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5일 JTBC는 새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연애전쟁’의 멘토진으로 가수 이효리, 방송인 서장훈, 그룹 슈퍼주니어의 김희철을 발탁했다고 밝혔다. ‘연애전쟁’은 이별을 고민하는 이른바 ‘끝장 커플’들이 직접 출연해 갈등의 마지막 순간을 마주하고, 세 멘토가 이를 중재해 관계의 결론을 함께 정리해 나가는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상반기 편성이 예고된 이 프로그램은 상담보다는 판정에 가까운 구조를 전면에 내세우며, 연애를 소재로 한 예능의 문법을 다시 한 번 토론형으로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연애 상담이 아니라 ‘판정’에 가까운 포맷
방송가 보도에 따르면 ‘연애전쟁’은 연애 과정에서 벌어지는 전쟁 같은 사랑과 갈등을 제목에 그대로 담았다. 이별을 고민하는 커플들이 스튜디오에 직접 나와 마지막 싸움을 벌이면, 이효리와 서장훈, 김희철이 이 갈등에 개입해 결판을 내주는 구조다. 과거 연애 상담 예능들이 VCR 영상으로 사연을 소개하고 이를 지켜보며 조언하는 방식이었다면, ‘연애전쟁’은 당사자를 스튜디오로 직접 불러 대화를 이어가게 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갖는다.
세 멘토의 조합도 눈에 띈다. 이효리는 오랫동안 자기 감정에 정직한 인물로 읽혀 온 인물로, 관계를 말할 때도 추상적인 조언보다 감정의 진실성을 묻는 직설적 화법으로 알려져 있다. 서장훈은 이미 여러 연애 상담 예능에서 감정의 호소를 듣되 결론은 냉정하게 정리하는 캐릭터로 자리를 잡은 인물이다. 여기에 슈퍼주니어 멤버로 다양한 예능에서 거침없는 입담을 보여 온 김희철이 합류하면서, 감성과 현실, 그리고 특유의 직설적 유머라는 세 갈래의 시선이 한 무대 위에서 부딪히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세 사람의 유명세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갈등 상황에서 이들이 각자 어떤 언어로 관계를 해석하느냐다. 프로그램은 갈등하는 커플과 이를 재단하는 멘토, 그리고 그 판단을 다시 평가하는 시청자까지 포함한 삼중 구조로 설계된 셈이다.
여기서 시청자가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은 위로보다는 판별력에 가깝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관계를 지속해야 하는지 끝내야 하는지, 그 경계가 어디서 갈리는지를 확인하려는 욕망이다. 이 점에서 세 멘토의 역할은 단순한 진행이 아니라 ‘기준을 설계하는 일’에 가깝다. 다만 관계 문제는 사적인 역사와 맥락이 깊게 얽혀 있는 만큼, 짧은 분량 안에서 누군가의 잘못을 명쾌하게 판정하는 방식이 개인의 복잡한 맥락을 지나치게 단순화할 위험도 함께 안고 있다.
연애 예능의 무게중심 변화와 JTBC의 승부수
최근 연애를 소재로 한 방송은 대체로 두 갈래로 흘러왔다. 낯선 사람들이 만나 감정을 쌓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관찰형과, 이미 얽힌 관계의 문제를 풀어내는 상담형이다. ‘연애전쟁’은 후자에 서 있으면서도 최종 대결이라는 서사 장치를 더해, 갈등의 원인을 분석하는 수준을 넘어 관계의 존속 여부를 공개적으로 판정하는 단계까지 밀고 나간다. 만남의 설렘을 소재로 한 포맷이 반복되며 피로감이 쌓인 상황에서, 다투는 커플의 언어와 상처, 반복되는 오해가 오히려 즉각적인 몰입을 만든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구조는 위험도 함께 안고 있다. 갈등은 자극적이지만 자극만으로는 오래가지 못한다. 누가 더 잘못했는지를 따지는 데만 몰두하면 순간적인 화제성은 얻을 수 있어도 관계를 다루는 태도는 쉽게 얕아질 수 있다. 한쪽의 말이 유창하다고 해서 더 진실에 가까운 것은 아니며, 방송에 드러난 장면이 관계의 전부일 수도 없다. 편집이 자막 한 줄, 표정 한 컷, 배경음악의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갈등을 보여주되 모욕으로 소비하지 않을 것, 멘토의 카리스마를 살리되 정답을 독점하는 인상은 피할 것이 제작진에게 남겨진 과제로 꼽힌다.
JTBC가 이 프로그램을 상반기 편성에 올린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읽힌다. 이효리·서장훈·김희철이라는 확실한 이름값과 연애 갈등이라는 보편적 소재, ‘결판’이라는 강한 서사 장치는 초반 화제성을 확보하기에 유리한 조건이다. 성패는 결국 갈등의 순간을 얼마나 자극적으로 편집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말이 관계를 망가뜨리고 어떤 태도가 신뢰를 허무는지를 설득력 있게 짚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연애전쟁’이 상반기 예능 시장에서 던지는 질문은, 이제 시청자가 사랑의 시작보다 사랑이 끝나기 직전의 진실을 더 보고 싶어 하는지에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보만 놓고 보면 JTBC는 그 질문에 분명한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