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시장의 새로운 국면, DSR 3단계 규제와 전세난 심화
2025년 9월, 서울 부동산 시장은 강화된 대출규제와 전세난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된 스트레스 DSR 3단계 규제와 6·27 부동산 대책으로 인한 주택담보대출 6억원 상한제는 서울 아파트 시장의 거래 양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으며, 특히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고가 아파트 시장에서 그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DSR 3단계 규제 본격 시행의 파급효과
올해 7월부터 전격 시행된 스트레스 DSR 3단계 규제는 서울 아파트 시장의 대출 접근성을 크게 제한하고 있다. 이 규제에 따르면, 전 금융권의 모든 가계대출에 스트레스 금리 1.5%가 적용되어, 연소득 1억원 대출자의 경우 기존 6억 5,800만원에서 5억 5,600만원으로 대출한도가 1억 2,000만원 감소했다. 더 구체적으로는 연소득 1억원인 차주가 30년 만기, 4.2%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최대 5.94억원까지 가능했던 것이 5.74억원으로 2천만원 가량 줄어든 셈이다.
이러한 대출한도 축소는 특히 수도권 핵심 지역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용산구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더욱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6·27 부동산 대책과 함께 도입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6억원 상한제는 고가 아파트 매수를 위한 자금조달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기존 활발했던 20-30대의 시장 참여가 크게 위축되었다.
세대별 매수 패턴 변화와 시장 대응
흥미로운 점은 대출 규제 강화에 따른 세대별 매수 패턴의 변화다. 대출 상한 제한으로 신중해진 20-30대와는 대조적으로, 50-60대 중장년층이 ‘똘똘한 한 채’를 찾아 아파트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실제로 7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중 50-60대의 매수 비중이 27.2%를 기록하며, 이들이 새로운 시장의 주축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은 규제의 효과가 단순히 시장을 위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구매력과 자금력을 갖춘 계층으로 수요를 집중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강남권 프리미엄 지역의 경우, 현금 보유비율이 높은 중장년층이 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면서 가격 하락 압력을 상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시장의 거래량 역시 계절적 패턴과 함께 규제의 영향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봄철 거래량이 증가하기 시작해 7-8월 여름에 큰 폭으로 증가했다가, 9월 이후 대출 규제 강화와 함께 다시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선 반면, 매도자들은 호가를 유지하며 가격 하락을 거부하고 있어 상승 요인과 하락 요인이 균형을 이루는 상황을 반영한다.
전세난 심화와 주거 불안정 가중
DSR 규제 강화의 또 다른 부작용은 전세난의 심화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7월 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수는 2만 4,389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2% 감소했다. 이는 매매 시장에서 밀려난 수요가 전세 시장으로 집중되면서, 전세 공급 부족 현상이 더욱 악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국 입주 물량이 2024년보다 4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공급 부족과 수요 집중이라는 이중 요인이 전세난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에 따라 9월까지 강남 3구와 용산구에서는 갭투자가 불가능해져 전세 물량이 추가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전세난은 다시 매매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 악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전세 가격 상승이 매매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이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낳고 있는 셈이다.
하반기 전망과 시장 변수
전문가들은 2025년 서울 아파트 시장이 ‘상저하고(上低下高)’ 즉, 상반기 약세 하반기 강세 패턴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현재 정치적 불확실성과 경기 둔화 우려로 잠잠한 상반기를 거쳐,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와 줄어드는 입주 물량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서울 핵심 지역의 경우, 2024년과 같은 가격 상승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공급 부족과 수요 집중, 그리고 중장년층의 적극적 매수 참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단기적인 규제 효과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가격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현재 서울 부동산 시장은 강화된 규제와 전세난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단순한 시장 침체가 아닌 수요층의 변화와 지역별 양극화를 동반한 질적 변화를 의미한다. 향후 정부의 추가 정책 방향과 금리 변동, 공급 물량 등이 시장의 향방을 결정할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