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기리고’, 글로벌 흥행으로 증명한 한국형 YA 호러의 확장성

넷플릭스 ‘기리고’, 글로벌 흥행으로 증명한 한국형 YA 호러의 확장성

세계가 먼저 반응한 한국형 YA 호러

연합뉴스에 따르면 넷플릭스 시리즈 ‘기리고’는 지난달 24일 공개된 뒤 2주 만에 넷플릭스 비영어 쇼 부문 글로벌 1위에 올랐고, 공개 3주 차인 2026년 5월 현재도 글로벌 2위를 유지하며 화제성을 이어가고 있다. 13일 서울 종로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배우 이효제는 작품 공개 뒤 해외 팬들의 다이렉트 메시지와 주변의 반응을 통해 이 같은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작품의 핵심은 설정의 선명함에 있다. ‘기리고’는 소원을 들어주는 앱 ‘기리고’에 깃든 저주를 피하려는 고등학생 5인의 사투를 그린 한국형 오컬트 학원물이다. 익숙한 학교라는 공간, 디지털 플랫폼인 앱, 그리고 저주라는 초자연적 공포를 결합한 구조는 한국 드라마의 감정선과 장르적 긴장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장치로 읽힌다.

특히 글로벌 시청자 입장에서 ‘기리고’의 상승세가 눈에 띄는 이유는 단지 순위 자체 때문만은 아니다. 넷플릭스의 첫 YA, 즉 영 어덜트 호러 장르라는 점은 이 작품이 한국 콘텐츠의 확장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의미를 갖는다. 한국 드라마가 멜로, 가족극, 범죄 스릴러를 넘어 10대와 청년층의 불안, 욕망, 관계를 공포 장르 문법으로 풀어내며 보다 세분화된 시청층과 만나는 흐름이 선명해졌다고 볼 수 있다.

신예 배우 중심 캐스팅이 만든 몰입감

‘기리고’의 또 다른 특징은 배우 구성이다. 이효제를 비롯해 전소영, 강미나, 현우석, 백선호 등 신예 배우 위주의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공개 직후부터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대형 스타 의존도가 높은 방식이 아니라 이야기와 캐릭터의 결속력, 그리고 배우들의 호연으로 승부했다는 점에서 이 성과는 더욱 주목된다.

이효제는 인터뷰에서 “작품 공개 후 이렇게 폭발적인 반응을 받은 건 처음”이라며 수줍게 웃어 보였고, 주변의 연락과 해외 팬들의 메시지를 통해 세계적인 반응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단순한 인기 소감이라기보다, 작품이 국내 반응을 넘어 플랫폼 기반의 국제적 확산 구조 안에서 소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신예 배우 중심 캐스팅은 장르물에서 종종 약점으로 지적되곤 하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 이미지가 강하게 덧씌워지지 않은 배우들이 학교와 공포의 경계에 선 인물들을 연기하면서, 시청자는 배우 개인보다 캐릭터의 위기와 감정에 더 깊게 몰입할 수 있다. 이는 오컬트 학원물이라는 장르 특성과도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앱과 저주, 익숙한 일상을 흔드는 장르 문법

‘기리고’의 서사는 오늘의 시청 환경과 맞닿아 있다. 소원을 들어주는 앱이라는 설정은 스마트폰과 플랫폼이 일상 전체를 감싸는 시대의 감각을 정면으로 끌어온다. 누구나 손에 쥔 기기가 욕망을 실현하는 통로가 되는 동시에 재앙의 입구가 될 수 있다는 발상은, 낯설기보다 지나치게 익숙해서 더 불안한 공포를 만든다.

여기에 고등학생 5인의 사투라는 구조가 더해지면서 작품은 단순한 괴담을 넘어 성장 서사의 결을 갖게 된다. 학교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시청자에게도 보편적으로 이해되는 공간이고, 친구 관계와 집단의 긴장, 선택의 대가 같은 요소는 국경을 넘어 공감대를 형성한다. 한국적 오컬트의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서사의 진입 장벽을 낮춘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평가된다.

장르적으로도 ‘기리고’는 공포를 일회성 충격에만 의존하지 않는 방향을 보여준다. 공개 직후 2주 만에 비영어 쇼 글로벌 1위에 오른 뒤 3주 차에도 2위를 유지했다는 사실은, 초반 호기심을 넘어 연속 시청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섬세한 연출과 배우들의 호연이 성과의 배경으로 언급된 점 역시 작품이 단순한 콘셉트 승부를 넘어 완성도 면에서 반응을 얻었다는 근거가 된다.

