주민들이 선호하는 도심에는 40만3000가구의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전체적으로는 30년 이상 된 장기 공공임대 재건축과 노후 공공청사 복합개발로 연 3만8000호, 도심 유휴부지 활용으로 7000호, 민간 정비사업 참여 여건 개선으로 1만3000호를 더해 순증 효과는 연평균 11만2000호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특히 정부는 공급 확대와 함께 대출 규제도 강화한다고 밝혔다.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규제 지역에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상한을 강화해 투기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집을 더 많이 공급하면서도 동시에 과도한 대출을 통한 투기는 막겠다는 두 축 전략이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8일 부동산 전문가 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주요 입지를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입주 물량이 급감하고 있음에도 단기적 해법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당장 착공이 이뤄지더라도 공사 기간을 감안하면 빨라야 2028년 입주가 가능한데, 그 이전의 공급 해법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5년 부동산시장은 불확실성의 안개 속에 있다. 집값 상승 요인과 하락 요인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가운데, 미국의 트럼프 불확실성과 대통령 탄핵의 국내 정치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비수도권 지역에 대해서는 다른 접근을 취하고 있다. “비수도권은 장기간 집값 하락, 미분양 심화 등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공급 확대보다는 수요 회복 등을 통한 미분양 해소에 집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부동산 시장 양극화 현상을 반영한 것이다. 2024년 부동산시장이 서울과 지방, 아파트와 비아파트 간 극심한 양극화로 특징지어진 만큼, 지역별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한편, 시장에서는 이번 정책이 실제로 집값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공급 확대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그 사이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25년 부동산시장은 정부 정책의 실행력과 시장의 반응이 어떻게 맞물리느냐에 따라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