넷플릭스 안에서 확인된 K-드라마의 확장성

이번 흥행은 한국 드라마가 세계 시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외연을 넓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미 한국 콘텐츠는 다양한 장르에서 존재감을 입증해왔지만, ‘기리고’는 그 흐름을 더 세분화된 타깃 장르로 확장한 사례로 읽힌다. YA 호러라는 비교적 구체적인 범주 안에서도 한국 드라마가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신호를 남긴 셈이다.

플랫폼 시대의 글로벌 흥행은 특정 국가에서의 높은 시청률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오히려 장르의 선명도, 즉시 이해되는 설정, 회차를 이어 보게 만드는 긴장감, 그리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퍼져나가는 반응이 함께 맞물릴 때 속도가 붙는다. 이효제가 해외 팬들의 메시지로 인기를 실감했다고 밝힌 대목은, 작품의 반응이 수치에 그치지 않고 팬덤적 접점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비영어 쇼 부문에서의 성과는 언어 장벽을 넘어선 전달력을 뜻한다. 번역과 자막, 더빙을 통해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나는 환경에서 한국 드라마는 이제 ‘문화적 호기심의 대상’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특정 장르의 문법 안에서도 선택받는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리고’의 현재 성과는 한 작품의 선전에 그치지 않고 K-드라마의 장르 경쟁력을 확인하는 사례로 해석된다.

배우 이효제가 체감한 변화의 의미

13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만난 이효제의 반응은 신중하면서도 분명했다. 그는 작품 공개 후 폭발적인 반응을 받은 것이 처음이라고 말했고, 국내외에서 이어지는 연락이 그 실감을 더해준다고 전했다. 이 짧은 언급에는 한국 배우들이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경험하는 변화가 압축돼 있다.

과거에는 작품의 반향이 주로 국내 시청자 반응이나 일부 해외 기사로 전달됐다면, 지금은 배우가 곧바로 해외 팬들의 메시지를 받고 반응을 체감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이는 스타 시스템의 작동 방식도 바꾼다. 작품의 성공이 방송 종료 뒤 천천히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공개 직후 며칠 사이에 세계 곳곳의 시청 경험으로 되돌아오는 속도가 훨씬 빨라진 것이다.

이효제 개인에게도 이번 작품은 중요한 분기점으로 보인다. 작품의 글로벌 반응을 ‘처음’이라고 표현한 대목은, 신예 배우가 대형 플랫폼 오리지널 시리즈를 통해 단숨에 국제적 인지도를 얻을 수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는 배우 한 사람의 성장 서사이면서 동시에 한국 드라마 산업이 새로운 얼굴들을 세계 무대에 소개하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한국형 오컬트 학원물이 남긴 다음 질문

‘기리고’의 성과가 특히 흥미로운 지점은 한국적 정서를 지닌 오컬트와 학원물의 결합이 세계 시청자에게도 통했다는 사실이다. 학교라는 폐쇄적이면서도 역동적인 공간, 소원을 둘러싼 인간적 욕망, 그리고 그 대가로서의 저주는 매우 보편적인 서사 구조다. 동시에 이를 한국형 감각으로 풀어낸 점이 작품의 개성을 만들었다고 분석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특별히 낯선 한국’이 아니라 ‘충분히 이해 가능한 한국’이다.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는 작품은 대체로 두 요소를 함께 가진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감정과 갈등을 중심에 두되, 그것을 구현하는 방식에서는 고유한 색을 유지하는 것이다. ‘기리고’가 공개 3주 차에도 높은 순위를 유지하는 배경에는 이 균형감이 작동했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흥행은 한국 드라마가 얼마나 더 많은 하위 장르와 세대 문법으로 뻗어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스타 캐스팅보다 이야기의 응집력과 장르적 완성도가 전면에 선 작품이 세계 시청자와 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리고’는 지금 K-드라마가 어디까지 확장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하나의 장면이 된다. 한국 밖의 독자에게 이 소식이 흥미로운 이유도 분명하다. 지금 세계가 주목하는 새로운 장르의 K-드라마가 이미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출처

· 이효제 "'기리고' 글로벌 인기 실감…20㎏ 떡볶이로 찌웠죠" (연합뉴스)

· 日드라마 '화려한 일족' 소재 된 철강사 사라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